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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체제 바른미래당 '경제는 보수, 안보는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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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손학규 체제 바른미래당 '경제는 보수, 안보는 진보?'

김관영 "소득주도성장 무모하다… 판문점선언 지지 결의안 채택하자"

원내 제3당인 바른미래당은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여야의 중간지대를 파고드는 전략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을 비판하고 "기업인들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며 규제 완화를 주장한 것은 자유한국당에 가까운 노선이었다. 반면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를 주장하며, 당장 비준동의가 어렵다면 국회 차원의 '지지 결의안'이라도 내자고 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주장과 가까웠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른미래당의 창업주인 안철수·유승민 두 정치인이 내세운 구호는 '안보는 보수, 경제·사회정책은 진보'였지만 정기국회 연설 내용은 그와는 정반대였다.

규제, 부동산 등 '경제는 보수'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연설에서 먼저 문재인 정부를 "무모하고 무책임한 정부"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1년 4개월 동안, 문재인 정부는 경제정책에서는 시장과 싸우는 실험적인 정책을 남발하는 무모함을 보였고 여러 갈등 현안들에서는 '책임지는 정치' 대신 뒤로 숨었다"며 "소득주도성장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인들의 기를 살려주어야 한다"거나 "기업은 적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소중한 자산이다. 기업이 없다면 노동자도 없다"는 등 친(親)기업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낙제점인 경제 성적표를 받아들고도 문 대통령께서는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했다"며 "현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취지와 구호는 좋지만 현실에서는 당초 의도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소득주도성장 정책 중 최악의 결정은 바로 유례 없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라며 "시장의 현실을 무시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밀어붙이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무모하다고밖에 따로 칭할 표현이 없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정부는) 일자리 예산으로 2년에 걸쳐 약 54조 원을 투입한 데 이어, 내년에도 23.5조원을 퍼붓겠다고 한다"며 "일자리는 민간에서 만들어져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바른미래당은 △주52시간 근로제를 유지하되, 예외업종을 확대하고 △노사 자율 합의에 의한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확대를 통해 근로 유연성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그는 "한국경제의 회복을 위한 바른미래당의 대안"은 "경제민주화의 강화를 통한 공정경제 생태계 확보"라면서도 "그런데 지난 1년 4개월을 돌아보라. 공정경제 생태계를 제대로 조성하지도 못했고,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 혁신' 노력은 말만 앞설 뿐 아직도 빈손이다. 대통령이 규제 혁신을 외치고 있음에도 여당 내에서조차 갑론을박으로 갈피를 못 잡고 있고, 기업들은 이 나라에서 도저히 사업을 못 하겠다면서 국내 투자가 아닌 외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듯했지만, 사실상은 규제 완화를 촉구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선 허용, 후 규제의 산업정책이 필요하다"며 "'천송이 코트'를 기억하실 것이다. 2014년 한류 열풍을 이끌었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입었던 옷인데, 액티브X라는 보안기술에 막혀 소비자들이 구매하지 못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규제 개혁을 외치며 4년이 지났지만 대표적인 전자결제의 장애물인 액티브X는 여전히 규제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천송이 코트'는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이 규제 완화를 강하게 주문하며 들었던 사례다.

그는 "최근 국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여당 내의 이견으로 처리되지 못했다"며 "금융산업 발전과 핀테크 산업의 혁신을 위해서는 은산분리의 일부 완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8월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했던 규제프리존법과 지역특구법은 하루빨리 처리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는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시장에 대한 순응보다는 수요 증가에 대한 규제를 선택했다"며 "그러나 규제가 역으로 가격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진단하고, 특히 "얼마 전 정부가 부동산 대책이라며 '부부합산 소득 7000만 원이 넘는 가구'에 대해 전세 보증 신청 자격을 제한하기로 했다. 과연 정책자금 지원 보증 범위 제한 기준으로 적합한지 의문"이라고 공세를 폈다. 그는 대안으로 "가격이 높다면 공급을 늘리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이라며 "수요 규제에 공급 정책을 더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판문점 선언 지지 결의안 채택하자"…정치개혁 제안도

