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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수 안 늘리고도 연동형 비례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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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의원 수 안 늘리고도 연동형 비례제 가능하다

[기고] "민심 그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살려내기

여야 5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2019년 1월 임시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여야는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비례대표 확대와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의원정수 확대,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 등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열흘간에 걸친 단식 끝에 이루어진 합의이다.

그러나, 합의문에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거대 양당으로부터 합의의 실행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찬성하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비례 의석과 의원정수 확대에 국민여론이 부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 아니라, 검토하기로 한 것에 불과하다며 사실상의 반대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과연 1월말까지 여야가 선거제도 개혁안 합의처리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이 커지고 있다.

이 글은 먼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이 가지는 의의를 고찰하고, 과연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려면 의원정수 확대가 필수적으로 요청되는지를 살펴본다. 결론적으로 의원정수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긴 하지만,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해 필수적이진 않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연동형은 병립형과 달리 의원정수와 관계 없이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간에 비례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꼭 의원정수 확대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다만, 의원정수 확대 없이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려면 독일식의 권역별 연동형 비례제보다는 뉴질랜드식의 전국단위 연동형 비례제가 현실적인 대안임을 주장한다.

아울러 비례대표제는 대통령제와의 정합성에 문제가 있다는 일각의 우려는 지나치다는 점을 밝힌다. 끝으로 자유한국당이 끝내 연동형 비례제에 반대할 경우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국회선진화법의 신속안건처리제 활용방안과 국민투표 실시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의의와 두 유형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를 중심으로 한 현행 병립형 선거제도로부터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은 그동안 군소야당뿐만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여러 개혁적인 정치인과 학계 및 시민 사회가 강하게 요구해 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2015년 독일식의 권역별 연동형 비례제를 제안했으며,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공약했을 뿐만 아니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중앙선관위 안에 동의를 표해 왔다. 그런데 병립형과 연동형은 어떻게 다르며, 왜 연동형으로의 개혁이 바람직한가? 연동형 중에서도 권역별과 전국단위 연동형 중 어느 쪽이 우리 현실에 보다 바람직하고 현실적인가? 지역구와 비례의석의 비율과 의원정수는 어떻게 정해야 할까? 이를 논하기 위해 우선 선거제도 유형을 간단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선거제도의 대표적인 두 유형은 영미식 다수제 민주주의 국가들이 채택한 승자 독식의 다수제 선거제도 (대표적으로 소선거구 1위 선출제)와 유럽식 합의제 민주주의 국가들이 적용한 비례대표 선거제도다. 다수제 선거제도는 가능한 한 권력이 분산되는 것을 지양하고, 정당의 수를 제한하며, 책임 소재를 간소화하여 효율성 제고를 추구한다. 반면, 비례대표제는 사회의 소수 집단이나 약자 그룹들이 무시되는 것을 방지하고, 다수의 정당들이 정당제도에서 자리를 잡아 여러 집단의 대표성이 그 권력구조에 반영되는 것을 지향한다.

