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참사 시민분향소에서 유족들로 향해 '2차 가해성' 발언을 해 온 보수단체가 이태원 유가족협의회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보수성향 단체의 신자유연대는 20일 성명을 통해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를 '상습적인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성명에서 이 대표가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서울용산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단체는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가 "신자유연대가 유가족을 모욕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자유연대 김상진 대표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 대표는 두 번에 걸쳐 '신자유(연대) 대표가 유가족 텐트 설치를 방해했다', '시체팔이로 돈 벌려 했다고 말했다'라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서 "고소장을 제출하지만 자신의 허위발언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면 고소를 취하할 수도 있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신자유연대의 상습적인 2차 가해성 발언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신자유연대는 시민분향소 인근에서 '이태원 참사 추모제 정치 선동꾼들 물러나라' 등 현수막을 내걸고 상주하며, 확성기를 사용한 국정조사 반대 집회도 진행하고 있다. 단체 회원들의 2차 가해성 발언으로 인해 분향소에서 유족들이 실신하는 상황도 벌어지기도 했다. 유족들은 전날 만난 여당 의원들에게 집회를 막아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신자유연대 김상진 대표는 지난해 9월 자신이 운영하는 '김상진TV'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부부로부터 받은 추석 선물과 엽서 등을 공개한 바 있다. 김 대표는 과거 윤 대통령의 팬클럽 '열지대'의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0일 성명을 통해 "일부 단체와 유튜버들이 방송차량과 개인 휴대폰 등을 이용하여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욕보이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라며 "추모와 위로의 공간이어야 할 분향소가 울분과 분노의 공간이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 분향소 앞에서 '2차 가해' 콘텐츠를 … "이태원 참사 2차 가해 중단하라")
유족들도 분향소 주변 보수단체의 2차 가해성 발언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호소해왔다. 20일 국회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여당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들을 만난 협의회 이종철 대표는 "신자유연대의 집회를 막아달라"라며 "'시체팔아서 돈 벌려고 한다' 등 발언을 해서 유가족이 기절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민변 윤복남 변호사 또한 20일 여당 의원들과 간담회 종료 이후 "신자유연대의 분향소 모욕과 방해행위에 대해 경찰이 이를 방치하고 있는 점을 항의했다"라며 "당(국민의힘) 차원에서라도 경찰에 즉각 대응 조치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신자유연대의 집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여당 국조특위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20일 유족 면담 이후 기자들에게 "유족들이 신자유연대 집회 철수를 요구하셨다"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 신자유연대라는 단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 설득의 노력도 당연히 해봐야 할 것"이라고 당 차원의 조치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21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여당 인사들의 2차가해성 발언을 언급하며 "정부·여당이 이러니까 분향소 주변에서 극우 인사들이 희생자와 유족들을 모욕하지 않나"라며 보수단체 2차가해성 발언에 대해 "정말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람들"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종교계는 21일 성명을 통해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천주교예수회 인권연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등 4개 종단 종교인은 성명을 통해 "희생자를 향한 입에도 담기 힘든 무차별적인 혐오, 비하, 모욕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분향소 인근 2차 가해에 대한 경찰의 수사와 정부의 조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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