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추진 중인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교실 해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우려하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교사들이 간절히 원했던 법 개정이 여야 의견 대립으로 인해 지지부진하다. 악성 민원을 막고,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보장하며,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으려면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을 모두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교육활동 침해 사실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할 것인지 여부, 교원에 대해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왔을 경우 별도의 기구에서 아동학대 여부를 다룰 것인지 여부와 관련하여 여야 간 이견이 있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은 9월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글을 써놓고 검토하던 중에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견이 있는 쟁점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루고 나머지를 통과시켰다고 한다.)
합의가 이뤄져 이 모든 법안이 개정되는 것도 어려워 보이지만 개정된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앞선 기고문(5개의 법망에 갇힌 교사들)에서 언급했듯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학생인권조례, 특수교육법, 학습권을 절대시한 대법원 판례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악성 민원과 교사 공격은 현재 진행형이다.
교사가 30만이나 거리에 나와서 한목소리로 외쳤는데 앞으로는 좀 다르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작은 변화가 감지되긴 한다. 오늘 어떤 선생님이 수업 중에 자주 떠드는 학생에게 "너 그만 떠들어."라고 했더니 그 학생이 "지금은 안 떠들었는데요, 선생님 (그렇게 말하는 거) 인권침해예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물론 학생의 말은 농담이었다고 하는데 이 말을 들은 다른 학생이 "얘가 요새 분위기를 모르네. 너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 몰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처럼 변화된 현실을 감지한 학생도 있지만 그런 학생은 소수이다. 2주 전쯤 어떤 선생님은 정당한 방법으로 수행평가를 했음에도 학부모로부터 방법이 이상하다는 항의 전화를 받았고(평가권 침해), 그보다 1~2주 전쯤 어떤 여선생님은 학생으로부터 여성 혐오적 발언을 들었다.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가 약자임을 잘 알고 있고, 자신을 소비자라 생각하기에 원하는 것을 교사에게 요구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교사의 교육적 개입에 대해서는 부당한 간섭이라 주장한다. 학교와 교사를 보는 이러한 시각이 달라진 건 아니기 때문에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다시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교사를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인권=간섭받지 않는 것'이라는 사고가 학생 생활지도를 가로막는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신자유주의적 교육 정책, 즉, 교육을 시장화하여 학생과 학부모는 수요자, 학교와 교사는 공급자로 보게 한 일련의 정책들을 반성하고 방향을 틀어야 한다. 과목 선택권 보장이란 명목으로 사실상 교사를 선택하게 하는 고교 학점제 추진도 당장 멈춰야 한다. 인권을 앞세워 적절한 교육적 개입조차 부당한 간섭으로 보이게 한 학생인권조례도 되돌아보아야 한다. 학생인권조례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간섭받지 않는 것=인권'이라고 말해왔다. '인권'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에 불가침의 권리인 것처럼 주장할 수 있었고 교권과 부딪히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교사에게 생활지도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할 때마다 그들은 교사에게 생활지도권이 주어지면 교사들이 학생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교사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 왔다. 그들도 사실은 교사에게 생활지도권이 주어지면 간섭받지 않을 권리가 일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들이 말하는 학생 인권과 교사의 생활지도권이 부딪힌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공교육의 방향 자체를 재설정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사회적 논의 과정이 필수적이고 그와 함께 법과 제도 전반이 재구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평화적 공화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교사의 연구 실천 모임인 (사)따돌림사회연구모임은 공교육에서 신자유주의도 자유주의도 모두 실패했다고 본다. 공화주의에 기반한 교육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교육 목적 실현을 위해 더 보장되어야 할 권리가 있고 제한되는 권리도 있음을 인정하고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필요한 권리와 책임을 적절히 분배해야 한다. 그 시작이 바로 가칭 '학교공동체의 해체를 막고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보장하기 위한 특별법'이다.
근본적 변화의 출발점, 특별법 제정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관련법을 동시에 개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관련법들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특별법을 제정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둘째, 아동학대로 처벌받지 않거나 악성 민원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교사가 학생을 교육 목적에 맞게 길러내기 위한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평화롭게 살고, 서로를 존중하며 우정을 나누고,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참여하고 연대하는 사람으로 길러내려면 교사에게 적절한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교사의 권리는 기본권과 교육권
교육법을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교권이 법적으로는 실체가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과거에는 존재했다가 지금은 없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체벌도 가능했고 방과 후에 남겨서 벌을 줄 수도 있었고 소지품 검사도 아무 때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교권이 있었을까? 과거에도 법적 권리 내지는 권한으로서의 교권은 없었다. 다만 관습적으로 존재했을 뿐이다. 교사의 지도 행위에 대해 누구도 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권이라는 단어 자체는 교육공무원법에 나온다. 그러나 교권이 무엇인지는 밝히고 있지 않다.
교육공무원법 제43조 ① 교권(敎權)은 존중되어야 하며, 교원은 그 전문적 지위나 신분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
존중되어야 할 교권이 무엇인지 교육공무원법에도 교육기본법에도 교원지위법에도 나오지 않는다. 교권은 법적인 실체가 없다. 이 때문에 교원지위법은 교권을 보호한다고 하지 않고 '교육활동'을 보호한다고 했을 것이다. 다만 지난해 12월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되면서 교원에게 학생생활지도권이 있음이 명시되었다. 그리고 그에 따라 교육부 고시가 만들어지고 올해 9월 1일 자로 시행되면서 생활지도권의 구체적 내용이 마련되었다.