다음으로 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의 양자를 결합한 혼합형 선거제도가 있다. 혼합형 선거제도는 다시 병립형 (Mixed-member Majoritarian 또는 Parallel) 및 연동형 (Mixed-member Proportional) 비례대표제로 구분할 수 있다. 병립형은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필리핀, 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조지아 공화국과 같은 동유럽 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다. 연동형의 경우는 독일, 뉴질랜드와 남미의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등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병립형과 연동형 비례제 모두 공통적으로 지역구 후보와 정당명부 단계로 구분된 다단계 선거제도다. 이 두 혼합형 선거제도의 큰 차이점은 양 단계간에 연계가 되어있는지(연동형), 아니면 독립적(병립형) 인지에서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지역구 후보 단계의 결과에 따른 의석 배분이 정당명부 단계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지 (연동형) 혹은 아닌지 (병립형)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병립형 제도의 경우, 지역구 후보 단계에서 후보들 간의 경쟁에 의한 결과로 의석 배분이 이루어지면 정당명부 단계에서 지역구 선출 결과와는 별개로 정당별 득표율에 비례하여 비례의석 배분이 이루어진다. 반면, 연동형 제도 하에서는 지역구의 의석 배분 결과가 정당명부의 의석 배분에 영향을 미친다. 즉, 연동형 제도 하에서 정당명부의 투표 결과는 전체 의석수에 적용되며, 정당별로 할당된 총의석수에서 지역구에서 당선된 의석수를 뺀 나머지를 정당명부 후보로 채운다. 정당 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수가 적을수록 비례의석수를 많이 배정받게 되므로 이 제도를 "보상형 유형(compensatory type)"이라고도 일컫는다. 구체적인 이해를 위해 병립형과 연동형 제도의 작동을 다음과 같은 예시를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아래 표1에서 병립형과 연동형 모두 1인 2투표제에 지역구 200석, 비례 100석, 총 300석을 의원정수로 한다. 정당별 득표율과 지역구 의석수를 각각 가 정당이 35%에 85석, 나 정당이 30%에 96석, 다 정당이 20%에 15석, 라 정당이 9%에 0석, 마 정당이 6%에 4석을 얻었다고 가정하자. 병립형 하에서 정당별 득표율은 100석의 비례의석에만 적용되므로 정당별 득표율과 총의석점유율간의 괴리를 어느 정도 교정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큰 차이가 나타난다. 특히 거대 정당인 가와 나가 득표율보다 더 높은 비율의 의석을 획득한데 비해 군소정당들은 훨씬 더 낮은 비율의 의석을 획득한다. 그러나 연동형 하에서는, 거대 정당과 군소 정당 관계없이 모두 실제 득표율과 거의 비슷한 비율의 의석을 획득한다. 여기서 정당별 득표율과 최종 의석점유율간에 약간의 차이가 나는 것은 잉여의석(overhang seats) 때문이다. 나 정당의 경우 30%의 득표율로 90석(300석*30%)을 할당받는데, 지역구에서 96석을 얻어 비례의석을 한석도 받지 않아도 6석의 잉여의석, 또는 초과의석이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연동형 비례제를 시행하면 초과의석이 발생하지 않는한 득표율과 의석비율이 거의 일치한다. 다만, 의원정수에서 무소속 당선자수와 봉쇄조항(한국의 경우 득표율 3% 또는 지역구 5석이상)을 넘지 못해 의석할당을 못받는 정당의 지역구 당선자수를 제외하고, 또한 할당을 못받는 정당들의 득표율을 제외하고 정당별 할당을 하기 때문에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초과의석은 주로 지역구 경쟁력이 강한 기존의 다수당에 유리하다.


이 표를 통해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병립형의 경우 지역구 의석보다 정당명부 의석수의 비중이 클수록 비례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선거제도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지역구 253석, 비례 47석으로 소선거구 다수대표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지역구 의석을 줄이고 비례의석을 크게 늘리지 않는 한 비례성을 강화하기 어렵다. 그러나, 연동형은 정당명부 의석뿐 아니라 전체 의원정수에 대해 정당별 득표율로 의석수를 배정하기 때문에 정당명부 의석수에 따라 비례성이 좌우되지 않는다. 다만, 정당명부 의석수가 적을수록 지역구에서 과다 대표되거나 과소 대표된 정당들의 의석수를 보상할 여지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초과의석이 발생하여 비례성이 다소간 약화될 수 있다. 이는 거대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하여 비례성을 저하시키는 측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수당의 의석 증가를 통해 정치적 안정성을 제고시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이 표에서 예시한 연동형 비례제는 뉴질랜드 식의 전국단위 연동형이다. 독일식의 권역별 연동형은 먼저 권역별로 각 정당에 배분할 총의석수를 확정한 후 (전체 의원정수에서 무소속 및 할당 못받는 정당소속 지역구 당선자 수를 제외한 후 권역별 인구비례로 할당), 권역별 의석을 각 의석할당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며, 끝으로 권역별로 각 정당에 배정된 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자수를 뺀 나머지 인원을 권역별 비례대표 명부 순위에 따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 여기서 지역구 당선자수가 배정 의석수보다 많은 경우에는 잉여의석이 발생한다.

잉여의석은 보통 지역구 의석수에 비해 비례 의석수가 적을수록, 전국단위보다 권역별 제도에서, 그리고 규모가 큰 권역보다는 작은 권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즉, 비례제를 적용하는 규모가 작을수록 잉여의석 발생 가능성이 큰데, 2013년부터 독일은 잉여의석(overhang seats) 발생에 따른 불비례성 (disproportionality)을 해소하기 위해 잉여의석이 발생하지 않은 정당에 보정의석(compensation seats)을 주는 제도를 새로이 도입하였다. 이에 따라 비례성은 거의 완벽에 가깝게 되었지만, 기존의 잉여의석과 새로이 추가된 보정의석을 합한 초과의석이 지나치게 많이 발생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독일의 하원 (Bundestag)은 지역구와 비례 의석수가 각각 299석으로 총 의원정수가 598석인데, 2017년 선거에서는 무려 111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하여 총 의석수가 709석에 이르렀다.

