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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을 보면 '관세전쟁'의 미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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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을 보면 '관세전쟁'의 미래가 보인다

[오민규의 인사이드경제] 6월 이전에 시작될 위기와 혼란의 소용돌이

폭풍 같은 10여 일이 지나갔다. 4월 2일, 전 세계를 놀라게 한 트럼프의 관세전쟁 선포 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권시장은 폭탄을 맞은 듯 비틀거렸다. 중국 역시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으면서 관세전쟁은 거대한 도박판처럼 변해버렸다. 긴장은 고조되었고 미래 예측에 대한 불확실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4월 9일, 난데없이 트럼프가 '상호관세 90일 유예'를 선언하면서 주식시장은 환호의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애플(Apple)과 엔비디아(NVIDIA) 주가 폭락을 염려했는지 트럼프는 스마트폰, 메모리칩을 비롯한 몇몇 전자제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아예 면제해 주는 추가 조치도 해주었다. 뭔가 끝이 보인다는 신호인 걸까.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 It's NOT over till it's over

애널리스트와 언론사들은 관세 유예 조치의 이유와 효과 분석에 여념이 없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그대로 남아 있다. 관세의 종류도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정말 복잡하다.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관세 관련 조치를 종합해 보면 아래 표와 같다.

▲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관세 관련 조치.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이 표에 등장하는 관세 종류만 벌써 5~6가지가 된다.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 징벌적 관세(puinitive tariff), 국가안보 관세(security tariff), 여기에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른 관세, 일부 전자제품에 적용되는 특별 면세 품목….

각각의 관세는 중복 적용되기도 하고 배제 적용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징벌적 관세는 다른 관세에 덧붙여진다. 중국에 적용되는 상호관세 125%에 징벌적 관세 20%는 보태지기 때문에 최종 관세율은 145%가 된다. 캐나다·멕시코에는 상호관세 대신 USMCA 관세가 우선 적용되지만 만일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징벌적 관세 25%가 부과된다.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에 적용되고 있는 국가안보 관세의 경우 상호관세가 추가로 부과되지는 않는다. 즉, 향후 국가별 협상에 따라 상호관세율이 확정되더라도 자동차·철강·알루미늄에는 지금과 동일한 25%가 적용된다. 조만간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다는 반도체·의약품 관련 관세 역시 동일한 원리이다.

미래를 들여다보는 창 : 자동차 관세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➀ 앞으로 90일 내에 국가별 협상을 통해 정해질 상호관세율이 확정되지 않았다.

➁ 반도체·의약품 등에 적용될 국가안보 관세율이 아직 확정 발표되지 않았다.

➂ 중국과의 관세율(125%, 145%)이 너무 비현실적인데 추후 전망이 불투명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낮은 영역이 존재하긴 한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해 철강·알루미늄·자동차에만 부과되는 25%의 국가안보 관세 항목이다. 상호관세가 어떻게 결정되더라도 변동이 없으며, 중국의 경우 미국과 오랜 무역전쟁을 겪으면서 자동차·철강·알루미늄 관련 수입·수출이 매우 줄어든 상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25%의 관세가 절대 불변이라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이 부문의 경우 이미 트럼프 관세가 부과되고 있기 때문에 그 효과가 무엇인지 가장 먼저 드러난다. 트럼프가 원하는 효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정반대의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관세율은 트럼프 행정부가 변경할 수도 있다.

생산재인 철강·알루미늄에 비해 소비재인 자동차는 글로벌 경쟁이 매우 치열한 영역이기에, 관련 기업들의 관세 대응도 매우 빠른 속도로 벌어진다. 따라서 자동차와 그 부품에 매겨지는 관세가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향후 상호관세를 비롯한 트럼프의 관세전쟁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판매가격은 많이 올랐을까?

<인사이드경제>는 해외 주요 언론을 뒤져서 주요 업체들이 트럼프의 관세 부과 이후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를 아래와 같이 표로 정리해 보았다.

▲ 주요 완성차업체의 트럼프발 관세 전쟁 대응.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동차 업체들은 25%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가격 인상에는 주저하고 있다. 유일하게 폭스바겐 정도가 '수입 수수료(import fee)'를 통해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업체는 가격을 동결했다. 닛산과 포드의 경우 오히려 가격 인하 또는 할인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 업체에 특별한 재주가 있는 건 아니다. 가격을 동결하면 그만큼 이윤이 줄어든다. 오히려 손해 보고 파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지금 가격을 대폭 인상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수십 년 동안 축적해 온 시장점유율을 빼앗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업체들이 모두 한꺼번에 가격을 올린다면 모를까, 먼저 올리면 다른 업체에 점유율을 빼앗기게 된다.

