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교육청이 2019학년도 후기 평준화고 신입생 배정 오류에 대해 여러 가지 추가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임기응변식 업무 처리를 해 학부모들로부터 불신만 키웠다.
세종시교육청은 지난 11일 평준화 후기 일반고 신입생 배정결과를 발표했으나 국제고, 자사고, 특목고 등에 합격한 학생들을 중복 배정하는 오류를 범했다.
이어 같은 날 밤 9시 2차 배정을 실시, 최초 배정에서 1순위로 배정된 195명의 학생들이 2순위로 배정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로 인해 학부모 100여 명이 지난 11일 교육청을 항의 방문해 당초 배정된 학교로 보내줄 것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최교진 교육감은 지난 12일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해 교육청 간부들의 의견을 모은 후 학부모들과 만나 이들 학생에 대해 원하는 학교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고, 1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와 함께 이와 같은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1순위 학교에는 학급당 2~3명의 정원이 늘게 되고, 많은 경우 학급을 증설해야 돼 특별활동실로 사용하던 교실을 일반 교실로 전환하게 됨으로써 교육환경에 저해될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2순위로 밀려났던 학생들이 대거 1순위 학교로 지원하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학생 수가 줄게 된 학교에서는 내신 등급 구간 당 학생 수가 줄게 돼 나은 등급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되는 상황이 예견됐다.
이렇게 되자 저밀학급 우려를 갖게 된 학부모들이 지난 15일 오후부터 17일 밤까지 3일 동안 교육청에서 대책마련을 요구하면서 교육감 면담을 요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당시 교육청 관계자들은 “교육감 전화번호를 모른다”, “직원들이 퇴근해야 해서 난방 강도를 최대한 줄였다”, “가정과 건강을 생각해 집으로 돌아가시라”며 교육감과의 면담을 주선하지 않고 학부모들의 귀가를 종용하는 등 무성의한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최 교육감은 2차 배정으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게 불자 지난 17일 밤 저밀학교 전락을 우려하는 학부모들과 만나 “법률 검토를 받아 최종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가 거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세종시교육청은 지난 14일 긴급 기자회견 당시 “18일까지 2순위로 밀려난 195명의 희망순위 신청을 받고 22일 예비소집을 하겠다”고 했지만 양측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법률검토를 받기로 하면서 ‘2019학년도 평준화 후기고 신입생 배정 확정 결과를 18일 오전 10시에서 1월 넷째주 중으로 연기한다’고 번복했다.
이처럼 세종시교육청이 입장을 계속 번복하면서 예비소집일까지 변경되는 사태로 이어졌고, 학부모들은 교복 구매와 교과서 주문 등을 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최 교육감은 23일 다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법률자문을 받아 검토한 결과 지난 11일 밤 9시에 발표한 2차 배정 결과가 유효하다”며 “2차 배정에서 후순위 학교로 배정된 195명을 1·2차 배정 학교 중 희망학교로 배정하는 것은 교육감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 행위로 초·중등교육법시행령 84조의 추첨배정 원칙에 위배되며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이는 법률 자문 결과 자신이 지난 11일 학부모들에게 약속했던 2차 배정결과 2순위로 배정됐던 학생들을 원하는 학교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한 것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어서 학부모들에게 한 약속을 스스로 번복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같은 결과는 배정 오류를 발견한 즉시 법률 검토를 거쳐 입장을 밝혀야 함에도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가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것이어서 최 교육감은 물론 교육청의 행정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드리게 해 학부모들의 불신을 키우는 원인으로 작용됐다.
특히 교육청은 배정이 잘못된 경우 대상 학생 2775명에 대한 고유번호를 다시 부여하고 재배정을 해야하는데도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2순위로 밀린 195명에 대한 배정만 다시 해 잘못된 행정행위를 보였다.
이에 대해 ‘원인 무효’를 하는 경우 관계자들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하는데 이로 인한 불이익이 돌아갈 것을 우려해 땜질식 처방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배정오류가 발생한지 10여 일이 지나도록 사태를 수습하지 못한 것은 법률 자문을 받지 않고 대안을 제시해놓고 여기에 걸맞는 행정을 하려다가 더 큰 문제만 키운 것으로 보여 세종시교육행정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학부모 A씨(49·아름동)는 “긴급기자 회견을 보고 정작 책임을 져야할 교육감이 담당자만 문책하겠다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며 “세종시교육계의 수장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 줄 것”을 요구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