전국단위 연동형을 한국에 도입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제도 개혁안은 2013년 이전의 독일 제도를 모델로 하여, 전국을 서울, 경인·강원, 충청, 대구경북, 부울경(동남권), 호남·제주의 6개 권역으로 나누어 권역별 정당명부를 적용한 연동형 비례제이다. 의원정수는 300명을 유지하되 지역구 200석, 비례 100석을 제안하였다. 지역구 의석수를 이처럼 대폭 줄이는 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 외에도 권역별 연동형 채택시 초과의석이 지나치게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점도 있다. 결국, 지역구 의석수를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비례 의석수를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권역별 연동형을 도입하는 것은 무리이며, 전국단위 연동형을 채택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하겠다.

그러면 기존의 지역구와 비례 의석수를 포함한 의원정수를 조정하지 않고 전국단위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할 때 어떠한 효과가 나타나는가를 보기 위해 1인 2표제가 처음 도입된 지난 제17대 (2004년)부터 가장 최근의 제20대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아래 표2에 제시한다.

기존 병립형제에 따른 정당별 의석분포를 보면 거대 양당은 정당 득표율보다 의석 점유율이 훨씬 크고, 군소 정당들은 그 반대로 나타난다. 거대 정당 지지자들은 과다 대표되는 반면, 군소 정당 지지자들은 과소 대표되고 있다. 정당별 득표율과 지역구 당선자수를 그대로 유지한 채 연동형 비례제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면, 정당별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간의 불균형이 현저히 줄어든다. 가령 제19대 선거의 경우를 보면, 새누리당(정당 득표율 42.8%)은 의석 점유율이 50.7%에서 45.7%로 감소하고, 민주당(정당 득표율 36.5%)도 의석 점유율이 42.3%에서 39.0%로 감소하는 반면, 통합진보당(정당 득표율 10.3%)은 의석 점유율이 4.3%에서 11.0%로 증가하고, 자유선진당(정당 득표율 3.2%) 역시 의석 점유율이 1.7%에서 3.3%로 증가함으로써 득표율과 의석점유율 간 비례성이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2. 제17-20대 국회의원 선거결과 (병립형제 하)와 전국단위 연동형제 적용시 정당별 의석배분 비교

다음으로 제19대 선거를 제외하고는 다소간의 잉여의석 또는 초과의석이 발생함을 알 수 있다. 제17대 선거 결과 10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하고(모두 열린우리당), 제18대엔 19석(모두 한나라당), 제20대엔 32석(새누리당 1석, 더불어민주당 31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하는데, 모두 거대 양당에 돌아가며 특히 제1당에 집중된다. 이처럼 초과의석 발생시 비례성이 약간 약화되고 거대 정당 지지자들이 다소 과다 대표되는 경향이 있지만, 병립형제 하에서의 불균형성으로 인한 과다 대표에 비하면 그 정도가 현격하게 약화되어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라는 기존의 선거제도 개혁 목표 달성에 상당히 근접하게 된다. 가령 제20대 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정당 득표율 25.5%를 바탕으로 그보다 15.5%포인트가 높은 41.0%의 의석점유율을 달성했지만, 연동형 하에서는 31석의 초과의석 발생에도 불구하고 의석점유율이 33.1%로 떨어지고 정당득표율과의 차이가 7.6%포인트로 감소함으로써 불비례성이 크게 줄어든다.

