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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박정훈 대령 '긴급구제' 기각에 "국방부에 가세하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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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박정훈 대령 '긴급구제' 기각에 "국방부에 가세하나" 비판

군인권센터 "인권위, 긴급구제 신청했더니 도리어 항명죄에 힘 실어"

국가인권위원회가 고(故) 채 상병 수사를 담당했던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긴급구제 신청을 기각했다. 군인권센터가 관련 진정을 접수한 지 15일 만으로, 기각 결정이 나오는 동안 박 대령 징계 처분은 이미 완료(18일)된 상태다.

30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은 지난 29일 입장문을 내고 "군인권보호위원회는 회의를 개최해 군인권센터가 지난 14일 제출한 해병대 전 수사단장에 대한 항명죄 수사 및 징계 중지, 국방부 검찰단장 직무 배제 등 긴급구제 조치를 취해달라는 신청을 기각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김 보호관은 '박 대령이 이미 견책 징계를 받았고, 보직해임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을 들어 "(현 상황에) 피해자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결정의 취지를 밝혔다.

진정인인 군인권센터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센터는 30일 오전 성명을 내고 "긴급구제 신청의 핵심은 항명죄 수사와 관련된 내용인데 이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이 난데없이 보직해임무효확인소송을 들먹이니 자다 봉창 두들기는 소리"라며 "보직해임무효확인소송과 부당한 항명죄 수사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특히 센터 측은 '박 대령이 이미 징계처분을 받았다'는 김 보호관 측 주장에 대해서는 "인권침해가 예상돼 긴급한 조치를 요구했는데 자기가 보름이나 시간을 허비해놓곤, 그 사이에 이미 인권침해가 발생했으니 구제할 필요도 없다는 말을 다른 사람도 아닌 군인권보호관이 하다니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29일 인권위 회의는 지난 14일 군인권센터가 박 대령에 관한 진정을 제기한 지 15일 만에 이뤄졌다.

당시 센터는 국방부가 박 대령에게 '집단항명 수괴' 혐의를 적용해 수사에 돌입한 일을 두고 "긴급한 인권침해 상황"이라며 긴급구제 조치를 인권위 측에 요청했는데, 이에 대한 인권위 측 회의가 18일 박 대령에 대한 견책 징계가 내려진 날로부터도 열흘이 넘어서야 개최된 셈이다.

관련하여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당초 지난 18일 군인권보호위가 아닌 인권위 차원의 긴급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해당 안건을 논의하려 했으나, 김 보호관 등의 불참으로 회의는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센터 측은 "김 보호관은 군인권 침해 사안에 대한 긴급구제는 상임위가 아닌 군인권보호위에서 논의해야 해서 18일 상임위 개회를 거절했다고 변명하고 있다"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이라고 주장했다.

긴급구제의 경우 군인권 관련 사안이라도 "국가인권위원회법과 인권위 운영규정에 따라 상임위 및 군인권보호위 중 어느 곳에서 논의해도 문제가 없다"는 게 센터 측의 지적이다.

센터에 따르면 김 보호관은 '긴급구제 안건을 (군인권보호위원회가 아닌) 상임위원회에 상정한 이들이 외부 세력과 결탁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인권위 박진 사무총장과 군인권조사과장 등에 대한 조사 및 중징계를 요구하기도 했다. 군인권조사과장은 현재 채 상병 사망 사건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주무부서 담당자다.

센터는 "(김 보호관이) 사건 조사 책임자를 징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라며 "사건 조사 책임자를 징계하라고 요구하는 보호관의 행태는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를 맡았던 박 대령을 항명죄로 수사하며 괴롭히는 국방부와 다를 것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인권침해를 구제해달라고 긴급구제 신청을 했더니 도리어 항명죄 수사에 힘을 실어준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은 일련의 사태를 책임지고 즉시 사퇴하라"라며 김용원 군인권보호관 및 군인권보호위 원민경, 한석훈 위원 등 이번 기각 결정 책임자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한편 박정훈 대령은 지난 28일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해 제출한 사실관계 진술서에서 이번 '외압' 의혹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 개입설'을 직접 언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9일 공개된 박 대령의 진술서에 따르면, 박 대령은 지난달 31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사건 서류에서)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다 빼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제목을 빼라"는 말을 들었다.

이에 박 대령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도대체 국방부에서 왜 그러는 것입니까"라고 질문하자, 김 사령관은 "오전 VIP(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1사단 수사 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는 것이 박 대령 측 주장이다.

박 대령의 이 같은 진술은 지난 7일 <아시아투데이>, 지난 27일 MBC 등 일부 매체가 군 관계자 및 비공개 문건 등을 인용해 보도한 '대통령 개입설'과도 일치하는 내용이다. (관련기사 ☞ 故채 상병 수사 '외압' 마지막 퍼즐은 '尹 지시'?) 매체들에 따르면 당시 윤 대통령은 안보실 참모에게 "사단장 등 8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라는 보고를 듣고는 이종섭 국방부장관에게 연락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라고 질책했다.

다만 국방부 및 해병대는 "진술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박 대령의 진술 내용을 부정하고 있다.

▲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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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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