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돌림사회연구모임은 지난 20여 년간 '학생을 평화로운 사회의 주인공으로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학교폭력, 생활지도, 교권, 학생 심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연구 실천해 온 선생님들의 모임입니다.
서이초 사태를 단지 학부모 악성민원과 아동학대법이라는 좁은 프레임에 가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실이 이미 해체 단계에 이른 결과라고 진단합니다. 공교육 멈춤을 넘어 공교육을 되살리기 위한 근본적 원인과 해법을 찾기 위해 '5개의 특별법'을 제안하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프레임 전환을 위한 논쟁이 벌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서이초 사태는 그동안 억눌려 왔던 교사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유례없는 규모의 교사 집단행동이 이어졌고,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절정을 이뤘다. 9월 4일 집회에서 교사들의 핵심 요구는 '아동복지법 개정(아동학대 면책조항)', '악성민원 강경대응', '교사의 생활지도권 보장' 의 세 가지였다.
하지만 원인이 제대로 진단되어야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다. 공교육이 아동학대와 악성민원 때문에 위기에 빠졌다는 인식은 안타깝지만 착각에 불과하다. 아동학대 처벌법이 생기기 이전부터 공교육은 이미 위기에 빠져있었고 교권침해 현상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아동학대처벌법은 교사를 괴롭히는 5개의 법망, 즉 학폭법, 학생인권조례, 아동학대처벌법, 특수교육법, 학습권에 대한 대법원 판례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이 법이 어떻게 교사에게 작동했는지 밝히고자 한다.
아동학대법은 그저 착시효과일 뿐
서이초 교사의 죽음으로 촉발된 교사들의 목소리 중 아동학대법(아동복지법 중 아동학대 조항 개정)은 언제나 제1의 구호였다. 아동학대법이 현재 수많은 교사들, 특히 초등교사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제1의 악법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아동학대법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다. 아동학대가 교사에게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2014년이고, 지금처럼 교사에 대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가 남발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이다. 교사들은 이미 그 전부터 교권 침해를 당했고 교실은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들에게 지배당했다. 따라서 무엇이 교사를 고통에 이르게 했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5개의 법망, 즉 학교폭력법, 학습권 대법원 판례, 특수교육법, 학생인권조례, 아동학대법 모두를 검토해야 한다.
첫 번째 족쇄, 교사를 수동적 존재로 만든 학교폭력법(2004년)
가장 먼저,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친 것은 학교폭력법이다. 학교폭력법은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 지금의 푸른나무재단)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스스로 학교폭력 중재자 집단이 되고자 했던 청예단과 이에 편승한 일부 교육계 인사들이 교사는 믿을 수 없고 능력 없는 집단이라는 언론 플레이를 펼치며 학교폭력 절차에서 교사를 빼 버렸다. 2012년 EBS <학교폭력 비상대책 대토론회>에 참가한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교사들은 4시 반에 퇴근하니 상담할 수도 없고 상담전문가도 아니니까 학교폭력 문제는 외부전문가가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교사를 학교폭력 사안을 신고만 하고 비밀유지만 하면 되는 수동적 존재로 전락시킨 것이다.
교사를 잠재적 학교폭력 가해자로 만든 학교폭력법 개정(2012년)
그런데 이 법이 실제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이다. 다른 것보다 학교폭력의 정의를 '학생 간' 폭력이 아닌 '학생에 대한 폭력'으로 범위를 넓혔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로 인해 교사는 잠정적인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었다. 성인 중에 학교폭력으로 신고당할 가능성이 큰 사람은 교사이다. 만약 후술할 악법들이 아니었다면 학교폭력법은 아동학대법과 학생인권 조례를 합친 역할을 했을 것이다.
교사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 되는 사례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계속 일어난다. 자신의 엉덩이를 만진 제자에게 소리를 질렀다는 이유로 교사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된 사례가 2017년 발생했다. 담배 피는 학생을 지도하던 교사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한 뒤 학폭위 결과에 앙심을 품은 학생 일가족이 교육청에 불을 지르려 한 것이 올해 6월이다.
두 번째 족쇄, 학생의 학습권을 절대시한 대법원 판례(2007년)
대법원은 사학 비리에 저항하는 의미로 교사들이 수업을 거부했던 것에 대해 사학 비리 척결 등의 목적이 정당했더라도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학생의 학습권이 교사의 수업권보다 우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이 판결 이후 교사의 교육활동 중 학습권 침해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는 사안들이 금지되기 시작했다.