이처럼 연동형을 채택할 경우, 비례성과 대표성이 크게 강화됨으로써 거대정당의 과다 대표성이 약화되고 군소 정당의 의석이 대폭 늘어나게 되어 결과적으로 다당 체제가 정착되고 연립정부 구성이 필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의원정수를 현재와 같이 300석으로 유지하면서 현행 지역구 의석수를 유지할 경우, 초과의석 발생으로 인해 약간의 불비례성이 초래되는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예를 들어, 제20대 총선이 연동형제 하에서 실시되었으나 비례의석수의 비율이 충분히 커서 초과의석이 발생하지 않았다면(지역구 253석에 비례의석 160석 이상이면 초과의석 없을 것임), 26.7%의 정당 득표율을 획득한 신생 국민의당이 정당득표율 25.5%의 더불어민주당을 누르고 일약 제2당으로 부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위의 연동형제 시나리오에서 더불어민주당은 31석의 초과의석을 획득한 덕에 총 33.1%의 의석점유율로 병립형제 하에서와 같이 제1당의 지위를 유지하게되는 반면, 국민의당은 병립형제 하의 의석점유율 12.7%의 두 배에 달하는 25.0%를 얻게 되지만 여전히 제3당의 위치에 그치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정치체제 전반적인 시각에서 볼 때, 신생 정당이 약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동시에 기존의 거대 정당이 초과의석 획득을 통해 그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정치적 안정에 기여한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비례성 제고만이 선거제도 개혁의 유일한 목표라면 초과의석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례 의석수를 대폭 늘려야 하겠으나, 과거 독일에서도 초과의석이 비례성을 다소 약화시키는 반면 정치적 안정에 기여했다는 견해를 고려하면 비례 의석수를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소폭으로만 늘리면서 초과의석 발생을 어느 정도 허용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소극적인 거대 양당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대통령제와의 정합성 문제

일각에서는 비례대표제가 대통령제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과거 일부 정치학자들은 대통령제와 비례제 의회 선출 방식의 조합이 낳은 라틴 아메리카 민주주의 국가들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을 들어 (예, 브라질 80-90년대) 이러한 조합은 정부 운영과 의회-행정부 관계의 안정성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하였다. 그렇지만, 이후 대통령제가 실제 작동하는 사례에 대한 연구들을 통해 소수 정부(minority government) 상황이 되더라도 대통령이 의회로부터의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하려고 하며, 실제로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다수의 상황에서 연립정부가 구성되었음이 밝혀졌다. 오히려 대통령제와 다수대표제 의회 선출 방식의 조합이 거대 정당에 지나치게 유리하도록 편향된 결과를 낳고 대표성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비례대표제 요소가 가미된 의회 선출 방식의 필요성을 강조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연동형 제도 의회 선출방식을 도입한 대통령제 국가들의 경험은 어떠했을까? 볼리비아(하원)의 경우, 1994년 선거 제도 개혁을 통해 1997년 선거부터 권역별 연동형 제도를 도입하였다. 선거제도 개혁의 배경은 한국의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1993년 선거까지는 완전 비례대표 제도를 채택하였으나, 이 제도하에서 연립정부가 보여준 정치적 반응성 및 책임성의 문제점을 바탕으로 다수대표제 비중이 큰 연동형 제도로의 개혁을 하였다. 그리고 선거제도 개혁 이후 나타난 결과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유권자들이 선거제도 개혁에 바란 가장 큰 정치적 변화는, 정치인과 유권자의 거리가 가까워짐으로써 유권자들이 원하는 정책을 직접 정치인들이 책임을 지고 수행하는 모습이다. 과거의 완전 비례형 제도하에서는 정당이 후보 선출을 통제하고 있었고, 이와 더불어 연립정부의 통치 하에서는 정책 책임성의 소재를 논하는 데에 있어 문제가 대두되었다. 하지만 연동형 제도 도입 후, 유권자들은 기대했던 대로 "중간 규모 정당체제의 발전"을 달성하는 동시에 기존 비례대표제의 장점과 아울러 다수대표제의 장점을 동시에 취할 수 있게 됐다.

다수제에서 합의제 민주주의로

여야5당이 연동형 비례제로의 개혁에 원칙적인 합의를 했지만, 개혁 과정에서 큰 걸림돌은 의원정수 확대다. 독일식 권역별 연동형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석비율의 대폭 확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역구 의석 축소 또는 의원정수의 대폭 확대가 필요한데, 지역구 의석 축소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반대하고 의원정수 확대는 국민여론이 부정적이다.

연동형 비례제로의 개혁에 소극적인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국민여론에 반하는 의원정수 확대를 할 수 없다는 것을 구실로 사실상 연동형 비례제로의 개혁안을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제 하에서 어느 정도 초과의석 발생은 큰 문제가 아니며 정치적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면도 있으므로, 전국단위 연동형을 한국에 도입한다면 의원정수나 비례·지역구 의석비율을 현행대로 유지하더라도 작동이 가능하다. 물론 국민여론을 설득할 수 있다면 의원정수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대하는 방향이 바람직하겠지만, 의원정수 확대 불가가 곧 연동형 비례제로의 개혁 불가 이유는 될 수 없다. 오히려 지역구 의석수와 총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고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연동형을 도입하는 것이 정당체제 불안정성에 대한 거대 양당의 불안감을 완화함으로써 합의에 의한 선거제도 개혁의 가능성을 키워주는 측면이 있다.

