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여야 대표 회동 석상에서 공수처법 개정을 놓고 날선 신경전을 주고받았다. 야당에서 여당 단독처리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여당은 법의 흠결이 드러났는데 고치지 않을 수 없다는 취지로 맞섰다.
4일 오후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회동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말문을 먼저 열었다. 그는 "우리나라 정치가 정상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 많이 벌어지지 않았나"라며 "국민이 부동산 집값, 전세값, 세금에 짜증내고 있는 상황인데 최근에는 한 정부 내에서 권력기관 간에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상식 이하"라고 법무부-검찰 간 갈등을 겨냥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에 현재 여당이 야당일 때 당시 여당의 횡포, 비민주적인 것을 많이 체험했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정치의 전제조건인데 그것이 계속 되풀이된다"며 "검찰개혁이라는 것을 들고 나왔는데, 검찰개혁이 궁극적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바가 분명치 않다. 법무부-검찰 간 벌어지는 모습을 보면 '이러려고 검찰개혁을 하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정부·여당을 공격했다.
법무-검찰 갈등 문제로 이같이 기선 제압을 시도한 후 김 위원장이 꺼낸 본론은 결국 공수처법 문제였다. 그는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게 공수처법"이라며 "민주당이 이 정부에서 발의해서 패스트트랙을 거쳐서 만들어놓은 법인데, 공수처 발족 과속에서 여당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다시 법을 고쳐야겠다고 하는 게 상식에 맞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공수처장이) 결정이 쉽게 안 된다고 해서 비토(veto. 거부권) 조항을 삭제하고 마음대로 한다고 하는 것이 통상적인 사고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겠느냐"며 "인내를 가지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數)만 믿고 밀어붙이지 말고 다시 생각해보자. 국회의장께서도 양당 원내대표를 불러놓고 '두 사람이 합의를 하려고 애쓰면 좋은 사람이 선택될 수 있다'(고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진 이낙연 대표의 모두발언은 상대적으로 짧았으나 내용적으로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이 대표는 "변화를 거부하는 것만으로는 발전을 이룰 수 없다"며 "공수처는 24년 동안 우리의 숙제였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운영 경험을 보면 굉장히 취약한 부분이 있었다는 게 드러나지 않았느냐"면서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못박아 말했다.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이 언급한 법무-검찰 갈등 등에 대해서는 즉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예산안을 법정처리 시한 안에 여야 합의로 처리하도록 협력해 줘서 감사드린다"고 야당에 사의를 표하며 "많은 법안들이 남아 있는데, 남은 법안 처리도 도와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회동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법)에 관해서는 빠른 시일 내 정치력으로 합의하도록 원내대표 중심으로 협상하라는 점에 의견이 일치됐다"고 전했다.
박 의장은 "두 대표의 비공개 회담에서는 현안 문제에 관해 광범위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며 이같이 밝히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서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합당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밀도 있게 협의해 처리하도록…(했고), 공정경제 3법, 노동관계법 등은 다음주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 필요하면 관련 상임위 위원장·간사들이 모여 의장 주재로 회의해서 정리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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