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의 7일 국방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어업지도원 피격 사망사건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야당은 사건 당시 군 당국의 대처가 부족했다는 취지의 지적을 하면서 관련 증인이 채택되지 않은 점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여당은 '군으로서는 할 만큼 했다'고 군의 대응을 긍정 평가하면서, 오히려 야당·언론에 사건 관련 기밀 정보가 유출됐다며 군사안보지원사령부(구 기무사령부)의 경위 파악을 촉구하기도 했다.
국방위 국정감사 첫 질의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이번 사건에서 군은 모든 가용수단을 동원해 첩보를 신속히 수집했다"며 "군이 대체적으로 잘 대처했다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병기 의원은 "맡은 바 임무를 잘 수행했는데 독박을 쓰고 있으니 답답할 것"이라며 "군이 단호한 어조로 (최초 발표를) 했기 때문에 북에서 사과 통지문을 빠른 시간 안에 받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 김민기 의원은 서욱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사망자 A씨가 월북 의사를 얘기한 것은 북한 해군 소속 함정이 아닌 수산사업소 부업선과의 대화 내용이었고 △부업선이 A씨를 끌고가다 놓쳐 북측 해군 함정이 A씨를 재발견한 것은 저녁 8시를 넘어 날이 어두워진 이후였다는 답변을 받아낸 후 "군에서 첩보를 분석할 여유가 있었나? 북한 해군이 실종 공무원을 찾고 나서 (총격까지) 시간이 길면 1시간이라는 것 아니냐"며 "내용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게 섞여 있으니 '15시 30분부터 22시까지 왜 군이 대처를 안 했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군을 옹호했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감청을 통해 얻은 이른바 '특별 정보(SI·Special Intelligence)'가 야당·언론에 의해 공개된 것이 한국의 안보이익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며 역공을 시도했다. 군 출신 김병주 의원은 "이번에 SI 고급 정보가 노출돼 안보를 많이 우려했다"며 "만약 SI (출처가) 노출되면 북에 대한 정보 수집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제가 연합사 부사령관일 때 한미 정보자산을 통해 얻은 정보가 누출되면 미군 사령관이 불평불만을 하던데, 이번에는 미군이 그런 표시를 해온 적이 없느냐"고 물었고, 서욱 장관은 이에 대해 "연합사령관과 그런 얘기를 하는데 (연합사령관이) 우려를 했다"고 답했다. 서 장관은 "제가 '우리 국민이 북한 해역에서 그런 일을 당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것은 국민에게 알릴 수밖에 없다'고 양해를 부탁했다"고 하면서도 "그(기본적인 사항)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은 (미군 측이) 우려를 했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영표 의원은 옛 기무사인 안보지원사에 대해 '기밀 유출 경위를 조사해 문책하라'는 압박을 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안보팔이를 정치적 이익을 얻으면 나라가 불행해진다", "야당 질의를 보면 공상소설도 이런 공상소설이 없다"고 야당을 비판하면서 "첩보 수준의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이 먼저 알았고 (국방위원인) 저는 몰랐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안보지원사령관을 불러 질타했다.
홍 의원은 "유출 경위와, 야당 원내대표가 국가 기밀을 공공연하게 공표하는 사태에 대해 안보지원사가 밝혀야 한다. 못 밝히면 사령부를 해체하라"며 "국가 기밀이 이렇게 함부로 유출돼서 야당에서 정치적으로 유출하고 이런 게 국론분열까지 가는 것 아니냐.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묻고 다음부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책은 장관이 세우고, 안보지원사는 유출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전제용 사령관은 "최선을 다해 확인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국방위 간사인 황희 의원도 "SI는 국지전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인데, 이런 부분이 무너지면 누가 책임질 거냐"며 "지금 일련의 사건을 통햐 한미 정보자산이 노출되거나 훼손된 것이 있으면 반드시 평가해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SI문제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며 펄쩍 뛰고 있다.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은 "주호영 원내대표는 군에서 다 공개한 부분을 얘기했는데도 불구하고 꼭 우리 야당이 국가 기밀을 흘린 것처럼 하고 있다"며 "여당 간사나 국방부가 '군사기밀을 야당이 유출했다'고 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 당 신원식 의원도 "다 언론·정부에 의해 발표·보도된 것"이라며 "저와 한기호 의원은 (국방위 비공개 보고 당시) 보안 서약을 하고 기자가 전화가 와도 응답하지 말자고 전화를 꺼놨다. MBC <시선집중> 출연 제안이 와도 못 나간다고 했다. 그런데 동 방송에 여당 의원이 나와 '밧줄', '해군 지휘계통', '방독면 쓰고 불태웠다' 다 말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신 의원은 또 주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보도된 이른바 '762(7.62밀리미터 구경 소총을 의미하는 북한군 은어)' 건에 대해 "이것은 10월 3일 청와대발로 보도된 것이다. 청와대가 오프(비보도)를 전제로 브리핑을 했는데 몇 군데 보도가 났고, 특정 매체(조선일보)는 청와대가 고발한 것으로 안다"며 "주 원내대표는 그것을 보고 말한 것이다. 저나 한기호 의원은 비공개 보고받은 것을 원내대표에게 한 번도 보고한 적 없고, 어제 내가 주 원내대표에게 '762는 어떻게 알았느냐'고 하니 '조선일보·연합뉴스 보고 알았다'고 하더라"고 했다.
