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 전북 정읍 내장사 대웅전에 불을 지른 50대 승려가 부처님 대신 판사로부터 꾸지람을 들었다.
전주지법 정읍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박근정)는 12일 일반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된 승려 A모(54)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에 잿더미가 된 대웅전은 불교 신자들 뿐만 아니라 정읍시민들의 자긍심이자 상징적 문화유산이다"고 입을 뗐다.
특히 재판부는 자신의 신분과 그 위치를 망각한 것은 물론, 변명의 모습에 일침을 가했다.
재판부는 "지난 2012년 화마로 무너져내린 뒤 정읍 시민들이 염원을 하나로 모아 재건한 대웅전을 그 누구보다도 이런 문화유산을 수호해야 할 승려가 다시 한번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피고인은 여전히 납득이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피해복구를 위해 그 어떠한 것도 하지 않고 있는 점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재판부는 "법정에 이르기까지 참고인의 진술과 증거 등의 수사 내용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유죄로 인정된다"며 "피고인은 지난 2016년 노래방의 재물을 손괴하고, 그 업무를 방해한 전력이 있는 등 이번 범행은 이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승려 A 씨는 지난 3월 5일 오후 6시 30분께 술에 취한 채 전북 정읍시 내장사 대웅전에 인화물질을 끼얹고 불을 지른 뒤 112에 직접 전화를 걸어 "(불을) 일부러 냈다"고 신고를 하기도 했다.
당시 이 불로 대웅전이 모두 전소돼 17억 8000만 원(소방서 추산)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찰 관계자와 다툼 후 홧김에 그랬다"고 진술한데 이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앞서서는 "서운해서 우발적으로 그랬다. 죄송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지금으로부터 9년 전 발생한 화재로 35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어렵게 다시 복원을 한 내장사 대웅전은 결국 불만에 휩싸여 술에 취한 상태의 한 초보 승려의 손에 허망하게 그 모습을 잃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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