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주택공급에 동의하면 역사의 죄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의 용산공원 주택공급 문제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오 시장은 대안으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제시했다. 두 사람은 다음 주 다시 만나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오 시장은 "타협의 여지가 없다"며 완강한 입장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0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해 "오히려 공급이 축소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걸 막으려면 공급만 늘리면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부동산은 주식과는 달라서 시간차가 있어요. 서울은 빈 땅이 없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려면 기존 주택을 철거해야만 합니다. 오세훈 시장의 재개발 계획을 분석해 보면 사업 초기 몇 년간은 새로 공급되는 주택보다 멸실되는 주택 수가 더 많아져, 오히려 단기적으로 서울 전월세 시장의 불안과 가격 폭등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반면 정부의 용산공원 공급안에 대해서는 "멸실 과정 없이 즉각적인 공급이 가능한 빈 땅"이라며 "녹지 공간을 보존하더라도 현재 녹지가 아닌 부지를 활용한다면 멸실에 따른 공급 시차 없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부동산 세제 개편안에 대해 야당을 중심으로 1세대 1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는 등 정치권의 부동산 감세 기류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1세대 1주택자라서 투기를 한 것도 아닌데 5억 주고 산 부동산이 10억이 됐다고 해서 왜 세금을 더 내야 하냐. 내가 무슨 잘못을 했냐'고 하는데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근로소득자는 노력해 연봉이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오르면 세금이 200만 원에서 1000만 원 정도로 5배 늘어납니다. 노력해서 소득을 올린 사람은 세금을 더 많이 내는데, 가만히 앉아서 부동산 가격이 오른 1주택자는 감세를 요구하는 게 말이 되나요."
'버티면 오른다' 공식을 깨려면...보유세 높여야
이 연구위원은 한국의 부동산 세금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야당과 보수 언론의 주장에 대해 "통계를 잘못 해석한 명백한 오류"라고 반박했다. 국내 '재산세제' 통계가 높게 나오는 이유는 부동산 세금이 높아서가 아니라, 주식 양도소득세가 없는 대신 부과되는 주식 거래세와 상대적으로 높은 상속세가 재산세제 항목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주요국 중 최하위권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낮고, 거래세인 취득세만 높은 기형적 구조"라며 "이스라엘이나 미국처럼 거래세인 취득세는 낮추고 보유세를 대폭 높이는 세제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이 높은 보유세를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형평성이 아니라 '시장의 효율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매년 1% 수준의 보유세를 내게 하면, 해당 부동산에서 1% 이상의 가치와 효용을 창출하지 못하는 주체는 버티지 못하고 시장에 주택을 팔 수밖에 없다"며 "보유세가 낮으면 '버티면 언젠가 오른다'는 믿음으로 부동산을 움켜쥐게 되고, 결국 한정된 재원이 무수익·저수익 자산에 매몰돼 국가 경제 발전을 저해한다"고 설명했다.
묘수가 12개쯤 있는 세제개편안...'세테크' 몰두하게 만드는 비효율
최근 발표된 세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누더기 세제를 만들어 사회적 비효율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연구위원은 "바둑에서 '묘수 세 번이면 진다'는 말이 있는데, 이번 개편안에는 묘수가 12개쯤 있는 것 같다"면서 ISA 개편을 둘러싼 논란을 지적하면서 "핀셋 수정이나 예외적 세제 혜택을 남발하면 국민들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적 공부가 아닌 '세테크' 공부에 몰두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테크로 세금을 아끼는 것은 개인에겐 이득일지 몰라도 사회 전체 세수만 줄어들 뿐"이라면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단순하고 명확한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국내 국채 금리(10년물 4% 초과, 20년물 5% 육박) 역시 실질 금리 기준 6%에 육박하는 등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이 연구위원은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며 변동성이 커지자 투자 심리가 위축돼 채권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고, 높은 금리가 다시 주식시장을 압박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쉬었음' 청년 72만명 시대, 졸업실업급여를 지급하자
이 연구위원은 최근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이 72만 명(39세 이하 기준)에 달하는 심각한 청년 고용 문제의 해결책으로 파격적인 '졸업 실업급여' 제도를 제안했다.
그는 "청년들에게 졸업장은 학생 신분을 박탈당하고 백수가 되었음을 알리는 '백수증'과 같다"며 "취업 공백기 불이익을 피하려 일부러 졸업을 미루는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사회 전체적으로는 경제활동 시기를 늦추는 거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3이나 대학교 4학년 등 졸업 예정자에게 국가가 1년 전부터 고용보험료를 대납해 주고, 졸업 후 취업이나 진학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정식 실업급여를 지급하자는 구상이다. 이 연구위원은 "청년들이 가장 힘든 순간에 국가가 나를 도우며 연대하고 있다는 믿음을 줄 때 '학습된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제도 도입에 필요한 재원에 대해서는 공무원과 교원의 고용보험 강제 가입을 통한 구조 개혁을 제시했다. 이 연구위원은 "건강한 사람이 아픈 사람을 위해 보험료를 내듯, 사회보험의 본질은 강제성과 연대"라며 "고용이 안정된 공무원과 교원이 고용이 불안정한 이들을 위해 고용보험에 가입하도록 법제화한다면, 졸업 실업급여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은 물론 청년 고용 불안으로 유발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인터뷰는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