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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쿠르스크 장악하며 자신감 얻었나…'조건부' 휴전 동의안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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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쿠르스크 장악하며 자신감 얻었나…'조건부' 휴전 동의안 제시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 중단 요구 시사…BBC "충족 거의 불가능한 조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30일 임시 휴전안에 "동의"한다면서도 즉시 합의가 어려워보이는 여러 조건을 내걸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휴전 기간 중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무기 공급 제한을 조건으로 걸 가능성을 시사했다.

러 국영 <타스> 통신, <AP> 통신 등을 보면 13일(이하 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러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30일 휴전) 구상 그 자체는 맞고 우린 분명히 이를 지지한다"면서도 "논의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에 대해 미국 동료 및 파트너들과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지난 11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즉각적 임시 휴전에 동의했다. 육지, 해상, 공중의 모든 전선에서 30일 전면 휴전안은 미국이 제안한 것으로 합의 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공이 러시아 쪽으로 넘어갔다"며 러시아가 휴전안에 동의할 것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일 내" 휴전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휴전의 즉각성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투 중단 제안에 동의하지만 휴전이 지속적 평화로 이어지고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푸틴 대통령이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근본 원인"이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및 서방에 요구해 온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 반대,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금지 및 비무장화,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 및 우크라이나 남동부 4곳 지역의 러 영토 인정 등인데, 영국 BBC 방송은 "충족이 거의 불가능한 조건"이라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휴전 조건으로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 제한을 내걸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회견에서 "(휴전은) 우크라이나가 그 30일 동안 강제 동원을 계속하고 무기 공급을 받고 동원된 부대를 준비하는 데 사용한다는 의미인가?"라며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휴전 기간 동안 서방 무기 공급 제한은 30일 휴전안에 대해 러시아 강경파들이 주장해 온 조건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인 다라 매시코트가 푸틴 대통령의 이러한 요구가 "우크라이나에 매우 위험하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휴전 기간 동안 러시아가 새 무기를 생산하는 동안 서방은 우크라이나가 재정비하도록 도울 수 없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고 봤다. 매시코트 연구원은 "푸틴의 오늘 발언은 러시아가 재건하는 동안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령한 러 영토 쿠르스크를 러시아군이 대부분 수복했다고 밝히며 현 상황이 러시아에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군 북부 사령관으로부터 쿠르스크 최대 도시인 "수자가 내일 우리 것이 된다"는 보고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쿠르스크 지역을 방문했다. 미 CNN 방송에 따르면 러 국방부는 13일 수자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가 기습 침공해 한 때 1300제곱킬로미터(㎢)가량 점령했던 쿠르스크 지역의 86%를 수복했다고 주장 중이다. <AP>는 쿠르스크 점령지 대부분을 내주며 우크라이나가 "귀중한 협상 패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및 정보 지원을 중단한 시기와 러시아군이 쿠르스크 수복 속도를 높인 시기가 맞물리며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원 중단이 러시아의 쿠르스크 탈환을 촉진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회담이 파행된 뒤 이달 초 중단된 미 군사 및 정보 지원은 이번 주 미·우크라 협상 뒤 재개됐다.

푸틴 대통령은 쿠르스크에서 휴전이 우크라이나에 유리하다며 휴전 시행 땐 "우리가 그들(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에서) 나가도록 허용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아니면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무기를 내려 놓으라는 명령을 내릴 것인가?"라며 휴전 때 쿠르스크 전선 처리 방안이 "불확실"하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휴전 때 "2000킬로미터(㎞)에 달하는 전선"을 누가, 어떻게 감시하고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명목상으론 휴전에 "동의"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립을 피했지만, 협상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제기해 즉시 휴전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사실상 다른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러시아에 유리한 전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양보의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

러시아가 이러한 방식으로 공을 다시 미국에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엘리나 리바코바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러시아가 "최대주의 요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압력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협조하는 척 하고 매우 조건적인 '무조건적 휴전'을 제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할지 보려 한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쪽은 일시 휴전보다 "근본 원인"을 해소할 장기 협정을 선호한다고 밝혀 왔지만 <가디언>은 사설을 통해 전투 중단이 지금까지 수십 년간 휴전으로 이어진 한국 전쟁의 예를 들며 일시 휴전이 지속적 평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3일 영상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이 "(휴전안을) 거부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전쟁을 계속해 우크라이나인들을 계속 죽이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이 두려워 휴전안을 가능한 오래 끌 수 있거나 실패할 전제 조건으로 둘러싼 것"이라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제기한 휴전 감시 문제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감시와 검증을 조직할 준비가 됐다는 얘기를 들었고 미국과 유럽의 역량으로 이는 절대적으로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또 "휴전 기간 동안 장기적 안보와 진정한, 지속될 평화"에 대해 협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취재진에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조짐이 좋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로부터 휴전을 보고 싶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세계에 매우 실망스러운 순간"이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유지할 땅과 잃을 땅" 등 "최종 협정의 많은 세부 사항이 실제로 논의됐다"며 푸틴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휴전안 관련 논의를 위해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가 러시아를 방문해 13일 푸틴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뉴욕타임스>는 크렘린이 14일 오전까지 회담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의 회견은 예정됐던 위트코프와의 만남 이전에 나왔다.

▲13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모스크바 대통령궁(크렘린)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TASS=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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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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