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7일, 필자는 학부모들에 의해 아동학대로 신고 당했다. 아동학대로 신고 되고 1년 9개월의 시간이 흘러 1심 선고를 이틀 앞두고 있다. 선고에 앞서 아동학대 신고 이후, 죽지 않고 버티며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로서 책임을 생각하고 제안한다. 더는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한 교사들이 학교폭력, 아동학대, 인권침해 가해자로 몰리는, 억울한 일이 없도록 교사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고 무고한 교사들의 원상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교사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
서이초 교사가 돌아가신 지 두 달여가 되어가는 동안 교사들의 자살 소식이 계속해서 들리고 있다. 혹자는 '교직 사회에 퍼진 베르테르 효과'라고 한다. 연이은 교사들의 자살이 큰 사회적 이슈에 흔들린, 교사 개인들의 연약한 심리상태가 원인인 것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교육부는 지난 6년간 100여 명의 교사들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많은 선생님들의 연속되는 죽음의 진상은 밝혀진 적이 없고 그 대책이 마련되었다는 소식도 들은 바가 없다.
서이초 교사의 추모집회가 계속되면서 많은 교사들의 마음에는 애도와 함께, 분노와 미안함이 컸다. 알지 못하는 이의 죽음 앞에서 이렇게 심리적 파고가 높아지는 것은 그의 죽음을 개인의 선택으로만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살이 아니라 죽음을 종용한 배후가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적 타살이다. 그러기에 그들의 죽음을 묻어두고 없었던 일처럼 버려둘 수 없다. 자살이라는 표면적 사실 이면의 진실을 찾아 교사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
소명도 중재도 신고에 대한 정보도 없이 경찰 조사, 교육청 징계로 끌려가
아동학대로 신고 되는 순간, 교사는 형사사건의 피의자가 된다.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 용의자가 되어 학교와 아이들로부터 분리 조치된다. 분리 조치는 학교 측(학교장)이 개인의 연가나 병가를 사용하도록 하거나 재택근무를 권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학부모 신고의 내용은 학교로부터 전달받은 것이 전부이고 신고 이후에 어떤 기관에서 조사를 받게 되는지 정도를 안내받는다. 교권 피해 사실이 있으면 교권보호위원회를 여는 것이 가능하다는 안내도 받는다. 변호사를 알아보고 조사 받는 과정부터 함께 하라는 조언을 듣는다. 교사가 학교 측에 학부모와의 중재를 위한 면담을 요청하더라도 피해 당사자를 대변하는 학부모가 거부하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교는 학부모와 교사 개인 사이에서 중개인의 역할을 할 뿐 진실을 찾거나 중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신고 되는 순간, 사건은 학교를 떠나 경찰로 넘어가게 된다.
경찰은 사건의 대상이 아동이라는 특수성을 강조하며 소위 말하는 아동 전문기관에 사전 조사를 의뢰한다. 대상이 장애인인 경우에는 장애인 인권 기관에 추가적으로 조사를 의뢰한다. 자치단체의 아동복지를 담당하는 부서에서도 교사를 조사한다. 이 두 기관에서 조사한 결과는 경찰과 교육청에 보고되고 그 내용은 참고 이상의 영향력을 가진다. 아동학대전담팀은 지역경찰청 본청에만 있다. 교사는 경찰의 요청에 따라 본청에 출석해 조사 받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고 된 지 5~6개월이 경과해 첫 조사가 시작되기도 한다. 교사는 경찰의 조사를 받으면서 비로소 누가 어떤 내용으로 신고했고 어떤 증거 자료들이 나왔는지를 알게 된다. 학부모가 아동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낸, 교권 침해 사안을 뒤늦게 파악하기도 한다.