교사의 권리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기본권과 교육권이 그것이다. 기본권은 인간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 권리를 이르는 것으로 협박, 폭행, 업무방해, 성폭력, 성희롱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말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런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지만 교사는 특히 더 강하게 보장받아야 한다. 교사가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면 학생들이 교사를 무시하게 되고 무시당하는 교사로부터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권은 학생을 교육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전문적 권리로서 교육과정 편성권, 평가권, 생활지도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재 교육과정 편성권은 극히 제한적으로만 주어져 있고, 평가권은 수시로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특히 수행평가의 경우 정성평가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한다는 전제가 필요한데 툭하면 공정성 시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지필평가와 유사하게 운영하고 있다. 그나마 교과 교육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라도 이뤄지지만 생활교육에 대한 평가는 거의 할 수 없다. 생활지도권은 학생이 교육활동에 참여하고 다른 학생이나 교사의 권리를 존중하도록 지도하며,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우는 권리를 의미한다.
특별법에 담아야 할 내용
현행법에서 교사의 기본권 일부는 교원지위법이 담당하고 있고, 교육권 일부는 초중등교육법이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교원지위법이 보장하지 못하는 기본권이 있고, 초중등교육법이 보장하지 못하는 생활지도권이 있다. 생활지도권의 경우 구체적 내용을 고시 수준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교사를 아동학대범으로 몰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법률 수준에서 구체화 되어 있지만 교사의 생활지도권은 고시 수준에서야 구체화 되기 때문이다. 기본권과 교육권이 서로 다른 법률에 근거를 갖고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기본권과 교육권이 동시에 침해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용의 복장 규정을 어겨서 교사가 시정 지시를 했는데도 시정을 거부하다가 교사에게 욕설을 했다면 용의 복장 규정을 어긴 데 대해서는 학교생활규정에 근거하여 징계를 요청해야 하고 욕설을 한 데 대해서는 교육활동 침해로 신고하여 처리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칭 '학교공동체의 해체를 막고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보장하기 위한 특별법'에서는 교사의 기본권과 교육권을 함께 보장해야 하고 권리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기본권과 관련해서는 기존의 교원지위법이 보호하는 내용과 함께 교육의 특수성을 반영한 내용이 추가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교사의 지도를 받는 과정에서 학생이 팔짱을 끼거나, 교사가 말하고 있을 때 그 자리에 서서 듣지 않고 이동하면서 건성으로 대답하는 것도 기본권 침해로 보아야 하며, 교사가 학생을 1대 1로 지도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욕설을 하는 경우 공연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모욕에 해당되지 않는 문제도 손을 봐야 한다.
특별법에서는 교육권 중 생활지도권을 보장해야 하는데 그 구체적 내용으로는 지시, 경고, 안내, 충고(교육부 고시의 조언과 훈계를 합친 것 정도로 보면 됨), 조사, 중재와 조정, 생활 평가 등이 있다. 지면 관계상 각각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예를 들어 학생 간 갈등이나 다툼이 발생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을 조사라 할 수 있고 잘잘못을 가려 알려주고 관계 개선을 돕는 것이 중재와 조정이다. 중재와 조정이 활성화 되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생활 평가란 학생의 생활 태도를 평가하고 태도 변화를 기술하는 것으로서 교과 평가 기록이 생활기록부에 남듯이 생활 평가 기록도 생활기록부에 남기는 권한이다. 교육활동 침해 가해 사실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문제와 관련한 논란이 발생하는 이유는 그것만 기재하기 때문이다. 학생생활에 대해 지도하고 평가하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평가의 원리에 맞지만 그 중 특정사항만 기록하려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담임교사의 학급운영권, 교과 담당 교사의 수업질서 유지권이 보장되어야 하고 유형력의 사용 범위(정당행위, 정당방어)도 제시되어야 한다.
교사의 적법한 생활지도권 행사에 대해서는 아동학대로 볼 수 없다는 조항을 특별법에 넣어야 하며 이 조항이 아동학대 관련법 조항에 우선한다고 못 박아야 한다.
선도위원회도 법제화하여 특별법에 담아야 한다. 생활지도가 어려운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선도처분을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선도 처분 받은 사실을 오히려 센 척의 도구로 삼기도 한다. 그러므로 선도처분의 법적 위상을 높여야 하고 그 결과는 생활 평가 기록에 반영해야 한다. 선도위원회는 규정 위반 행위, 교사의 생활지도에 따르지 않은 행위, 교사의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를 모두 다루어야 한다. 선도 처분 중 징계는 선도위원회에서 담당하고 교육벌(과제 부과, 캠페인 참여, 청소, 성찰문 작성 등)은 교사가 부과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밖에 선도위원회는 심리 치료, 상담 등을 명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들이 당장 절박하게 요구하는 것은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극적 요구, 방어적 요구에 머물러서는 소극적 요구도 실현되기 어렵다. "교사는 학부모님이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드려야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무 권한도 없는 제게 무한책임을 강요하지 마세요.", "얘들아, 제발 그만해."라고 외치는 데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지도하고 권한의 무게만큼 책임의 무게도 감당하겠습니다.", "얘들아, 규범을 지키지 않거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면 반성하도록 가르치고 책임도 지울거야."라고 말해야 한다. 특별법 제정이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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