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 시작되었다. 전지구 흐름을 보면 희망보다 불안이 앞선다.
미-중 긴장은 지속되고 있으며, 작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높은 에너지 가격 그리고 인플레이션은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올해 주제는 "파편화된 세계에서의 협력"으로, 자본주의 경제가 직면한 어려운 상황을 증명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이끌어왔던 이 포럼도 코로나 재난 이후 부상하는 '진영화된 보호주의'에 맞서는 것이 힘에 부치는 듯 하다. 게다가 포럼에서 발표된 조사들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경고하고 있으며, 심지어 참석자들은 미국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모든 것의 기반인 지구 행성의 상태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북미 지역을 강타한 엄청난 추위와 폭설, 그에 대비되는 유럽에서 사라진 겨울은, 앞으로 이어질 기후재난에서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할 것이다.
그럼에도 전지구 온실가스 배출량 곡선의 우상향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작년 말 '지구 탄소 예산 2022년' 보고서에 의하면, 2022년 화석연료로부터 배출된 전지구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도에 비해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코로나 재난으로 갑작스럽게 줄어든 배출량이 전세계 경제가 회복하면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경기 회복을 위한 투자를 화석연료 부문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부문에 집중하자는 '녹색 회복' 호소에도 불구하고, 탐욕스런 화석자본과 익숙한 길에 매달린 세계 각국 정부들은 반대로 행동했다. 또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유발된 높은 에너지 가격과 그 여파로 빚어진 경기 침체도 배출 곡선의 증가세를 꺽지 못했다.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이 끊긴 독일이 석탄 채굴과 사용을 확대하고, 콩고와 캐나다 등지에서 새로운 가스전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녹색당이 연정에 참여하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자랑하던 독일의 모습은 전지구 배출량 증가의 원인을 이해하게 해준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기후변화총회(COP27) 회의에서 연설했듯, "인류가 올라탄 기후위기라는 지옥행 열차"가 가속 패달을 밟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전세계에서 저항의 움직임이 터져 나온다. 당장 세계경제포럼이 열린 스위스 다보스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고작 20km의 거리에도 비행기들을 띄워 도착한 전세계 엘리트와 부자들이 타켓이 되었다. 시민들은 비행장을 점거하며, 기후위기를 걱정한다는 그들의 위선적 비행을 비판했다.
또한 독일의 작은 탄광 도시 뤼체라트는 정부와 기업들의 반기후 정책을 맞서는 저항의 상징이 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가스 공급의 어려움을 이유로 허가된 석탄 탄광 확대 계획에 반대하며, 거대한 채굴기계와 경찰에 맞서 수만 명의 사람들이 시위에 나섰다. 스웨덴의 청소년 활동가인 그레타 툰베리까지 연행을 감수하며 시위대열을 지켰다. 올해 전개될 전세계 시민들의 거센 '기후저항'은 이렇게 한 해를 열었다.
확인할 수 있는 최신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2021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에서 반등해서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 2022년과 2023년의 총에너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예측에 기대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위험한 핵발전소 발전량 확대로 현재 배출량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총에너지 수요는 줄지 않고 재생에너지 확대도 크게 늘지 않는 현 상황에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국제사회의 공약을 지켜지리라는 기대는 부질없다. 오히려 작년 태풍 '힌남노'가 포스코 제철공장을 물에 잠재워 배출량을 크게 꺾었던 것처럼, '자연의 복수' 가능성이 더 그럴 듯 하다.
기후정의를 위한 '기후파업'
작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5개월 후, 9월 24일 서울에서는 3만 여명의 사람들이 '체제전환'을 요구하는 기후정의행진을 했었다. 코로나 재난으로 모이고 외치지 못했던 시기를 뚫고, 거대한 기후정의의 목소리를 발산했던 멋진 행진이었다.
이어 탈석탄법 입법청원 서명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져 행진 후 3일 만에 목표를 달성했던 감동적인 경험도 얻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감을 얻어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고 있으며, 여러 사회운동이 기후정의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기후정의행진에 앞서 시도되었던 기후불복종 직접행동 성과도 일부 나타나기 시작했다. 녹색당의 포스코 행사를 겨냥한 직접행동에 대한 재판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아 감형 판결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기후정의행진과 기후불복종 직접행동이 위선적인 문재인 정부 기후정책을 이어받으면서도 핵발전 확대 정책으로 후퇴해가는 현 정부, 그리고 그린워싱에 열중하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솔직히 별다른 위협이 되지는 못했다.
10차 전력수급계획은 핵발전을 확대한다는 기조만 변했을 뿐, 과감한 탈탄소 요구는 반영되지 못했다. 환경부와 탄소중립위원회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며 내부 투쟁을 한다지만, '공공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민영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정의운동의 또다른 요구인 공공임대주택의 확대 요구는 묵살되고 오히려 예산이 삭감되었다. 노동자들의 '정의로운 전환법' 요구도 법안 심의에서 왜곡되고 후퇴하고 있다. 새만금과 가덕도 신공항 그리고 제주 제2공항의 건설 계획은 요지부동이며, 삼척 석탄발전소, 홍천 송전탑과 양수발전소, 농어촌 파괴형 재생에너지 사업도 그대로다.
이제 기후정의운동이 어떻게 싸워야 할까. 정부, 국회 그리고 기업의 그린워싱과 반기후-친자본 정책을 비판하고, 이에 맞서려는 여러 사람들과 운동을 결집시켜야 하다. 현재 각지의 투쟁의 요구들을 우리 모두의 요구가 되도록 배우고 토론하고, 이 요구를 정부, 국회 그리고 기업들이 받아들이도록 단결된 힘으로 압박해야 한다. 이런 싸움들은 가정, 학교, 동네, 일터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당연히 또 함께 모여 거대한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다시 9월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준비가 된다면, 우리는 9월까지 꼭 기다릴 이유는 없다. 대전, 세종, 충남, 충북의 중부 지역의 단체들과 새만금, 가덕도, 삼척, 홍천, 남원, 전남 등 각지에서 기후정의를 위해서 투쟁하는 이들이 모여서, 올해 4월 세종에서 '기후파업'을 벌이자고 전국의 사람들과 단체들에게 제안하고 있다.
왜 세종인가? 정부 청사들가 몰려 있어 반기후-친자본 정책을 비판하고 기후정의를 위한 대정부 요구를 하기 위한 투쟁 장소로 적합하다. 꼭 서울에서만 싸워야 하는 이유가 없지 않은가. 왜 4월인가? 우리는 긴박한 기후위기에 맞서, 준비만 된다면, 언제든 싸워야 한다. 3월 말로 예고된 탄소중립녹색성장계획 발표가 구체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왜 기후파업인가? 현재 체제가 지금 이대로 작동된다면 재앙을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익숙한 일상을 멈춰 세울 것을 제안한다. 일터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소비를 멈추며 기후위기를 경고하고 기후부정의를 고발하자. 또한 하라는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강행하는 정부 부처를 멈춰 세우자고 제안한다. 우리가 제안하는 '기후파업'은, 어쩌면 작년 화물연대의 파업을 잇는 것일 수도 있다. 작년 924 기후정의행진이 '이대로 살 수 없다'는 슬로건으로 조선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이었던 것처럼.
1월 26일, '414 기후파업 조직위원회'가 세종에서 출범할 예정이다. 주목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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