반면 외교안보 이슈에 대해서는 안철수·유승민 식 '안보 보수' 노선에서 다소 전향적인 발언이 나왔다. 김 원내대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그간의 노력을 평가한다"며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는 긴장완화의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남북교류, 종전선언을 위한 남북한의 합의도 이뤘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여당은 최근의 한반도 비핵화의 속도감 있는 진전을 추동하기 위해, 정권교체와 상관 없이 일관된 대북정책의 수행을 위해,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며 "대통령과 여당의 요청에 바른미래당은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초당적인 협력과 합의로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다만 판문점 선언 이후 북한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진전은 없이 북미 협상마저 교착상태에 빠져있고, 굳건한 한미동맹과 공조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에서 비준동의안처리가 한미동맹의 균열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일부 야당의 우려도 경청할 가치가 있다"며 "비준동의안 처리는 여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점을 찾아 합의 처리해야 진정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지금 시점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판문점 선언 지지를 위한 국회차원의 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신의 제안에 대해 "국회의 확고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전 세계에 표명하고, 야당의 우려를 반영해 굳건한 한미동맹 유지(관련 내용)와, 북한에 대해서도 판문점 선언 및 한반도 비핵화의 책임있는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 등을 담았으면 한다"고 설명하며 "결의안 채택 직후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 처리에 관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본격적으로 의논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바른미래당은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는 물론 정권교체나 정치상황 변화에 관계없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제도 마련에 모든 정당이 참여해서 성과를 내도록 이끌어 나가겠다"고까지 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한 정치개혁 관련 제안도 다수 내놨다. 그는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행정부 운영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만기친람 청와대가 정부 그 자체가 되어 버린 상황, 소위 '청와대 정부'"라며 "이제는 내각이 중심이 되는 행정부로 바뀌어야 한다. 장관들은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청와대 비서진들은 옆으로 비켜서 본연의 보좌 업무에만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문재인 정부의 소위 '공론화 정치'는 문재인 정부의 비겁함과 무책임 정치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은 주권자가 위임한 권력을 토대로 책임 정치를 해야 한다. 억지로 여론을 만들어서도 안 되며, 여론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해서도 안 된다"며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집권 후 야심차게 추진한 몇 가지 정책들을 보면 과연 '책임 정치'가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 문제, 대입정책 문제 공론화 논란 등이 그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기가 당겨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상황에서 '더 많이 오래 내고, 더 늦게 적게 받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우려가 나온다"며 "대통령 지시사항인 법적 보장 제도만 강구하고, 중장기 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또 탈원전(탈핵)이나 대입제도처럼 '공론화 위원회'에 던져 놓는 '뒷짐 정부'가 될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선거구 개편, 개헌 등 정치 제도의 개혁도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대표성과 비례성이 강화되는 선거제도로의 개혁을 적극 지지한다고 공개 발언하신 것에 대해서 높게 평가한다"며 "민주당·한국당 두 당 대표가 이미 선거제도 개편에 긍정적 의사를 표현한 만큼 즉각적으로 정치개혁특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올해 안으로 민심 그대로의 선거제도인 연동형 비례대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개헌도 올해 안으로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개헌 문제에 관해 문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회피하지 말고 책임 있고 분명한 답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선거 동시 개헌' 무산에 대해 국회의원으로서 국민들께 송구하다"며 "제3당으로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민주당의 일방통행과 한국당의 비협조로 결국 지방선거 동시 개헌은 무산됐다"고 여야를 모두 비판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먼저 당초 약속과 달리 지방선거 동시 개헌 반대입장을 밝히고 개헌에 사실상 반대를 해온 한국당이 국민들께 먼저 사과해야 한다"면서도 "대통령의 책임도 있다. 공약한 날짜가 되었다고, 국회가 수용할 수 없는 개헌안을 던진 문 대통령의 행동도 적절하지 못했다"고 양 측 모두에 날을 세웠다.

그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 이외에도 우리가 풀어내야 할 정치 과제는 많다"며 "고(故) 노회찬 의원도 피해가지 못했던, 정치 신인들에게 불리한 운동장인 정치자금법 개정" 등을 대표적 과제로 꼽았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여성 이슈에 대해서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의혹사건과 1심 판결이 우리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매우 엄중하다"며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입법 부재'가 이유라면 국회는 타당하고 합리적인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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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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