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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 효과', 전직 女 의원도 종편 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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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 효과', 전직 女 의원도 종편 기웃?

[데스크 칼럼] 종편이 무너뜨린 '언론 윤리'가 핵심 문제다

최근 박상도 SBS 아나운서가 강용석 전 국회의원(변호사)에 대해 쓴 글이 화제다. 박 아나운서는 지난 14일 전·현직 언론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칼럼사이트 '자유칼럼그룹'에 '강용석의 변신은 무죄?'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그는 이 글에서 "예능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장한 강용석 씨를 보면서 돈 세탁하듯 이미지도 세탁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며 "2011년에 필자가 '강용석 의원은 왜 그럴까?'라는 제목의 칼럼을 쓰면서 오늘과 같은 날이 오리라는 것을 예견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대중의 태도가 급변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아나운서는 "스스로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인 '썰전'을 통해 '예능으로 이미지 세탁'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꿈은 대통령이라는 말을 거침없이 하고 있다. 이런 그의 행태를 보면서 '그냥 웃자고 한 말이겠지'라고 생각하다가도 마음 한구석에서 '도대체 대중이 얼마나 우스우면 저럴까?' 하는 분노가 생겨난다"고 했다.

그는 "강용석 씨도 개인적으로 만나서 알고 지내면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평가는 그 사람의 언행에 의해 결정된다"며 "공인의 언행은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공인이 몇 년 동안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자숙하는 이유는 긴 침묵의 시간을 통해 죗값을 치르겠다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강용석 씨는 이런 침묵의 시간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박 아나운서가 강 전 의원의 방송 활동에 대해 유독 각을 세운 것은 강 전 의원이 낙마하게 된 계기를 떠올리면 이해가 된다. 그는 의원 신분이던 지난 2010년 7월, 서울 마포구의 한 고깃집에서 아나운서 지망생들에게 "(아나운서가 되면) 다 줄 생각을 해야 한다"는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 이에 아나운서협회는 "강 의원의 발언은 아나운서 직업과 아나운서 직업에 종사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아나운서들, 그리고 아나운서 지망생, 그 자리에 참석했던 모두를 모욕하는 발언"이라고 발끈하며 성명서를 내는 등 집단적으로 반발했다. 이후로도 강 전 의원은 개그맨 최효종 고소 사건,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병역 비리 의혹 제기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그가 제기한 문제 중 사실로 밝혀지거나 대중의 공감을 얻은 일은 없었다.

▲ 국회의원 시절 강용석. ⓒ프레시안(자료사진)

2012년 4월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연히 떨어진 강 전 의원은 그해 8월 돌연 케이블채널인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4'에 출연했다. 이를 계기로 강 전 의원은 방송인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급기야 그는 종합 편성 채널이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만든 시사 예능 프로그램의 '아이돌'이 됐다. 현재 그는 jTBC <썰전>, tvN <고소한 19> 진행자 등으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슈스케 출연 당시 "정치적인 계산으로 나온것 아니냐"는 심사위원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부인했던 강 전 의원은 방송인으로 인기가 오르자 "대통령이 꿈"이란 말은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 이런 박상도 아나운서의 강용석 비판에 보수 논객인 변희재 씨는 "강용석의 재능이 많아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지원에 나섰다.

사실 문제의 핵심은 '강용석 개인'에 있지 않다. 강용석의 '뻔뻔함', 강용석의 '재능 여부' 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성희롱 가해자'를 방송 진행자로 기용해도 되냐는 것이다. '시청률'에 도움이 되면 이런 사람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기용하는 종편의 비윤리적이며 무책임한 태도다. 강 전 의원의 성희롱이 언어 성희롱으로 성폭력으로 치자면 가벼운 수위라고 항변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칙적으로 성범죄 피해자 입장에선 가해자를 직면하는 것 자체가 '2차 피해'다. 변 씨는 '강용석의 재능'이라고 추켜세웠지만, '성희롱'이란 개념이 우리 사회에 정착되기 전까지, '언어 성희롱'은 대체로 특정 집단을 성적대상으로 하는 '음담패설', '웃기는 야한 얘기' 정도로 인식됐다. 대다수 남성들 사이에서 '음담패설'을 잘하는 이는 남을 잘 웃기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박 아나운서가 강용석을 비판하는 글 서두에 존 허츠펠드 감독의 '15분'이란 영화를 언급한 것도 이런 본질적인 문제제기 차원에서다. 이 영화는 시청률만을 추구하는 방송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위험한 존재인지 실감나게 보여준다. 영화 줄거리는 미국으로 입국한 두 범죄자가 뉴욕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유명 경관 에디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이 장면을 담은 영상을 방송사에 거액으로 팔아넘기고, 이를 통해 대중의 '스타'가 된다는 얘기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경관 에디를 뉴욕의 영웅으로 만들었던 방송사는 에디의 살해 장면을 방송하면서 '에디를 추모하기 위해 살해 장면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준다'며 언론으로서 윤리 의식이 사라진 방송이 어디까지 상업화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또 방송을 통해 그릇된 상식의 '스타'가 된 살인자들은 방송에서 받은 돈으로 변호사를 사서 '정신병'을 이유로 풀러날 궁리를 한다.

2009년 날치기된 '미디어법'을 근거로 탄생한 종편이 현재 우리 사회에 끼치는 해악 중 하나가 '언론 윤리'를 야금야금 무너뜨리고 있는 게 아닐까. 방송을 통해 얻은 '이미지'를 통해 무자격자가 공인이 되는 것의 '위험성'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종편을 통해 '정치평론가'로 부활했던 윤창중 전 대변인은 대통령의 미국 순방을 수행하던 도중 미 대사관의 인턴을 성추행하는 상상도 못할 범죄를 저질러 '국가적 망신'을 자초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전례를 보건데, 앞으로 제2, 제3의 강용석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또 강용석 전 의원의 '대통령 꿈'이 변희재 씨가 지적한 '예능감의 발로'에 그치기를 바란다. 그가 다시 정치에는 얼씬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강용석 효과' 때문일까? 금품수수 의혹으로 낙마한 새누리당의 한 전직 여성 의원이 '여자 강용석'을 꿈꾸며 종편 언저리를 기웃거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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