국민의힘 "왜 실종 직후 대북채널 가동 안했나" 국방부 추궁
국민의힘은 사건 당시 군이 북한에 실종자 발생을 통보하지 않는 등 미흡한 대응을 했고, 이후 발표에서도 A씨를 월북자로 단정한 점은 성급했다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피살 전에 왜 대북 채널을 가동하지 않았느냐"며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아 접적 해역에서 실종사건이 생기면 전화를 받을 때까지 수십, 수백 번 (대북 채널을) 가동하고 통일부·적십자 등 모든 채널을 가동하는 조치도 반영해 달라"고 촉구했다.
서 장관은 이에 대해 "(수색 주도는) 해경이 하고 있었고 저희는 첩보를 입수해 조각맞춤을 하고 있었던 상황"이라면서도 "이미 전군지휘관회의를 통해 매뉴얼 미흡 (보완을) 조치해 놓았고, 앞으로 꼼꼼히 체계를 갖추겠다"고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하태경 의원도 "국제상선통신망, 북한 배 등 주변 배에 들리는 일종의 '(무선교신) 단톡방'인데, 바다가 NLL이고 실종된 사람이 북한에 갈 가능성이 있으면 '우리 실종자가 있다. 발견되면 협조해 달라'고 당연히 (상선통신망에 방송)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북한은 지난 2019년 6월 어선이 표류하니 국제상선망을 통해 남쪽에 인계 요청을 했고, 같은달 또다시 표류했을 때도 역시 국제상선망을 통해 한국에 구조 요청을 했다"며 "자기 나라 백성을 파리목숨처럼 취급하는 나라도 이렇게 하는데, 왜 '(실종자가) 발견되면 인계해 달라'는 얘기를 안 했느냐"고 따지고 "이건 법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직무유기다. 국방부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장관은 군이 상선통신망 등을 통해 북한에 이같은 취지의 통보를 하지 않았던 데 대해 "저희가 첩보를 가지고 북에 액션을 취하기는 리스크(risk)가 있었다"면서 "월요일(9월 21일)에는 해경 주도로 탐색작전을 했지만 북한으로 넘어가리라는 생각은 못 했다"고 했다.
이에 하 의원이 '처음에는 월북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냐'고 되묻자 서 장관은 "첫날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최초, 월요일에는 제가 (실종자 발생) 보고를 받고 '북한 갈 가능성이 있느냐'고 실무진에 물어봤는데 '가능성이 낮다,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래서) 그때는 통신은 확인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보니 해경이 국제상선통신망은 아니고…(방송으로 요청했더라)"라고 답했다.
서 장관은 지난달 24일 국방위 긴급현안질의 당시에도 "저는 실종됐다는 보고는 최초부터 받고 있었다. 21일 14시경 첫 보고를 받았다"면서 "(첫 보고 후 지시로) 월북 가능성 여부를 잘 봐야 한다는 지침을 줬고, 분석관들이 현장 인원과 확인하면서 '그보다는 실족일 수 있다'는 등 여러 가능성을 놓고 탐지하고 지시·보고를 했다", "당시는 북한으로 갈 확률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답변한 바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방위원장은 하 의원 질의가 끝난 직후 "수색의 주체가 어디냐. 군이냐 해경이냐"고 위원장 자격으로 사실확인을 요구해 서 장관으로부터 "해경이 주도하고 저희는 지원하는 개념이다"라는 답변을 끌어냈다.
