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2일 새 당 대표로 손학규 대표를 선출했다. 손 신임 대표는 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전국청년위원장 선출대회'에서 최종 득표율 27.02%를 얻어 임기 2년의 당 대표에 당선됐다.
하태경 후보가 22.86%를 얻어 2위, 19.34%를 얻은 이준석 후보가 3위를 기록해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바른정당 출신들이 만만치 않은 득표력을 보이며 약진한 점이 눈에 띈다. 권은희 후보는 6.85%를 얻는데 그쳤지만, 여성 몫으로 최고위원에 입성했다. 정운천, 김영환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전국 청년위원장에 단독 출마한 김수민 후보는 찬성률 63.23%로 당선됐다.
안철수 전 의원의 배후 지원 논란,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비판에도 바른미래당이 손학규 대표 체제를 선택한 배경은 당이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생존마저 위협받는 상황에서 2020년 총선까지 안정적으로 당을 이끌어갈 수 있는 노련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로 풀이된다. 일찌감치 '손학규 대세론'이 형성된 데다, 이번 전당대회가 이렇다 할 주목을 끌지 못해 이변 가능성이 사라진 점도 원인이다.
당장 손 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으로 나뉜 당 내분을 수습하고 한자리수에서 횡보하고 있는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역할이 과제다. 이렇다 할 정치적 존재감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바른미래당이 공중 분해돼 총선 전에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안철수 전 대표가 전날 독일로 출국했고, 유승민 전 대표는 전당대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2선으로 물러난 상황에서 당분간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리더십'에 명운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손 대표는 전당대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두 분은 당 통합의 주역이고 또 당의 대통령 후보이고 소중한 자산"이라며 "앞으로 당의 발전을 위해서 큰 역할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당의 지도부도 그분들의 역할을 기대하겠다"고 했다. 손 대표는 "당내 통합은 최선결 과제"라며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를 비롯해 당내 개혁부터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을 향한 올드보이 논란에 대해선 "저도 그렇고 민주당도 그렇고 민평당도 2007년 대선후보가 다시 나와 올드보이의 귀환이란 말은 맞다"면서도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개혁 의지를 갖고있는가, 얼마나 정치를 새롭게 할 의지를 갖고 있느냐가 올드보이와 골드보이 차이가 될 것"이라고 항변했다.
손 대표는 또한 당의 존립 여부가 결부된 문제인 선거제도 개혁에 사활을 걸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비례대표를 60~70석 정도 늘려야 한다는 학계 의견이 있다"면서 "이를 포함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국민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대표 수락연설을 통해서도 "제왕적 대통령, 그리고 승자독식 양당제라는 두 개의 괴물을 반드시 물리치겠다"며 양당 체제 극복을 위한 선거제도 개편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무능과 독선의 제왕적 대통령제야말로 촛불혁명 이전의 수구정치 체제"라며 "다당제가 현실이 된 지금 여소야대의 난국을 극복하고 국민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유럽식의 합의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손 대표는 이어 현재의 정치체제를 "민의를 왜곡하고 국민 다수의 참여를 가로막는 양극단의 수구적 거대양당 체제"라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겨냥했다.
그는 "지금 한국 정치에는 여의도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큰 곰 두 마리가 있다"며 "대통령의 인기에 영합해 눈치만 보고 거수기와 앵무새 노릇에 앞장서는 민주당, 아직도 반성은커녕 틈만 나면 막말과 시비만 하는 자유한국당, 바로 이 두 수구적 거대양당이 한국의 의회정치를 망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 정치를 어지럽히는 이 두 정당과 온 힘을 다해 맞서 싸워야 한다"며 "지금 민심은 다음 총선에서 이 두 정당을 심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제도 개편 방향과 관련해 손 대표는 "잘못된 선거제도,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없고 오직 승자가 독식하는 선거제도가 난관이자 장애물"이라며 "유권자의 대표성을 확보하고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대안"이라고 했다.
그는 "지역주의 정치체제로 만들어진 승자독식의 현행 선거제도를 바꾸고 국민 모두의 이해와 요구를 담고 대표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포함한 정치개혁을 이루겠다"고 했다.
손 대표는 또 "대통령이 개헌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연장이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며 "국회가 주도하고 국민이 승인하는 개헌 프로세스를 크고 작은 모든 정파 지도자들과 함께 논의하겠다"고 했다.
당내 통합과 관련해선 "우리 안의 분열, 우리 안의 진보/보수, 우리 안의 영남/호남, 우리 안의 계파 등 모든 이분법을 뛰어넘어 우리 안의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없는 살림에 서로 갖겠다고 싸우는 것처럼 볼썽사나운 것이 없다"며 "우리는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