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UAE 순방 결과가 '300억 달러(37조1000억 원) 투자유치 성공'이라는 워딩으로 기사화되었다가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으로 외교 참사라는 평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각국 정상 임석하 체결된 양해각서는 포괄적 전략적 에너지 파트너십을 통한 전략적 에너지 관계 강화를 위한 공동선언문 등 총 13개다.*¹
그중에서도 포괄적 전략적 에너지 파트너십(CSEP:Comprehensive and Strategic Energy Partnership)*²을 통한 전략적 에너지 관계 강화를 위한 공동선언에는 4대 핵심 분야 '전통적 에너지 및 청정에너지, 평화적 원자력 에너지, 경제와 투자, 국방·국방기술'과, 미래지향적 협력 증진을 위해 '기후변화, 우주, 신산업과 디지털전환, 미래 모빌리티와 스마트 인프라, 보건·의료,농업·식량·수자원, 지식재산·통계' 등 7개 분야를 제시하고 중동, 한반도, 다자주의 분야의 평화·안정에도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300억 달러 투자는 선언문 3번 항목인 '경제와 투자' 부분에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다섯 번째 항목인 기후변화의 내용을 살펴보면, 양국은 2023년 11월 30일부터 UAE에서 열리는 COP28에서 협력하고 파리협정과 그 온도 목표(1.5℃이하)에 진전을 주도하고, 2050년까지 각자의 2030 NDC와 넷제로 달성을 위해 협력하고 기후 행동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기후행동에 관한 한-UAE 정상선언'*³을 발표했다.
한국 기사로는 잘 검색도 되지 않는 '기후행동에 관한 한-UAE 정상선언'의 14개 항목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양국 대통령은 기후변화가 경제, 환경 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임을 인정하고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2. 양 정상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1.5℃ 목표 달성이 시급함을 인식하고, 2030년 NDC와 2050년 넷제로 목표를 효과적으로 이행하는데 협력한다.
3. 윤석렬 대통령은 UAE가 제28차 UNFCCC당사국총회(COP28) 개최국으로 선정된 것을 지지하고, 두 정상은 COP28이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4.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대통령은 2023년 8월 한국 글로벌 적응주간(Korea Global Adaptation Week)개최를 환영한다.
5. 효과적인 기후행동을 위해 산림의 역할을 인식했고, 글래스고우 정상선언을 포함해 숲에 대한 이행을 높이는 것을 재확인했다.
6. 양국 정상은 2023년 상반기 양자간 "기후변화협력 기본협정"체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 적응 조치에 대한 역량 강화, 청정 및 녹색 기술의 확대 및 배치와 같은 분야에서 협력을 지향한다.
7. 양 정상은 민간부문의 기여를 인정하고 자발적인 탄소시장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환영한다.
8. 미래 에너지 시스템 개발을 위한 신기술 연구개발 및 투자를 강화할 필요성을 인식하였고, 에너지믹스 합리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9. 지속가능한 에너지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협력을 약속하였고, 상호 이익이 되는 상업적 기회를 탐색하기로 합의했다.
10. 두 정상은 재정지원이 전세계적으로 기후행동을 통합하는데 핵심임을 강조하고, 개도국 지원을 위한 녹색기후기금(GCF)의 2차 보충 개시를 환영했다.
11. 양 정상은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소규모 섬 개발도상국들의 요구를 인식하고 기술을 통해 기여를 확대하는 방법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12. 양 정상은 기후협력 강화 및 본 선언 이행을 위해 한-UAE 양자간 기후대화를 정기적으로 즉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문서상으로는 양국이 기후위기의 시급성을 인정하고, 1.5℃ 이하로 유지하기 위한 NDC 목표와 2050 넷제로 달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중요해 보인다.
한국의 NDC 목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4억3600만 톤(t)으로 줄이는 것이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2021년 예상 배출량이 6억8000t이고, 2022년을 거쳐 엔데믹으로 가는 올해는 배출량이 훨씬 더 증가해 7억t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부는 2021년 배출량 기준, 향후 7년 동안 2억7000만t 정도를 감축하겠다고 지난 COP27에서 발표 이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그렇게 급한 넷제로를 가속화하기 위해 원전을 더 짓고, 노후원전을 계속 가동하겠다고 한다. UAE 순방 결과 탄소중립과 관련된 기사의 대부분이 원전으로 귀결되고 있지만 모두가 인지하다시피 APR1400 같은 상업용 원자로를 건설하는 데는 7~8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우리는 시간이 없다. 현 정부의 탄소중립을 위한 원전은 그저 국제적 분위기에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립서비스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정말로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한 문제이고, 2030년 4억3600만t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생각이 있다면, 다가오는 3월 말 발표해야 하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과 2030 로드맵에 명확하고 시급하게 실행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은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아니라, 목표로 세운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 가능하게' 해야 하는 주체이다. 각 부분에서 어떤 정책으로 얼마나 줄이고, 돈은 얼마나 들고 기간은 얼마나 필요한지를 결정하고 부처간 협력을 이끌어 내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기후재난의 위험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주체이다.
국제사회 질서가 변하고 있고, 기후위기가 탄소국경조정처럼 산업과 경제의 문제로 돌아오고 있는 시점에, 산업부문에서 획기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면 짧은 시간 안에 한국의 경제는 예상보다 훨씬 더 악화될 수 있다.
정권 초기부터 친기업 정책을 펼치겠다고 한 마당에, 적극적으로 산업부분 탄소중립으로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정책 지원이라도 지원해야 한다. 원전정책이 전부인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기후위기대응에도, 세계 경제 질서 속에서 한국 기업의 생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300억 달러의 투자와 원전 수출이라는 단어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이번 정부가 기후위기에 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있는 역할과 책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3월에 발표될 정부의 탄소중립녹색성장계획은 17개 특·광역시도 계획 수립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다. 조만간 계획 초안이 공개되고 논의가 시작되면, 적극적으로 요구하자. 정부는 기후위기 속에서 국민의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국가 존재의 이유를 다하라.
<참고자료>
*¹ 포괄적 전략적 에너지 파트너십을 통한 전략적 에너지 관계 강화, 전략적 방위산업 협력 MOU, 한-UAE 국제공동비축 사업, 넷 제로 가속화 프로그램 MOU, 자발적 탄소시장 파트너십 MOU, 다목적 수송기 국제공동개발 MOU, 산업은행과 무바달라 간 전략적 투자 파트너십 MOU, 도시 내 수소생산·저장·운송·활용 분야 MOU, 한-UAE 우주협력 MOU개정, 중소기업 및 혁신분야 협력 MOU, 수자원 분야 협력 MOU, 한-UAE 원자력협정에 따른 행정약정, 한국수출입은행과 아부다비국영에너지회사(TAQA)의 금융협력 MOU
*² 포괄적 전략적 에너지 파트너십을 통한 전략적 에너지 관계 강화를 위한 공동선언문
(https://www.mofaic.gov.ae/en/mediahub/news/2023/1/16/16-01-2023-uae-rok)
*³ 기후행동에 관한 한-UAE 정상선언문
(https://english.alarabiya.net/News/gulf/2023/01/17/UAE-and-South-Korea-issue-Joint-Declaration-on-Climate-A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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