민주당 간사인 황희 의원도 "어선들한테 알리고 하는 게 국방부의 미션(임무)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이런 건 (타 기관에) 책임을 돌리는 차원이 아니다. 국방부 입장에서는 (당시 임무가) 첩보 전달밖에 없었지 않느냐. 장관이 그런 것을 정확하게 얘기해야지 왜 (이유 없이) 욕을 먹느냐"고 서 장관을 나무라듯 말했다.
국민의힘은 또 '월북설'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강대식 의원은 "보고를 받기로는 구명조끼, 슬리퍼, 소형 부유물, 채무 고통 등의 일로 월북 의사가 있었다는 것인데, 이와 상반된 얘기는 구명조끼는 29개가 그대로 비치돼 있고, 슬리퍼는 선내에서 공동 사용하는 것이고, A씨는 운동화를 많이 착용했고, 월북인데 신분증을 미지참했다는 등의 의혹"이라며 "하나만 가지고 월북이라고 단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국방부에 문제를 제기했다.
신 의원도 또 "월북이라고 볼 수 있는 증거뿐 아니라 월북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 증거도 많다. 이렇게 양립하면 (일방을) 예단하면 안 된다"며 "설사 월북이라 해도, 그럼 한강 다리에 자살하러 올라간 사람은 자살이니까 구조하지 않느냐? 핵심을 비껴간 논란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들해진 秋 의혹 공방?…野 "증인 채택 왜 막나"
이날 오후까지 이어진 국방위 국정감사에서는 그간 여야 간 첨예한 공방 소재였던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군복무 휴가 특혜 논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논의가 적었다. 관련 증인 채택이 불발된 점, 추석연휴를 앞두고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강대식 의원이 보충질의 순서에서 "이제 국방부는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만약 정치인 자제가 군에 입대해 보좌관 등이 휴가를 얘기해도 청탁이 아니라는 결과가 초래된다. 힘 있는 자는 비서관을 통해 군에 아들 휴가를 문의해도 문제가 안 되고, 대리인을 통해 휴가 사용 구두 승인만 받으면 휴가가 연장된다. 이것이 국방부와 검찰이 제시한 병영생활의 기준이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장병들 사기 진작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고 꼬집은 정도였다.
서 장관은 "군 검찰이 이첩받아 수사하게 되면 잘 살펴볼 것"이라며 "의원이 지적한 여러 부분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고, 부대별 실태조사를 해서 모호한 부분이 생기지 않도록 하되 병사들 휴가·진료에 제약이 작용하지 않도록 개선해 나가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했다.
이채익 의원은 주질의 시작 전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과연 이런 국감을 우리가 진행하는 게 맞느냐? 국민적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고 있느냐?"라며 "추 장관 아들 특혜 의혹 문제에 대해 지난 1일 KBS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검찰은 추 장관 아들 휴가에 문제가 없다고 무혐의 결론을 내렸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특혜다' 61.7%, '그렇지 않다' 29.3%, '모르겠다' 9%였다. 이게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간사인 황 의원은 "추 장관 건은 국민의힘이 고소한 사건인데, 검찰이 기소조차 하지 않고 무혐의 처리했다. 이것을 어떻게 하느냐"고 추 장관 사건 관련 증인 채택을 받아줄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 간 고성이 오가면서 여당 의석에서 '그럼 고발을 하지 말든가!', '무혐의가 나왔으면 오히려 사과를 해야 할 것 아니냐' 따위의 말이 나오기도 했다.
다른 현안과 관련해서는 북한 조선노동당 창당기념일 열병식 관련 동향이 토의됐다. 서 장관은 "올해가 노동당 창립 75주년"이라며 "열병식을 포함해 여러 행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이고, 전략무기들을 (내보이며) 무력시위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고했다. 김병주 의원이 "미사일 (실)발사보다는 열병식을 통해 (북미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질의하자 서 장관은 "동의한다"고 했다.
서 장관은 안규백 의원 질의에 대한 답에서도 "(북한 동향을) 면밀히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북한이 상황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역시 미사일 실사격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본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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