물론 한정 없이 가격을 동결할 수는 없다. 미국 내 딜러들이 보유한 재고물량 평균은 대략 2개월 정도. 이게 소진되는 타이밍이 한계점이다. 현대차가 6월 2일까지 가격 동결을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두 달 동안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바뀌기를 기대하면서, 누가 먼저 가격을 올릴지 치열한 눈치작전이 전개될 것이다.

일자리는 미국으로 돌아가고 있는가?

트럼프는 자신의 관세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미국으로 좋은 일자리가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가 아니라 해리스를 공개 지지했던 전미자동차노조(UAW) 역시 이 명분을 적극 내세우며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자동차 관세는 그런 효과를 내고 있을까?

닛산과 GM의 사례를 보면 그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애초에 닛산은 테네시주 스머나(Smyrna) 공장에서 생산하는 로그(Rogue) SUV 생산에 투입되던 교대조를 줄일 예정이었으나, 기존 2개 교대조 모두를 유지하기로 했다. GM 역시 인디애나 공장에서 경트럭 생산을 늘리기 위해 임시직 수백 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스텔란티스 사례는 정반대에 해당한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량에 관세가 부과되자 멕시코·캐나다 완성차 생산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그런데 문제는 복잡하게 얽힌 공급망에서 발생했다. 멕시코·캐나다 공장에 차체를 비롯한 각종 부품을 생산하는 미국 공장도 덩달아 중단되었다. 결국 미국 부품공장에서 900명이 일시해고(lay-off) 되고 말았다.

가장 빠른 부정적 영향, 전기차(EV)

물론 앞에서 든 사례는 모두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업체들 역시 너무 갑작스런 변화에 대응하려다 보니 일관된 정책이 아니라 임시방편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차 부문에서 부정적 영향이 가장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GM은 최근 중대형 전기차 밴을 생산하던 캐나다 CAMI 공장 1,300명 노동자 중 500명을 일시해고 하면서 "전기차 수요 부진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6개월 뒤인 10월 경에 500명 모두 리콜(recall, 재고용)할 것이라면서 말이다.

트럼프의 관세정책과 무관하게 전기차는 캐즘(Chasm) 영향으로 수요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동차 관세가 불어닥치니 GM 입장에선 곧바로 고용 조정을 밀어붙인 것이다. 모든 원인은 관세가 아니라 캐즘에 있다고 탓을 돌리면서.

이게 과연 GM에서 벌어진 사례일 뿐일까? 조만간 전 세계 전기차 업계에서 유사한 일들이 펼쳐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구조조정을 하고 싶었는데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아주 좋은 명분을 만들어준 셈이다.

공급망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트럼프 관세전쟁이 벌어지면서 모두 주식시장에 눈을 돌린다. 주식 한번 가져본 적 없는 내 입장에선 딴 나라 얘기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금융시장이 아니라 실물경제의 변화 양상이다. 쉽게 말해 '먹고 사는 문제'나 '일자리 양과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은 변화에 가장 빠르게 반응할 뿐, 그곳에서 폭풍이 한차례 지나갔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실물경제 타격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게다가 관세를 갑자기 부과했다가 갑자기 철회하기도 하는, 변덕맞은 트럼프의 정책은 실물경제 위기를 극단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가장 먼저, 그리고 확실하게 끼칠 영향은 이거다. 기업들은 물론이고 각국 정부 역시 신규투자 결정을 극도로 꺼리게 될 것이다. 오늘 뭘 결정한들 내일 트럼프가 입장을 바꿔버리면 물거품이 되어버리니 "상황을 지켜보자"며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다.

신규 투자를 결정해도 공장이 단박에 지어지는 것도 아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트럼프를 만나 210억 달러 투자 약속을 했지만 그건 앞으로 4년에 걸쳐 이뤄질 사업이다. 트럼프는 오늘 관세를 부과하고 내일 철회하는 등 하루아침에 일을 치르지만, 공장 건설은 2~3년이 걸린다. 대량생산을 위한 공급망 구축은 시간만이 아니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다.

문제는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글로벌 공급망에 엄청난 혼란을 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지속될수록 혼돈의 양상은 더욱 복잡해지고 세계 경제와 산업은 수렁으로 빠져든다. 그 결과가 무엇인지 가장 빨리 드러나는 곳은 자동차산업이다.

이 전쟁이 다른 양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미국 재고물량이 소진되는 6월 이전에 위기와 혼란의 소용돌이가 시작될 것이다. 아, 하필 바로 그 타이밍에 한국은 대선을 치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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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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