경찰은 조사가 끝나면 검찰에 송치하는데 이때 기소/불기소 의견을 내고 사건기록을 넘기게 된다. 검사가 기소하면 교사는 공소장을 받게 되는데 교사의 공소사실은 교육청에도 전달된다. 교육청은 징계위원회를 열기 위해 교육청 감사팀의 조사를 진행 후 교사에게 징계의결요구서를 보낸다. 징계의결요구서의 내용은 공소장에 기록된 범죄사실을 그대로 기록하고 있고 감사팀 조사 시 진술한 교사의 의견은 들어가지 않는다. 징계위가 열리면 위원들은 의결서 내용을 교사에게 확인하고 교사가 작성한 사건에 관한 의견서가 있으면 검토하고 추가질문 한다. 법정에서 하는, 최후 진술과 같은 소명의 기회를 준다. 보통 진행 중인 재판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징계위가 열리는 것은, 공무원이 검찰에 기소된 사실만으로 '국가공무원법 63조(품위 유지의 의무)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징계사유로 보고 교육감의 권한으로 징계 처분할 수 있다. 만약 교육청이 재판의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면, 1심 선고 내용에 따라 징계가 결정되고 이미 징계 결정이 내려졌다면 행정소송을 진행하게 된다.
기계적 중립의 관료주의적 태도 속에 고립되는 교사
학생(피해자)과의 분리를 원칙으로, '학교를 떠나 있으라.'는 지시를 받는 순간부터 교사의 고립이 시작된다. 학교가 교사에게 신고 사실을 알리고 간략하게 조사 절차를 안내해준 후, 출근을 막는 것은 해당 사건을 학교(교육청)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떼어내는 첫 절차라 볼 수 있다. 이제부터 시작될 조사와 송사는 교사 혼자서 감당해야 할 개인의 문제이며, 학교(교육청)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지원도 하지 않을 것을 묵시적으로 밝히는 것이다. 학교(교육청)는 이미 형사사건이 된 이상 개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비위 사안이 아닌, '교사가, 학교에서, 학생을, 지도(교육)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임에도 학교(교육청)는 진실을 확인하려는 의지가 없다. 오히려 진실 찾기를 시도하거나 학부모, 교사 간의 중재를 시도하려는 노력은 '학교는 교사 편이다, 사안을 은폐하려 든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기계적 중립을 유지하며 관료주의적 태도를 고수한다. 심지어 교사의 고립, 방치, 비방을 일삼으며 학부모의 기분 풀어주기에 최선을 다한다.
교사는 고립된 채 생각한다. '내가 어떤 잘못을 했나, 나는 왜 더 좋은 교사가 되지 못했나, 나는 왜 부모를 더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나, 나는 교사로서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지 못하구나, 나의 교육관과 지도법에는 문제가 있구나.' 자책과 후회로 심신이 쇠약해진다.
그리고 소위 전문기관이라 불리는 아동인권 전문기관, 장애인 인권기관의 비전문적인 조사관들에 의해 조사 받는다. 기관이 부여받은 위탁 조사의 역할에 걸맞은, 자격을 갖춘 교육기관 전문 조사관이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간사급의 해당 기관 경력 직원이 교사의 지도방법과 교육내용, 업무적 과실 조사를 실시한다. 학교(교실) 현장 이해가 부재한 채 당시 상황적 맥락에 대한 설명을 변명으로만 듣고 있는 태도를 보면서, 질책과 훈계가 섞인 조사관들의 질문을 받으면 교사는 이미 유죄가 확정된 죄인의 심정이 된다. 조사 받으면서 이미 스스로가 교사의 자격을 박탈하고 학교로 돌아가 아이들을 다시 만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게 된다. '절망이라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경찰 조사 이후 교육청 감사팀에서 진행하는 조사는, 교사를 존중하는 태도로 묻고 듣는다.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가 잘 이뤄지고 교사의 말을 객관적인 증거 자료로 보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만 조사 이후에 통보받는 징계의결요구서(징계사유 기록)에는 전문기관과 경찰에서 받은 조사보고서, 검사의 기소 내용만 기록되어 있다. 감사팀의 조사는 징계를 위한 정해진 절차일 뿐이다. 교사는 학부모나 학생으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하면 재판을 통해 유무죄가 밝혀지기 전이라도, '국가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했기에 징계를 받을 수 있다. 헌법이 밝히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미 징계가 재판 전에 이뤄졌다면, 재판 결과(벌금형 이하)에 따라 행정 소송을 통해 교사 개인이 알아서 스스로의 지위와 명예를 회복하라는 식이다. 이것이 악법 앞에 선 교사의 현실이다.
