박상천 민주당 최고위원이 21일 “차기대통령 임기를 사실상 2004년 17대 총선까지 한정하는 분권형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대선공약으로 채택한다는 데 정몽준 의원과 합의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정몽준 의원은 이에 대해 즉각 부인하고 나서, 정의원과 민주당 중도파간에 '신뢰의 위기'가 생겨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박상천, "이원집정부제 개헌에 합의했다"**
박 위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당무회의에서“정 의원이 지난 12일 회동에 이어 19일 대화에서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대선공약으로 한다는 데 찬성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곧 2004년 17대 총선 이전까지만 현행 헌법대로의 대통령제가 유지되고 17대 총선과 함께 탄생하는 새로운 대통령은 외교·국방 등에만 전념하고 내정에는 일절 간섭하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정의원과의 신당 추진 합의에 대해 "발표과정에서 혼선을 빚어 죄송하다"면서도 "그러나 내가 밝힌 내용은 모두 정 의원과 합의한 것이며 신당 추진을 위한 이벤트성 행사에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몽준, 독자신당 추진 의사 거듭 밝혀**
반면 정몽준 의원은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박 위원이 개헌문제에 관해 많은 설명을 했고 나는 주로 듣는 입장이었다”며 “개헌문제와 관련해서도 구체적으로 합의한 게 없다”고 부인했다.
정의원은 신당 추진을 위한 이벤트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는 박 위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이벤트란) 여러 사람이 함께 만나는 자리를 말하는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정의원은 “거명되는 여러 인사들과 국회의원들을 만나 많은 얘기를 하고 지역감정에 의존하지 않는 원내정당을 만드는 데 참여할 것을 권유하겠다”고 말해 독자신당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정의원측의 한 관계자는 "박상천 최고위원이 정의원과의 제휴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의견교환을 한 수준의 내용을 마치 합의사항처럼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박 최고위원의 사정은 이해 가나 자꾸 이런 식으로 나가면 쌍방간에 신뢰의 위기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주류,“한 사람 쳐다보고 1백13명이 춤을 추면 되겠느냐”**
박 위원의 ‘이원집정부제 개헌 합의’ 발표에 대해 이날 당무회의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후보 진영의 주류측 위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이 의석 과반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상황에서‘1년짜리 대통령제 개헌 공약’이 과연 현실성이 있느냐는 반문이다.
조성준, 이해찬 의원은 박 위원의 교섭자격과 20일 기자회견의 혼선 등을 문제삼기도 했다. 정대철 최고위원은 “신설합당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 사람 쳐다보고 1백13명이 춤을 추면 되겠느냐”며 노골적으로 비주류의 정몽준 의원 의존성향을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에 비주류측은 박상천 최고위원과 정몽준 의원 사이에 신당의 성격을 '반부패 국민통합'으로 합의하는 등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정의원과의 연대에 부정적인 주류측을 비판하는 분위기였다.
따라서 이날 회의에서도 신당창당과 관련한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한 채 회의를 마쳐야 했다. 민주당은 이날 회의에서 당발전위원회와 신당기획위원회를 통합해 신당추진위원회를 구성키로 하고 위원장과 위원 구성은 한화갑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당발전위원장으로 외부 인사 영입을 맡았던 박 위원은 사실상 권한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정가에서는 이같은 민주당내 대립구도를 볼 때 금명간 극적 합의에 도달하기란 힘들다고 판단, 일단 정몽준 의원이 내달 10일께 독자적 신당을 창당한 후에야 한단계 논의가 진전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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