연동형 비례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은 비례성과 대표성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지만, 더 나아가서는 다수제 민주주의에서 합의제 민주주의로의 개혁이라는 더 큰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 점에서 여야 5당이 선거제도 개혁 법안 개정과 동시에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에 착수하기로 합의한 것이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선거제도에 있어서는 다수대표제보다 비례대표제가, 정부 형태에 있어서는 대통령제보다 준대통령제(이원정부제)나 의회제(의원내각제)가 합의제 민주주의 구현에 보다 부합한다는 점에서, 또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혁이라는 점에서 연동형 비례제로의 선거제도 개혁과 함께 준대통령제나 의회제로의 개혁이 함께 이루어지면 합의제 민주주의 구현에 큰 발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직선 대통령을 가진 나라가 이를 폐지하고 의원내각제로 바로 바꾼 성공적인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또는 경로의존성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의원내각제보다는 이원정부제로의 개헌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만하다 (이동성 유종성, "이원정부제의 이론적, 경험적 고찰과 한국적 적용", 동향과전망 제100호, 참조). 한국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는 국무총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국회에 국무총리 및 내각 해임권을 부여하는 약간의 수정만으로 이원정부제로 개편할 수 있다. 굳이 국회에 국무총리 선출권을 주지 않아도 되며, 오히려 국회에 해임 권한을 주는 것이 보다 본질적인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하고,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동시에 실시함으로써 대통령과 국회 다수의 지지를 받는 국무총리가 가능하면 같은 정당에서 나올 가능성을 키우는 것이 정치 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일 것이다.

여야합의에 실패하면

그러나, 여야가 끝내 내년 1월말까지 합의에 실패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두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더불어민주당이 연동혁 개혁에 동의하지만 자유한국당이 끝내 반대할 경우의 대책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근 유치원 3법에 자유한국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국회 선진화법상의 '신속처리 안건'(일명 패스트 트랙) 조항을 활용하겠다고 했는데, 선거제도 개혁에도 이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둘째, 뉴질랜드가 소선거구 다수대표제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혁할 때에 국민투표를 실시한 것처럼 우리도 국민투표에 회부하는 방안이 있다. 특히, 의원정수 확대를 하지 않는 연동형 비례제는 국민투표 통과 가능성이 크다고 보인다. 선거제도 개혁에 국민투표나 주민투표를 거치는 사례는 더 있다. 캐나다의 브리티시 콜롬비아주도 비례대표제로의 개혁안에 대해 최근 주민투표를 실시하여 12월 7일에 투표가 종료되었는데, 오는 12월 25일경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끝으로 권역별 연동형 제도로의 개혁과 함께 논의되는 이중입후보제 및 석패율 제도에 대해서 필자들은 부정적이다. 전국 득표율 3%와 지역구 당선 5석의 봉쇄조항은 현행보다 완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연동형 개혁안과 함께 비례대표성 제고 측면에서 고려해볼 만한 것은 지역구 선거에 남녀 동반선출 2인 선거구제의 도입이다. 현행대로 정당 명부에 남녀 후보가 동등하게 들어가 있는 것과 동시에, 지역구에서도 남성과 여성후보 각각 1인씩을 선출하도록 하여 양성 간에 평등한 대표성을 높이고자 하는 방안이다. 또한 정당명부 작성 과정에서 각 정당이 성별 균형 뿐만 아니라 각계 각층을 골고루 대표할 수 있도록 하며 민주적 선출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등의 규정을 두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거시적인 선거제도 개혁과 아울러 선거운동 규제와 같은 미시적인 제도의 개혁도 필요하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 중 가장 엄격한 선거운동 규제와 함께 비교적 사소한 규제 위반에도 지나치게 강력한 형사처벌을 가하고 당선무효를 시키는 나라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위해서는 선거 시기 후보자와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보장하고, 지나친 규제로 도전자 및 군소정당 후보에게 현직 및 거대 정당 후보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제한하는 것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조만간 발간될 동향과 전망 제105호에 실릴 예정인 필자들의 논문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이론적, 경험적 고찰 및 한국적 적용을 위한 사례 검토: 연동형 비례제를 중심으로"의 내용 일부를 축약해 소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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