악법으로 인한 교사의 죽음을 밝혀야 한다
2012년부터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개악으로 인해 학교는 치열한 법적 다툼의 장이 되었다. 학교폭력법 개악으로 교사는 잠재적 학교폭력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학생으로부터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 당하면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 이러한 법화 현상이 최고조에 달하게 된 것은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라는 악법이 통과된 이후다. 아동학대법의 학대 행위 의미가 모호하여 학부모가 교사를 압박하고 괴롭히는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학생의 문제 행동을 제지하거나 교권보호위원회의 개최를 요구하면 학생이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사례나 아동학대 신고에는 무고죄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문제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과정에서 많은 교사들이 부당한 압력을 받게 되었다. 그 중 많은 이들은 조기퇴직 하거나 심신의 질병을 앓게 되었고, 급기야 사망에 이르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까지 생기게 되었다.
국가는 교사의 고통이 잘못된 법률에 의해 발생했다는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악법에 의한 국민의 피해는 국가가 진상을 규명하고, 사과하며 그에 대한 합당한 배상 또는 보상을 해야 한다. 이것이 공교육의 일선에서 최선을 다한 교사를, 법의 횡포로부터 보호하지 못한 정부가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다. 각 교육청은 서이초 교사를 포함해 2012년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들의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그것이 악법의 폐해로 인한 억울한 죽음인지를 밝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칭)서이초 교사를 포함한 2012년 이후 자살한 교사들에 대한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법'이 절실히 필요하다.
학교폭력, 아동학대, 학생인권 침해 교사로 낙인찍힌 교사의 명예회복 절실
또한 교육청은 학교폭력, 아동학대, 학생인권 침해 교사로 낙인찍힌 모든 교사들을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 학교폭력, 아동학대, 학생인권 침해 교사로 신고 되었다는 이유로 '교사의 품위를 지키지 않은' 죄를 물어 징계 받은 교사들의 징계를 무효화해야 한다. 교육청은 억울한 교사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원상 회복시켜야 한다. 뿐만 아니라 위의 사건들로 인해 고발당하거나 소송 중인 교사들의 물적, 심적 피해 보상금을 전액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만약 이런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악법으로 인한 피해교사가 '학생 지도를 잘 못해서, 불법을 저질러서, 학생 인권을 침해하고 아동학대의 혐의가 있어서' 송사에 휘말렸다는 오명을 그대로 씌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앞서 말했듯 진상 규명을 통해 교사의 죽음을 악법에 의한 사회적 타살로 보고, 악법에 의해 교사가 무고하게 피해를 입는 현실을 제대로 본다면 그 책임을 악법을 만든 사람들이 지는 것이 옳다.
교육청은 전면 재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교육청의 교권 책임자, 해당 학교장의 사과를 받아내고 책임지는 태도를 강제해야 한다. 이들은 기계적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교사의 고통을 외면했고 교사의 정당한 지도를 아동학대, 학교폭력, 인권침해로 규정해 교사를 절망을 늪으로 빠뜨렸다.
지나간 사안의 진실을 밝히고 피해를 회복하는 역할 외에도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학교를 둘러싼 교사 관련 갈등 사안에 계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독립기구(가칭 진실화해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 이 기구는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가 대립하는 문제를 두고 교칙과 교육의 특수성을 기준으로 갈등이나 분쟁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사건을 둘러싼 진실을 규명하면 사과와 책임을 대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교사는 자신이 어떤 일로 아동학대 가해자로 낙인찍혔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공교육과 무관한 기관으로부터 가해자, 범죄자로 취급되며 고립된다. 교사로서 정당한 교육활동을 했을 뿐인데도 가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가해자, 범죄자가 된다. 심지어는 교사의 입증에도 불구하고, 교육적 근거가 아닌 모호한 인권 규정으로 인해 인권 침해자로 매도되기도 한다. 무고한 교사를 암묵적 가해자로 만드는 현재의 법적 절차를, 교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관점으로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균형적 관점으로 관련 교사가 자신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소명 또는 해명할 수 있는 자리, 교사와 학생 간, 교사와 학부모 간 오해를 중재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교육청에 책임 있는 역할 수행을 강제할 수 있으려면 역시 법률이 필요하다. 따라서 중재를 위한 독립기구(가칭 진실화해위원회)의 신설을 포함한 '(가칭)아동학대, 학교폭력, 학생인권 침해로 징계 받은 교사 중 억울한 교사의 원상회복을 위한 특별법'의 제정을 추진할 것을 강력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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