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집단 휴학한 의대생들의 복학이 이달 말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학칙에 따라 제적 등 조치를 취하겠다는 대학이 늘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대 교수들이 의료계가 투쟁 일변도 대응을 멈추고 대화에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도 올해는 특별한 구제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며 의대생들에게 복학을 요청했다. 의대생 단체인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학교로 돌아가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하은진 서울의대 교수는 19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공의·의대생 집단이탈 사태의 해법에 대해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대화를 통한 소통과 연대라고 생각한다"며 "극단적으로 갈라진 양쪽의 대립은 서로를 파괴하기만 한다.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된다"고 했다.
하 교수는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전공의·의대생들의 투쟁 일변도 대응을 비판한 네 명의 서울의대 교수 중 한 명이다. (☞관련기사 : 서울의대 교수, '복귀반대' 제자에게 "내 가족이 치료받을까 두려워")
하 교수는 해당 글을 쓴 이유에 대해 "전체주의적이고 민주사회의 규범을 위배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하는 모습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복귀자) 블랙리스트라든지, 복귀하는 동료를 동료가 아니라고 표현한다든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는 것은 공동체 사회에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수의 키보드워리어에 묻혀 다수가 말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그런 방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숨어 있는 목소리를 끄집어내 건설적인 논의를 통해 지금 하고 있는 투쟁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 교수는 '의대생들이 이달 말까지 복귀하지 않을 경우 3학기 연속 휴학을 금지하는 학칙에 따른 제적 및 편입을 통한 충원 등 원칙 처리를 할 것'이라고 밝히는 대학이 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정말로 해결이 안 될 것 같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저는 원칙이 지켜져야 된다고 생각하기는 한다"고 했다.
김홍순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관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의대생 복귀 현황에 대해 "아쉽게도 아직 숫자를 밝힐만큼 많은 학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이라고 밝힌 뒤 "이번에 꼭 돌아와 교육을 받으면 좋겠다. 정부와 대학도 잘 준비해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의대생들에게 복귀를 호소했다.
김 지원관은 의대생 복귀 시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24학번들이 분리교육을 받고 싶어하고 25학번보다 한 학기라고 먼저 졸업을 희망한다고 알고 있다"며 "24학번의 분리교육을 가능하게 하려면 3월말까지 돌아와야 교육과정 설계상 조기 졸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분리교육 뿐 아니라 졸업 후 의사고시, 수련의 과정 정원 배정, 선발 시험, 전문의 시험까지 일정 조정이 다 가능한 걸로 복지부와 협의가 완료됐다"고 부연했다.
김 지원관은 미복귀 의대생 유급·제적 문제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올해도 특별한 조치를 취해 학사 구제를 해줄 거라는 기대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올해는 작년과 사정이 달라 좀 어렵다"며 "왜냐하면, 시간이 갈수록 의대 교육 여건이 나빠질 수 밖에 없다. 극단적인 경우 올해에 안 돌아와 내년에 세 개 학년이 겹친다면, 총장들 말로는 사실상 의대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제적 의대생의 빈 자리를 편입으로 충원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교육부 국장이 먼저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평소 대학에 결원이 나면 일반 편입으로 충원했다. 의대가 소수이긴 하지만, 그건(편입) 결원이 나왔을 때 일반적인 처리 절차"라고 했다.
반면 이선우 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같은 방송에서 "(대학에) 돌아가도 교육을 받기 어렵다고 대부분의 학생이 생각한다"며, 의대 정원이 늘어난 상황에서 "교육을 어떻게 할지 현실적인 방안이 나와야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의대생들의 핵심 요구안을 묻는 말에도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한 반대를 외치고 있으면서도 '교육이 가능해지게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가장 메인"이라고 교육 문제를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학칙에 따른 유급·제적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질문에는 "저희도 학칙상 적법한 휴학계를 제출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인정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유급·제적 조치 시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가'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그렇게까지 가기보다는 교육이 제대로 돌아와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주를 이룬다"고 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7일 의대생들이 3월까지 복귀하면, 내년 의대 모집 인원을 전년도와 같은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했다. 이후 서울대 의대는 오는 27일로 마감시한을 설정하고, 이때까지 복귀하지 않은 의대생에게는 유급·제적 등 학칙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고려대 의대와 연세대 의대도 각각 오는 21일과 오는 24일로 의대생 복귀 마감시한을 정하고, 서울대 의대와 비슷한 방침을 발표했다.
이날 오전에는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들이 의대생 복귀 문제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영상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각 대학 총장이 의대생 집단 휴학 승인을 불허하기로 의견을 모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