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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과 '2016년 안철수 신당'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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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조국혁신당과 '2016년 안철수 신당'의 공통점은?

[박해성의 여의대교] '조국'을 보는 민주당의 복잡한 셈법, 이유는…

공식 창당한 지 열흘 남짓한 '조국혁신당'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한국갤럽이 2024년 3월 1주(5~7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7%, 더불어민주당 31%, 조국 신당 6%, 개혁신당 3%, 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진보당 각각 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비례대표 정당에 관한 질문에는 국민의힘 비례정당 37%, 더불어민주당 중심 비례연합정당 25%, 조국 신당 15%, 개혁신당 5%, 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 각각 2% 순이었습니다.

여당과 제1야당의 대표를 지낸 이낙연, 이준석 씨가 주축이 되어 만든 새로운미래나 개혁신당의 지지율과 비교해보아도 조국혁신당이 단연 제3지대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모양새입니다.

조국혁신당이 선전하는 데는 어떤 요인이 있을까요? 조국혁신당의 지지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조국혁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거대 양당 체제에 균열을 내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저는 지난 5년간 무간지옥에 갇혀 있었다. 온 가족이 도륙되는 상황을 견뎌야 했다."

조국혁신당 창당대회에서 초대 당대표로 선출된 조국 대표가 수락 연설에서 밝힌 소회입니다.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의 종식을 '운명적으로 주어진 소명'이라고 말했습니다. 1호 법안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도 약속했습니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와 딸 조민 씨 장학금 부정 수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죠. 조국혁신당의 탄생 배경에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복수심이 깔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국혁신당 창당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엇갈립니다만, 여론조사 결과에서 드러나는 민심은 일단 '기대'라고 해석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침 여야의 지지율 변화로 선거 판세가 요동치는 시점에서 조국혁신당의 영리한 판단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윤석열 정부 심판론은 건재하다.

△공천과정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 흐름이 뚜렷하다.

△중도·무당층을 지지기반화 한다는 목표를 가지기에는 이미 양극화된 우리 정치 환경의 한계가 분명하다.

저는 '검찰개혁'과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대표되는 조국혁신당의 전략은 이런 전제에서 수립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이면서도 소위 '이재명 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에게 표심을 둘 곳이 생긴 것 같습니다. 민주당이 "선거연합의 대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박홍근 당시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추진 단장)"던 애초의 태도를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자 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 그중에 조국혁신당이 함께 있다(이재명 대표)"라고 바꾼 데에는 조국혁신당의 포지셔닝(위치선정) 전략이 성공적이었으며, 그래서 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 연대하지 않는다면 지역구 득표에서마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을 겁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관계 설정은 조 대표가 주도했으며, 그가 원하는 대로 되어간다는 점도 상기하고 싶습니다.

그럼 어떤 사람들이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볼까요? 한국갤럽(3월 5~7일)의 '총선 투표 의향 비례대표 정당' 조사결과를 가지고 살펴보겠습니다.

해당 조사에서, 지역별로는 광주/전라(20%), 성별로는 남성(16%), 연령별로는 50대(28%)와 40대(24%)에서 조국혁신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높았습니다. 민주당 지지층은 62%만 더불어민주당 중심 비례연합정당에 투표하겠다고 했고, 26%가 조국혁신당을 선택했습니다. 진보성향 응답자의 경우 32%가, 중도성향에서도 13%가 조국혁신당에 투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수치로 보자면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에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호남, 4050 세대, 진보층 등을 중심으로 민주당이 얻어야 할 지지세를 잠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쪽에서 보자면 조국혁신당의 실체를 인정할 수밖에 없어 협력 대상으로 손을 맞잡긴 했는데, 한편으로는 지지층을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아주 복잡한 셈법의 관계가 만들어진 겁니다.

그런데 다른 측면에서 조국혁신당의 포지션을 해석해볼 만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하나는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공천 논란 등으로 줄어들고 있던 민주·진보진영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갤럽의 2월 5주(27~29일) 조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33%와 40%로 7%P의 차이가 났습니다. 조국혁신당 창당 이후인 그다음 주 조사(3월 5~7일)에서는 민주당(31%)과 조국혁신당(6%)의 지지도 합은 국민의힘(37%)과 동률이 됩니다.

조국혁신당의 정당 지지도와 비례정당 지지도의 차이도 눈여겨 볼만합니다. 조국혁신당의 정당 지지도는 6%였지만, 비례대표 투표 의향에서는 15%의 지지를 얻었습니다(한국갤럽, 3월 5~7일). 조국혁신당이 그 자체로 선호된다기보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을 표출할만한 적절한 선택지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조국 대표가 조국혁신당의 정체성을 비례 중심 정당으로 천명한 사실, 그리고 민주당이 중심이 된 비례연합정당에 대한 불만족 등도 유권자들의 태도에 영향을 미쳤겠죠.

2016년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의 3자 구도로 치러진 총선에서 지역구는 민주당 후보, 비례대표는 국민의당에 투표한 상당한 규모의 유권자들이 있었습니다. 조국 대표식으로 표현하자면 '지민비국'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교차 투표층인 이들은 보수 정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민주당에 대한 정당일체감도 낮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선거 구도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으며 전략적으로 분할투표를 하는 집단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직전 이틀간(2016년 4월 11~12일)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도는 17%를 기록했는데 응답자 계층별로 보면 광주/전라(37%), 남성(19%), 50대(25%)와 40대(20%)에서 높게 나타났습니다. 현재의 조국혁신당 지지층과 일치합니다. 민주당에 경고를 보내려는 사람들은 국민의힘 지지층이나 중도·무당층이라기보다 민주당의 지지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을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함께 지지하는 핵심 지지층과 구분하기 위해 '민주·진보 잠재 지지층'이라고 이름 붙여보겠습니다. 2016년 총선 이후 국민의당이 실패하고 공고한 양당 체제가 강화되면서 이 집단은 거의 소멸하는가 싶었는데, 조국혁신당의 부상이 이들이 다시 불러내고 있습니다. 의미 있는 제3지대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이들 중 상당수는 아마도 투표를 포기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2016년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27%에 달하는 득표율을 얻었는데요, 2024년의 민주·진보 잠재 지지층은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보일지 주목됩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변수가 거의 없어 민주당의 승리가 쉽게 점쳐졌던 상황은 선거를 한 달도 안 남긴 시점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격돌의 장으로 바뀌어버렸습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선전과 민주당의 공천 잡음 등으로 약해지는가 싶던 윤석열 정부 견제론은, 정권 심판 자체가 설립 목적인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민주·진보 잠재 지지층의 주의를 환기하고 있습니다. 조국 대표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조국혁신당의 창당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조국혁신당이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켜보는 편에서는 꽤 흥미진진한 선거가 되었습니다. 4월 10일 저녁에는 현명한 시민들의 최종 선택을 진지하게 관전해볼 생각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취임 인사차 예방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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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성 티브릿지 대표는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정치·선거, 빅데이터, 공공정책 분야의 컨설턴트입니다. 2019년부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2년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지역산업·경제분과위원장을 맡아 국가적 과제 해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업인으로서, 비판적 시민으로서의 감수성과 현실을 직시하는 균형감각을 신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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