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공황상태로 몰아간 엔론의 분식회계 사기에 시티그룹, J.P.모건 등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은행들이 대거 가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국 주가가 대폭락하는 등 세계경제계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시티그룹의 경우 세계최대 규모의 복합 금융그룹이며 J.P.모건은 세계최대 투자은행으로, 이들 금융기관들이 분식회계 범죄 연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미국의 금융자본주의는 회복불능의 치명타를 입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세계 최대금융그룹인 시티그룹을 비롯해 J.P.모건, 크레딧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 플리트보스턴파이낸셜코퍼레이션(FBFC) 등이 엔론에게 매출을 부풀리는 형태로 1백억달러 가까운 막대한 자금을 대출해주었다"고 보도했다.
이들 은행이 엔론의 분식회계에 참여한 방법은 '사전지급 방식(prepay)'의 거래. 천연가스 등 현물을 인도받기 전에 은행이 미리 대금을 지불해주는 형식이다. 사실상의 대출인 이런 방식을 통해 시티그룹은 무려 48억달러, J.P 모건은 37억달러, CSFB와 FBFC은 둘이 합쳐 10억달러를 대출해줬다.
이같은 편법거래를 한 투자은행들 가운데에서 특히 노골적인 분식회계 공모 의혹을 사고 있는 곳은 세계최대 금융기관인 시티그룹이다.
시티그룹의 경우 엔론과의 거래 규모도 가장 크지만, 다른 은행들이 지난 10년에 걸쳐 거래한 액수임에 비해 시티그룹의 거래는 지난해 10월 엔론이 파산하기 전 3년 동안에 집중적으로 이뤄져 의혹을 사고 있다.
시티그룹은 특히 엔론을 위해 '델타'라 불리는 페이퍼컴퍼니를, 검은 돈이나 투기자금의 돈세탁 및 탈세 지역으로 악명높은 조세 회피지(tax-haven)인 케이먼 제도에 설립했다.
동시에 요세미트(Yosemite)라는 또다른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여기서 채권을 발행해 만든 자금을 밑천으로 시티, 엔론, 델타 3개사 사이에 천연가스와 석유의 매출을 회전시켰다. 이같은 작업에는 시티그룹의 산하 증권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도 깊게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상원 상설조사위원회가 최근 입수한 엔론 내부자료에 따르면, 이같은 편법적 거래를 통해 재무제표상 매출성장률에 따른 유동자금의 차이가 연간 10억달러에 달했고 엔론은 이를 회계장부에 매출로 허위기재했다. 요컨대 은행으로부터 받은 융자를 복잡한 거래방식을 통해 엔론의 사업수익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같은 분식회계 공모 혐의에 대해 시티그룹측은 "회계원칙에 따라 적법하게 한 거래"라며 혐의를 전면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23일(현지시간) 소집되는 미국 상원 상설조사소위원회는 월가의 적극적인 가담이 없었다면 엔론의 사기극이 가능했을지 여부를 밝혀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져 큰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상원이 찾아낸 자료들은 시티그룹이 엔론의 분식회계에 어느 정도 연루되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증거"라고 보도했다.
한편 이같은 월가 간판급 금융기관들의 엔론 분식회계 연루의혹이 제기되자, 22일 뉴욕 다우존스지수는 234.69포인트나 폭락, 끝내 8천선마저 깨진 7784.58로 거래를 마감했다. 시티그룹의 경우 주가가 3.96달러나 폭락한 32.04달러로 거래를 마감했고, J.P.모건도 1.58달러가 떨어진 24.52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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