수업을 방해하거나 학교폭력을 일으키거나 교권을 침해하는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낼 수 없게 된 것이 이 때부터다. 학생이 자의적으로 교실을 떠나지 않는 이상 교사는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낼 권리가 없다. 한 교사가 수업을 반복적으로 방해하던 학생을 교무실로 가 있으라고 지시했는데, 그 학생이 나갔다 화가 나서 다시 교실로 들어와 해당 교사를 발로 걷어찬 일이 실제 벌어졌다. 그러나 학부모는 교사가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낸 것이 학습권 침해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를 중징계하면 가만히 안 있겠다고 협박했다. 그래서 해당 학생은 교내봉사를 받고 피해 교사는 질병휴직에 들어갔다. 이와 같은 일이 학교 현장에서는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정부는 9월 1일부터 교육부 고시를 통해 수업 방해 학생을 교실 밖으로 분리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그러나 학습권이 교사의 수업권에 우선한다는 대법원 판례와 충돌한다. 이러한 충돌을 어떻게 해결할지 아직 알 수 없다.
학교폭력법이 개정되어 가해학생을 학교에서 즉시 분리하는 제도가 도입됐지만 가해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3일로 제한되었다. 대법원 판례는 그 자체가 법은 아니지만 오히려 법도 위축시키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즉시분리가 7일까지 늘어난다 하지만 가해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부담은 학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
세 번째 족쇄, 통합교육을 무책임하게 강제한 특수교육법 (2007년)
현재 모든 학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특수교육대상자의 요구에 따라 학생을 배치(입학, 재배치-전출, 전입)해야 한다. 이를 거부하는 경우, 교육기관의 장이 실형을 받게 된다. 특수교육법은 교육기회를 갖지 못하고 가정에서 방치된 장애 학생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강제하고 '장애인에게 교육권은 곧 생존권'이라는 장애 당사자의 요구를 반영한 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특수교육법이 장애 학생 및 학부모의 요구만을 최우선으로 하다 보니, 통합교육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학교에도 통합교육의 이념이 강제되고, 결국 담임교사가 책임을 떠안게 된다. 특수학급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학교라도 특수교육 대상 학생 및 학부모의 요구가 있다면 근거리 배치 원칙에 따라 그 결정을 따르고, 일반학급에 완전 통합된 상태로 장애학생을 가르쳐야 한다. 일반 학급에서 시간과 공간만 같이 하면 된다는 식의 기계적 통합교육은 오히려 장애학생이나 비장애학생 모두에게 독이 될 수 있음에도 통합교육을 무턱대고 강제하는 것이다. 이는 교실 해체를 더욱 가속화하는 원인이 되었다.
이런 무책임한 법과 제도가 인권담론으로 미화되었다. 통합교육 준비와 특수교육대상자 지원을 미룬 시도교육청은 모든 책임을 담임교사에게 미루고 있다. 통합교육을 받는 특수교육 대상학생은 학교폭력 피해자가 되거나,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교권 침해의 가해자가 되기도 했다. 장애학생에 대해서도 교사의 생활지도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교사의 훈육 방침에 대한 학부모 동의를 받고, 해당 학교의 학생으로 학교 규정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개별장애학생의 정서행동 문제의 정도와 빈도에 따라 특수학급, 일반학급, 특수학교 배치를 심의하고 그 결과를 학부모가 따르게 하는 등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네 번째 족쇄, 교사를 학생인권 가해자로 만든 학생인권조례 (2010)
학생인권의 법적 근거는 2007년 초중등교육법 18조, 교육기본법 12조에 마련되었다. 그러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2010년에 통과되었고 현재 6개 지역(경기,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이 학생인권조례를 운영 중이다. 인천의 경우 ’인천 학교 구성원 인권증진 조례‘를 만들었는데 여기에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학생인권조례의 가장 큰 문제는 교사를 학생 인권 침해자 또는 학생 인권 침해의 방관자로 본다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에서는 학교폭력과 교사의 체벌이 구별되지 않는다. 교사를 학생인권의 옹호자가 아닌 체벌 등 학생인권 침해를 저지를 수 있는 대상으로 지목한 것이다.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학생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학생인권실태조사, 학생인권옹호관, 학생인권교육센터, 학생인권심의위원회 등 두터운 제도가 마련됐다. 학생인권옹호관 또는 학생인권교육센터는 학생인권침해 상담, 조사, 시정조치 권고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2017년 전북 상서중학교 송경진 교사가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신고했던 여학생들이 거짓 신고였음을 고백하고 신고를 취하하자 경찰도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다. 그러나 교육청 학생인권센터가 '학생들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성희롱이 있었다'며 징계를 밀어붙였다. 해당 학생과 학부모들마저 송 교사의 결백을 주장하며 탄원했지만 인권센터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결국 견디지 못한 송 교사는 자살했지만, 학생인권센터의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만약 2014년부터 아동복지법이 교사를 아동학대범으로 몰아가지 않았다면 그 자리는 학생인권 조례로 대체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족쇄, 교사를 아동학대 범죄자로 몰아가는 아동복지법(2014년)
아동학대법은 보통 아동복지법 중 아동학대에 대한 조항과 2014년 제정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을 가리킨다.
