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이하 세종시교육청)이 고교신입생 재배정 과정에서 드러난 오류에 대해 공식사과하고 대책에 대해 밝혔으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가 하면 미봉책에 그쳐 향후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프레시안은 세종시교육청에서 발생한 고교 배정의 문제점을 집중 분석한다.
학생·학부모가 희망하면 최초 배정학교로 보내겠다
최교진 교육감 등 세종시교육청 간부들은 1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1일 발생한 고교배정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혼선을 빚게 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최 교육감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혼란을 초래해 학생 및 학부모를 비롯한 교육 가족과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게 된 데 대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번 고입 배정 시스템 오류의 문제점을 정확히 분석·파악하고 시스템 검증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1일 오후 3시 2775명의 지원자에 대한 ‘2019학년도 평준화 후기고 신입생 배정 결과’를 발표했으나 국제고·외국어고·자율형 사립고 합격자 109명을 일반고에 배정하는 오류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난 11일 오후 10시경부터 학생·학부모 100여 명이 교육청을 방문해 당초 발표한 대로 배정해 줄 것을 요구·항의하는 민원이 발생했으며 교육청에서는 12일 오전 9시에 교육감, 부교육감과 모든 국장, (담당)관, 과장이 참여한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해 최초 배정 결과 대비 후순위 지망 학교 배정자 195명에 대해서는 행정의 신뢰도와 교육적 측면에서 최초 배정 결과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학급 편성, 교원 수급, 시설 여건 등을 검토했다”고 그동안의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최 교육감은 “최초 배정 결과 대비 후순위 변동 배정자에 대해서 14일부터 16일까지 3일 간 배정학교 변경 희망 여부를 확인하고, 18일 오전 10시에 소속 중학교에 최종 배정 결과를 안내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최종 신입생 배정 결과에 따라 배정 학생수가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학교가 발생하게 된다”며 “배정 학생 수가 증가하는 학교는 5개 교로 예상되고 최소 29명에서 최대 53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2019학년도 학생배치 및 학급배정 지침에 따라 기존 학급당 학생 수를 25명에서 28명까지 상향 조정할 수 있으므로 학급당 학생수를 2~3명 추가 배치할 계획이며 학급당 학생수 조정으로도 학생배치가 어려울 경우 학급수를 추가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배정 학생 수가 감소하는 학교는 7개 교로 예상되며, 최소 1명에서 최대 61명까지 감소할 수 있다”며 “예년과 같이 입학전 전학과 추가배정을 통해 우선 배정하도록 하고, 추후 전입생에 대한 배정에서도 해당학교에 우선 배정해 정원이 확보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교육감은 “학교별 최종 학급수의 조정 및 확정 결과에 따라 교원의 적정 배치를 위한 인사 업무도 함께 마무리 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프로그램 오류 왜 원인 못 찾아내나
이와 같은 최 교육감의 사과와 달리 세종시교육청은 고교신입생 재배정 과정에서 195명이 첫 번째 배정과 다른 고교로 배정됐는데도 3일이 지나도록 첫 번째 배정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에 대해 정확한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정회택 세종시교육청 중등과장은 “지난 11일 오후 3시 2019학년도 평준화 후기고 신입생 배정을 마치자마자 모 중학교 교사로부터 ‘신입생 배정 프로그램’에 대한 문제점을 알려왔고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입력담당자가 해당 학생들의 합격·불합격 여부를 입력했는가 안했는가에 대해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 개발업체 관계자는 “시스템오류는 분명하다. 동일한 현상이 발생하는 어떤 과정이 무엇인지 찾지 못하고 있어 분석 중에 있다”고 말한 뒤 “모의 배정은 수차례 실시했는데 문제는 없었고 배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그에 따라 자사고 합격자 109명이 같이 배정되는 결과가 초래됐고 이것이 왜 문제가 되냐면 처음 배정인원과 다음 배정대상 인원이 배정 결과에서 상이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세종시교육청은 이와 같은 답변에도 사건 발생 3일이 지나도록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가 하면 109명을 제외시키고 다시 배정 프로그램을 가동했을 때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혀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는 문제점을 찾아내 이를 제거시켰다는 답변이기 때문에 원인을 밝혀내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고 있다.
특히 프로그램 개발을 마치고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입력한 후 본 배정을 하기에 앞서 담당 장학사가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는 전산직 공무원을 통해 확인을 해야 함에도 장학사가 프로그램 개발업체 관계자의 설명만 듣고 확인을 한 것으로 밝혀져 형식적 확인절차를 거쳤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정원 줄어든 학교 내신은 더 어려워진다
세종시교육청은 재배정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에 대해 이날부터 오는 16일까지 구제 대상 학생 확인을 거쳐 희망자에 한해 구제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은 일시적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을 해소해주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세종시교육청은 1지망에서 2·3지망으로 재배정된 학생 193명이 모두 구제를 원할 경우 한솔고와 아름고, 보람고, 새롬고는 학급을 증설해야 한다. 종촌고는 학급당 학생 수를 2∼3명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세종시교육청은 입학 전 전학과 추가 배정을 통해 이들 학교에 학생을 우선 배정하고, 추후 전입생에 대한 배정에서도 해당 학교에 우선 배정해 정원을 확보할 방침이다.이들 학교에는 최소 29명에서 53명까지 신입학생 수가 증가하게 된다.
세종시교육청은 이 경우 인가정원에 여유가 있어 학급 수를 늘려도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던 교실을 일반 교실로 변경해야 돼 교육환경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신설학교인 다정고는 최대 61명까지 학생 수가 줄어든다. 성남고와 도담고, 고운고, 양지고, 두루고, 소담고도 학생 수가 감소한다.
이 경우에는 적은 정원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내신 등급의 격차가 밀집돼 학생들간에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불이익을 당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초 1지망에서 재배정으로 인해 2지망에 배정된 학생들만 희망에 따라 최초 배정학교로의 입학을 허용한다는 것이어서 나머지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추가로 쏟아질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학부모 A(43·새롬동)씨는 이날 교육청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모든 학생과 부모가 피해자인데 왜 제대로 된 답이 아닌 1차 배정에 대한 보상을 해주느냐는 것”이라며 “1차 배정이 왜 잘못됐는지 설명하고 2차 배정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청은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원인인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학부모들을 인정시켜야 한다”며 “잘못된 1차 결과로 왜 구제방침을 해주면서 정작 정밀학교가 된 학생들은 학생 수가 줄어들게 되면 좋은 내신을 받기 힘든데 아이들의 피해는 생각도 안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교육청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세종시교육청은 올해 평준화 후기고 ‘신입생 배정 프로그램’ 오류에 따른 후속 조치로 배정 고등학교별 예비소집일을 당초 15일 오후 2시에서 오는 22일 오후 2시로 1주일 늦췄다.
2019학년도 평준화 후기고의 최종 배정 발표는 오는 18일 오전 10시 교육청 및 출신 중학교 홈페이지에 공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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