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意 외면한 채 경제성만 앞세운 지방행정 변화해야
“어떻게 경북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이곳에 이런 발전소를 세울 계획을 했을까? 누가 이리 무모한 일을 벌이고 있는가. 이곳에 승마장 하나 건립하다가 포항시가 뒤집어진 일이 불과 몇 년 전 사건이었는데 그것보다 수천배 더 환경오염 영향이 큰 대규모 발전소를. 바로 인근에 대학들이 있고 법원, 체육공원 등 주요 공공시설이 즐비한데도. 작년에는 지열발전소 유발 지진 때문에 이곳이 초토화가 되어 아파트 가격이 반토막 났는데 이번에는 화력발전소라니 어이가 없네요"
서병철 한동대학교 교수는 포항시가 지난해 최악의 지진피해를 입은 흥해읍과 장량동 인근지역에 펠릿 발전소를 건설하고자 하는데 대해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지역경제 활성화로 포장한 환경공해시설 유치 논란
포항시는 2016년 11월 보도자료를 통해 ㈜포항신재생에너지가 영일만3산업단지 내에 신재생에너지 바이오매스 발전소 추진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에 허가 신청을 함에 따라 향후 고용 창출, 영일만 활성화 등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시는 당시 “포항신재생에너지는 영일만3산업단지 내 4만7천여㎡에 순수 목재펠릿을 연료로 하는 신재생에너지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최근 산자부에 전기발전사업 허가를 신청했다” 면서 “3천억원이 투자되는 이 사업은 건설 기간 동안 연인원 약 15만 명과 중장비 및 건설기계 장비가 동원되며, 상시 고용인력이 400명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연간 총 연료사용량 50만t 중 35만t을 동남아 지역으로부터 수입할 계획이어서 영일만항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건설 기간 중 주민고용, 지방세(약15억원) 및 지역 지원사업(기본지원금 3천만원, 특별지원금 45억원) 등으로 지역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연간 발전량 110mw로 약 25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양으로 전력 비상사태 발생시 영일만 산업단지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전력 비상 공급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환경적 측면에서도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는 연간 50만t(소나무 5천만 그루를 심는 효과)에 이른다며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했다.
바이오매스는 목재팰릿(목재나 제재소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압축해 일정 크기로 생산한 바이오 연료)을 태워 에너지를 얻는 형태다.
지난 2016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의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고 오는 2020년 12월까지 3000억 원을 들여 포항 흥해읍 3일반산단 내 수중로봇복합실증센터 인근 4만6000㎡ 부지에 발전 용량 110MV 시설 1기가 건설을 추진 중이다.
◇석탄보다 10배 많은 유해물질 공장에 목을 매는 이유는?
바이오매스 발전소 건설사업은 최근 주민설명회 단계에서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지난 9일 흥해읍주민센터에서 열린 주민설명회가 주민들의 집단반발로 무산됐고 11일 장량동주민센터에서 열린 주민설명회 또한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흥해읍이 지역구인 한창화 경북도의원은 “사업을 추진하려면 주민 동의가 최우선인데 일절 없다가 갑자기 환경영향평가를 알리는 것은 말도 안된다. 설명회를 들을 필요가 없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흥해읍 용한리 등 발전소 예정지 인근 어민들 또한 “통상 발전소가 들어서면 주변 5㎞내 어업 폐업 보상이 이뤄지고 발전소에서 나오는 온수로 인한 환경 파괴가 우려된다”고 했고,
또 다른 주민은 “나무(목재펠릿)를 태워 발전을 하는 것 자체가 친환경이 아닐 뿐더라 향후 다른 연료로 바뀔 수도 있어 더욱 염려된다”고 했다.
포항환경운동연합도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목재 펠릿이 연소할 때 발생하는 유해 물질 배출량은 석탄보다 10배 이상 많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2015년 목재 펠릿은 태양광·풍력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 감소 효과가 떨어짐을 지적했고 가중, 축적되는 오염문제를 고려하면 청정연료사용지역의 규제를 받는 포항시의 상황에서 화력발전소 건설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가 기업유치 명분으로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며 "환경에 반하고 주민의 뜻과 무관하게 추진하는 기업유치사업은 더 이상 들어설 자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포항시는 소모적인 논란을 없애고 주민갈등을 야기하지 않도록 빠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포항시의회 또한 최근 주민설명회를 통해 확인한 반대여론을 근거로 시민의 반대입장을 대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민환경권 볼모로 한 기업유치 실적만 앞세운 포항시
포항시는 난감한 상황이다.
바이오매스 공장 유치를 통한 긍정적인 경제성을 기대했으나 설명회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하자 사업을 중단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17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 과정에서 주민 반대가 너무 심했다. 경제성이 커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주민반대가 극심한만큼 사업을 중단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 사업자 측에서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주민들이 끝까지 반대하면 사업을 포기한다는 것이 사업자 측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사업자 측은 당초 오는 9월 주민의견을 수렴한 결과를 반영해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현 상황에서 이 사업은 물 건너 간 격이 됐다.
그러나 이 사업은 이미 2016년부터 공론화했고 시의회에서도 2017년 3월 시정질문을 통해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포항시는 물론, 시의회가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시정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상민(장량동) 의원은 ‘바이오매스 발전소 유치 관련 주민의견 수렴 계획과 신재생 에너지 정책 변화에 따른 시의 대책“에 대해 질의했으며, 이에 이강덕 시장은 ”순수 목재만을 사용하는 발전시설로 신재생에너지 가중치 조정 정책 대상이 아니고 현재 사업이 순조로이 진행 중에 있으며, 최종 투자자가 확정되면 바로 주민설명회를 실시하고 차후에 추진할 사계절 환경영향평가 시에도 주민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이후 2017년 11월 15일 포항지진이란 변수가 작용하긴했지만 포항시와 시의회가 기업유치를 통한 경제활성화에만 목을 맨 채 주민 환경권은 도외시함으로써 불필요한 주민갈등을 유발한 셈이다.
서병철 한동대 교수는 “주민의견을 도외시하고 지방행정의 목적성만 앞세우는 행정행위의 일방성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 지난 지방선거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면서 “행정행위가 주민위에 군림할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인 자세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시대적 요구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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