2014년 아동학대 처벌이 강화되면서 신고가 쉬워지고, 피해자 보호가 강화되고, 가해자(교사)가 아동학대로 5만 원 이상 벌금형만 받아도 해임되거나 10년간 아동관련기간(교직)에서 일하지 못하는 규정이 생겼다. 국회가 교사를 아동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할 주체가 아니라 아동학대의 잠재적 가해자로 본 것이다. 처음에는 이 법의 의미를 아는 교사가 별로 없었다. 국회의원들이 교사들에게 이 법의 의미를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지불식간 많은 교사들이 아동학대에 걸려들기 시작했다. 2017년 초등생 버스 용변사건을 계기로 전 국민이 교사가 아동학대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21년 한 해 동안 신고된 건수만 5만2083건이고 이 중 1229명의 교사가 아동학대 판결을 받았다. 그야말로 아동학대 신고가 남발되고 있고, 적지 않은 교사가 아동학대 판결을 받고 있다. 5개의 법망 중 마지막인 아동복지법에 이르러 교사들의 피해는 극대화 되었다.
5개의 법망을 한꺼번에 벗어나려면
아동복지법을 개정하여 교사에게 면책 조항을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정말 개정될 지는 미지수다. 교사의 교육활동은 아동학대처벌법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은 계속 있어 왔지만, 국회나 법원은 이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게다가 아동복지법이 개정된다 해도 다른 법망이 살아 있다면 소용이 없다. 하나의 법망이 사라진다 해도 다른 법망이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2014년 아동학대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아이들은 "선생님 그거 아동학대예요" 보다 "선생님 그거 학생인권 침해에요" 라고 말했다. 학생 지도 과정에서 교사가 욕설을 했다고 학생인권 침해로 신고되어 조사 받고 징계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아동학대는 학생인권의 자리를 대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논리로 작동하며 들어와 교사의 손발을 묶어 버린 5개의 법망을 한꺼번에 개정해야 하지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법위의 법인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는 특별법이 법의 체계를 뒤흔드는 옥상옥이라 비판한다. 그러나 무책임한 국회의원들이 이와 같은 엉터리 법률, 판례, 조례들이 뒤얽힌 난맥상을 만들었다. 이와 같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옥상옥을 만들어 이 난관을 돌파해 나가야 한다.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3가지 특별법의 필요성
아동학대 면책, 악성 민원 대응, 교권보호 조례와 같은 소극적 권리 주장으로는 한계가 있다. 교사의 생활지도권 법제화라는 적극적 주장이 필요하다. 따라서 (가칭)‘학교공동체의 해체를 막고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보장하기 위한 특별법’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먼저 교사들의 죽음의 진실을 규명하고 억울한 교사들의 원상회복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대로라면 교사들 죽음의 진상은 묻히고 정부와 국회는 몇 가지 사탕발림으로 이 사태를 넘어가려 할 것이다. 생떼 같은 교사들의 죽음을 헛되이 할 수는 없다. (가칭) '서이초 교사를 포함한 2012년 이후 자살한 교사들에 대한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법'을 통해 억울한 죽음들이 아동학대자, 학교폭력 가해자, 학생 인권 침해 가해자라는 불명예 속에 묻히지 않도록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또한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어지고 있는 아동학대, 학교폭력, 학생인권 침해로 징계 받거나 소송에 휘말린 선생님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가칭) '아동학대, 학교폭력, 학생인권 침해로 징계받은 교사중 억울한 교사의 원상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것이 악법으로 인한 교사의 고통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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