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의 저주’가 월가를 공포에 떨게하고 있다.
엔론의 저주는 엔론의 분식회계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시티그룹등 금융주의 폭락에 이어, 이번에는 엔론과 같은 에너지업종 기업 전반의 주가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티그룹과 J.P. 모건이 엔론뿐 아니라 대표적인 에너지기업들의 분식회계에 가담했다는 미국 상원의 폭로가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23일(현지시간) “투자가들이 엘파소, 다이너지, 윌리엄스 등 대표적 에너지기업들의 주가를 최근 몇 년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으로 끌어내리면서 에너지 업종을 초토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 특히 엘파소, 미란트 등은 우리나라의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매입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으로 이미 미국 캘리포니아 전력대란을 일으킨 주범으로 악명이 높아 국내에서도 경계 대상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엘파소는 23일 분식회계 혐의가 불거지면서 23%나 폭락한 10.40달러로 마감했다. 엘파소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10달러 미만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지난 10년간 최저치이다.
미란트는 31%, 릴라이언트 에너지와 자회사 릴라이언트 리소시즈는 각각 40% 폭락해 모두 8달러를 밑도는 주가에 거래되고 있다.
윌리엄스 캐피탈 그룹의 증권분석가 크리스 엘링하우스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주가 폭락은 이들 에너지 기업들이 더이상 별 볼일 없다는 뜻”이라고 냉소적으로 답했다.
로이터 통신도 “엔론처럼 다른 에너지 기업들도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심만 가면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업종 전체가 파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론이 파산하기 직전 90억달러에 엔론을 인수하려고 나설 만큼 에너지업계의 최대 경쟁자였던 다이너지도 엔론의 저주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2002년도 현금흐름이 당초 10억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됐으나 실제로는 40% 감소한 6억~7억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23일 다이너지 주가는 장중 한때 사상최저치인 92센트까지 내려갔다가 64%나 폭락한 1.21 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게다가 다이너지의 회사채는 만기에 관계없이 주당 35센트에 거래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는 투자자들이 이 회사가 파산할 것이라고 본다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설상가상으로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 푸어스(S&P)는 다이너지의 신용등급을 22일 정크본드(투기채권)로 내렸다. 로이터는 이와 관련,“다이너지가 혹독한 자금경색으로 파산위험에 처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이너지는 메이저 석유회사 셰브론 텍사코가 26.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셰브론 텍사코는 최근 “다이너지와 관련된 옵션에 투자하는 것같은 투기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투자한 돈을 날릴지언정 더이상 투자하는 바보짓은 않겠다는 뜻이다. 사실상의 파산선고다.
S&P는 또다른 에너지 기업 윌리엄스에 대해서도 23일 증시 마감 직전 정크본드로 하향조정했다. S&P의 등급조정이 있기 전, 또다른 신용평가기관 피치가 22일 정크본드로 낮췄고, 그 결과 윌리엄스의 주가는 40% 폭락한 1.19 달러로 내려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