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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우크라 종전 협상서 "경제 협력" 강조…진짜 목적은 관계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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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우크라 종전 협상서 "경제 협력" 강조…진짜 목적은 관계 정상화?

미, 우크라 영토 보장 확답 안해…젤렌스키 "최후통첩인가" 반발

1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과 러시아가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채 우크라전 종전 관련 회담을 가졌지만, 종전 뒤 미·러 간 외교 및 경제 협력 증진에 대한 논의만 눈에 띄었다. 우크라 영토 보장 등 주요 사항은 양쪽 주장조차 불분명한 채로 남았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러시아와 4시간 반에 걸친 협상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회담에서 △미·러 간 대사관 인력 복원 △"모든 당사자가 수용 가능한" 우크라전 해결을 위한 고위급 협상팀 임명 △종전 뒤 있을 수 있는 지정학적·경제적 협력에 대한 고위급 검토 △이날 합의에 참여한 양국 대표들의 지속적 참여 등 "네 가지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협상에 미국 쪽에선 루비오 장관, 마이크 월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가 참여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후 기대되는 미·러 경제 협력이 "보기 드문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뒤 "지정학적 공통 이익" 및 "경제적"으로 "러시아와 협력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협상 뒤 보도자료를 통해 미·러가 "에너지, 우주 탐사 및 다른 상호 관심 분야를 포함해 경제 협력을 재개할 방안을 모색할 대화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쪽에선 이날 협상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러 대통령궁) 외교담당 보좌관이 참여했다. 러 국부펀드인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표도 동행해 회의의 경제 관련 부분에 참여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드미트리예프 대표는 이날 회담 시작 전 짧은 인터뷰에서 "미국 석유 대기업들은 러시아에서 매우 성공적인 사업을 했었다"며 "우린 그들이 어느 시점에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 그들이 왜 러시아가 주는 러시아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 기회를 포기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종전 뒤 우크라 영토 보장, 양쪽의 제안과 양보를 포함해 주요 협상 주제는 불분명한 채 남겨졌다. 미국은 전후 우크라이나 영토 보장에 대해 확답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2022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강제 합병한 영토를 유지하는 것을 용인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월츠 보좌관은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회담에서 미국이 러시아 쪽에 어떤 제안이나 양보를 요구했다는 공개적 징후는 없다. 월츠 보좌관은 관련 질문에 대해 "중요한 건 전쟁을 끝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라며 즉답을 피했다.

루비오 장관은 협상 뒤 기자들에게 "모든 쪽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 발언은 러시아에 부과된 제재 완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 중 나왔다. 이날 회의에선 유럽이 배제됐지만 루비오 장관은 유럽이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가 있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꾸려질 고위급 협상팀이 "이 분쟁의 끝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우크라이나 및 유럽과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회담 뒤 기자들에게 "대화가 매우 유익했다. 우린 단순히 들은 게 아니라 서로 경청했다"며 "미국 쪽이 우리 입장을 명확히 이해했다고 확신한다. 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 대통령의 수많은 성명 등을 통해 이를 상세히 반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러가 상호 대사관 운영을 방해하는 "은행 거래 제한" 등 "인위적 장벽 제거" 필요성을 평가하기로 합의했다고도 했다.

러시아 쪽이 양보하리라는 조짐은 없다. 18일 <로이터>를 보면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거부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향후 가입을 약속한 2008년 나토의 부쿠레슈티 선언을 뒤집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상에서 제외된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등 뒤에서" 이뤄진 협상 결과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과 영국 일간 <가디언>을 보면 18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취재진에 현재 미·러 간 협상을 "최후통첩"에 비유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결정이 우크라이나 없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2022년 러시아가 보낸) 최후통첩에 굴복하지 않았는데 왜 그들이 지금 우리가 이러한 최후통첩을 받아들일 거라고 믿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로 예정됐던 사우디 방문도 다음 달 10일로 연기했는데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러 회담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방문이 연기됐다고 전했다.

미 CNN 방송을 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데 대한 질문을 받고 "(우크라이나는) 결코 전쟁을 시작하지 말아야 했다. 협상을 할 수도 있었다"며 전쟁 발발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리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가 선거를 치른지 오래됐다고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주장이 러시아 쪽 주장과 유사한 것임을 의식한 듯 선거 촉구 주장이 "러시아 것이 아니다. 나와 다른 많은 나라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선거를 빨리 실시하라고 목소리를 내는 주요국은 현재 러시아와 미국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안에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아마도"라고 답해 미·러 정상 회동이 2월에 성사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다만 같은 날 러 국영 <타스> 통신을 보면 우샤코프 보좌관은 현지 매체에 "양국 대표단이 해야 할 일이 많다"며 미·러 정상이 다음 주에 만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협상에서 배제된 유럽은 19일 관련 대응을 논의할 2차 긴급 정상회의를 열 것으로 보인다. 17일 회의에 이어 이틀 만이다. 18일 <로이터>는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19일 회의엔 비유럽 국가인 캐나다를 포함해 노르웨이, 스웨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그리스 등 훨씬 더 많은 국가가 초대됐다고 전했다. 17일엔 프랑스 주최로 영국, 독일, 이탈리아, 나토 및 유럽연합(EU) 등에서 소수의 지도자들만 모였다. 이에 선정 기준에서부터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소수만 모였던 17일 회의에서도 전후 우크라에 평화유지군 파병 등의 문제에서 정상들은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파병 의사를 밝힌 데 반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다만 18일 미·러 회담 뒤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에 유럽군 배치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타스>는 라브로프 장관이 회담 중 평화유지군 배치 주제도 논의됐다며 EU 혹은 각국 국기 등 다른 깃발을 달더라도 우크라이나에 "나토 국가 군대 배치"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반면 영국 BBC 방송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기자들에게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는 것에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유럽)이 원한다면, 좋다. 전적으로 찬성한다.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우린 매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아무 것도 둘 필요가 없다"며 미국은 참여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미국과 러시아 협상이 열린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디리야궁에서 미국 쪽 협상 대표인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오른쪽)과 러시아 쪽 대표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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