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환경 보존 등급이 높은 그린벨트까지도 해제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음에 따라 강력한 비판이 나왔다. 총선을 앞두고 인기 영합적 정책에 골몰하느라 국가 근간을 흔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두고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모호한 지역경제 활성화나 산단 조성을 위해 GB 해제를 허용하고 국민생활과 미래세대를 위한 토지이용규제를 낡은 규제로 치부하면서 없애겠다는 것은 정부가 공공의 역할을 포기한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날 열세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비수도권의 그린벨트 1~2등급지를 해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재 광역도시계획에 반영된 총량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다는 원칙을 바꿔 지역전략사업의 경우 그린벨트를 해제총량에 묶지 않고 해제 신청→사전협의→중도위 심의까지 1년 이내에 신속하게 완료해 실제 해제를 추진하겠다는 게 골자다.
부동산에 관해 지난 1.10 재건축 규제 완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가 내놓은 신속 심의안과 같은 맥락에서 나온 정책으로 해석된다. 당시 이 대책은 총선을 겨냥해 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세간에서 제기된 바 있다.
정부는 특히 그간 원칙적으로는 개발이 불가능했던 환경평가 1~2등급지의 그린벨트의 해제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토지에 관한 새로운 규제 신설을 금지하고 기존 규제 지역은 앞으로 5년 단위로 규제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는 안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울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그린벨트 해제 방침을 밝히며 "울산을 비롯해 지방의 경우 보존등급이 높은 그린벨트라도 경제적 필요와 시민이 필요하다고 하면 바꿀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전부 적극적인 개발 촉진 안이자 부동산 시장에도 강력한 영향을 끼칠 내용이다.
이에 관해 경실련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도시의 무질서한 확장을 막고 도시 주변으로 녹색공간을 확보하여 건강한 삶에 필요한 생태적 기능을 수행하는 목적으로 도입되었"다며 "그린벨트의 사회적, 생태적 가치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이유로 훼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실련은 "그린벨트가가 보전하고 있는 녹색공간은 현재 상태와 같이 일정 규모 이상을 이루고 있을 때 그 기능과 효과"가 나온다며 "지역 전략산업 육성의 이유로 산업용 토지이용을 허용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도시의 공간적 확산의 경계로서 도시 토지이용 질서를 제공하던 GB 유지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실련은 또 토지이용규제 신설 금지는 시민 안전 위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경실련은 "새로운 토지이용에 따른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적절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구미공장의 불산유출 사고,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 19의 경험을 통해서 시민 안전의 확보를 위해서 공간에 대한 확실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충분하게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아울러 그린벨트의 값싼 땅을 기업에 넘겨 대규모 토지를 제공하는 것은 "개발시대의 낡은 지역 균형발전 전략"이라며 "현재 인구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지방의 현실로 나타나고 있고, 과학기술의 발전과 이에 따른 자동화, 인공지능화는 더욱 빨라질 것이고,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닌 기술집약적 산업이 미래 경제를 주도할 것이 분명하게 예상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그린벨트 해제는 더 시대착오적인 조치일 수밖에 없다고도 풀이했다.
한편 경실련은 정부의 이번 발표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환경부를 두고 "이런 정부 정책에 아무 목소리 내지 않는 환경부는 더 이상 환경보호라는 말을 하지 말고 부서 명칭도 '국토개발부'로 바꾸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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