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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균 장관 불러놓고 둘로 쪼개진 바른미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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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균 장관 불러놓고 둘로 쪼개진 바른미래당

'한반도 비핵화' 논란…보수-중도 내분

바른미래당 지도부에서 판문점 선언 비준과 관련해 전향적인 기류가 관측됐지만, 당내 보수파의 반발로 내홍이 재발했다.

바른미래당은 8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 워크숍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불러 정부 입장에 대한 설명을 듣기로 했다.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추진한 이 사안은, 원내 3당이자 범(汎)보수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혔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아침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의원총회를 통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특히 조명균 장관을 불러 정부의 대책을 묻겠다"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책에 대해 우리 당도 책임 있는 자세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냉전적인 안보관을 탈피하고, 평화 프로세스에서 당당한 야당으로 탈바꿈하며, 평화의 시대에 적극적 역할을 하는 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워크숍 모두발언에서도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라며 같은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손 대표는 최근 정세에 대해 "어제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하고 나서 2차 북미정상회담 전망이 밝아지고 비핵화 진전이 있을 것같이 생각된다"며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당내 반발을 의식한 듯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에는 저도 (정확한 비용 추계 등) 3가지 전제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도 "남북관계 진전 상황에 대해 통일부 장관의 보고를 직접 듣고 우리 당 의원들의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갖자고 제안했다. 김 원내대표 또한 "현재 한반도 비핵화 정세는 과거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고 평화체제를 이루는 데 국회도 기여하고 해야 할 일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손학규·김관영 등 지도부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현장에서 즉각 반발이 터져나왔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 중 나온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부터, 의원총회 자리에 조명균 장관을 부를 필요가 있겠느냐며 "조 장관이 통일부에서 출발하지 않게 해 달라"는 요청까지 나왔다.

구 바른정당 출신 지상욱 의원은 "장관을 불러서 공개적으로 얘기를 듣고 의원들 논의는 비공개로 하는 게 맞느냐, 비준에 동의하는 전문가(조 장관)를 불렀으니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반대 입장의 전문가도 불러 의원들이 그 내용을 참고해 토의하는 게 맞지 않나"라며 "(손 대표 등 지도부가) 오늘 외에 따로 일정을 잡아서 국회 비준동의 반대 입장의 전문가(발표)에 따로 시간을 잡아 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지 의원은 손 대표의 '냉전적 안보관 탈피' 발언에 대해 "우리 당에 냉전적 안보관을 가진 사람은 없다"며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비핵화는 공공연히 '한반도 비핵화', 즉 대한민국도 비핵화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며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를 하는 시점에 평화 협정을 하면 되지, 그전에 왜 서둘러 종전 선언이 필요하느냐"라고 북미 간 진행되고 있는 비핵화 협상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미 군사분야 합의서로 국방이 무력화됐고, (종전선언을 하면) 유엔군사령부는 원인무효로 해체가 불보듯 뻔할 수 있다"는 주장도 폈다.

이학재 의원은 "오늘 조 장관이 통일부에서 출발하지 않게 하기를 제의드린다"며 "이 자리에 갑자기 통일부 장관을 초청해서 보고를 받는다면 언론·국민은 '바른미래당이 국회 비준동의를 하기로 이미 결정해놓고 형식적 절차를 밟는다'고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국회 비준동의 관련 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인데 장관이 와서 무슨 얘기를 하겠느냐. 정부 입장은 이미 다 알지 않느냐"며 "이 자리에 통일장관이 와서 그런 식의 보고를 한다면 나는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했다.

군인 출신인 김중로 의원도 이에 가담했다. 김 의원은 "(반대론을) 단순히 '냉전적 사고'라고 배제하는 움직임은 위험하다"며 "조 장관은 참석하지 않는 게 좋겠다. 그 분이 오시면 저도 참석을 안 하겠다"고 이 의원의 뒤를 이어 주장했다.

논란이 격해지자 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오신환 의원이 중재에 나서 "저도 국회 비준동의에는 신중한 입장이고 오히려 반대에 가깝지만, 조 장관의 말을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내용을 알아야 판단을 할 수 있고, 장관이 와서 말한다고 해서 제가 그 말을 듣고 경도될 것 같지는 않다"고 분위기를 바꿔 보려 했지만 이미 의원총회장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은 후였다.

다만 오 의원 역시 "손 대표가 지상욱 의원 말처럼 반대 측 전문가 의견도 듣기로 했으니, 장관이 와서 비공개 정보를 얻는 데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 이날 의원총회에서 당론이 정해질 가능성을 더 낮췄다. 당 지도부가 이학재·김중로 의원 등의 반발을 극복하고 설사 조 장관을 의원총회장에 부르게 된다 한들, 비준동의 반대 입장의 전문가를 따로 불러서 의견을 듣는 기회를 가지기 전까지는 당론을 결정할 수 없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논란 속에 조명균 장관은 3시 30분 경 바른미래당 워크숍에 참석해 한반도 정세에 관한 정부 입장을 설명했으나, 바른미래당의 내분이 쉽게 봉합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조 장관의 의원총회 참석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이학재·지상욱·김중로 의원은 조 장관이 입장하기 전 이에 반발해 의총장을 떠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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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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