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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 재판 개입의 강력한 범행 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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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 재판 개입의 강력한 범행 동기"

2009년 촛불 재판 개입과 2018년 재판 거래의 차이점은?

"대법원 판결에 마치 어떠한 의혹이라도 있는 양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하여는 당해 사건들에 관여하였던 대법관들을 포함해 대법관들 모두가 대법원 재판의 독립에 관하여 어떠한 의혹도 있을 수 없다는 견해가 일치되었습니다."

지난 15일 현직 대법관 13명이 입장을 발표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 농단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지 불과 2시간 30분 만에 나온 성명이었다. 대법원장에 대해 '반기'를 든 것이다.

반면, 이들의 입장은 "재판 흥정은 꿈도 못 꿀 일"이라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입장과 일치했다. 전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의 입장은 나아가 상당수의 부장판사 이상급 고위 법관들 의견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미 재판 거래 의혹의 증거로 볼 수 있는 문건이 다수 발견됐음에도 "어떠한 의혹도 있을 수 없다"고 단정짓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다른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는 "재판 거래 의혹의 아킬레스건이 바로 상고법원"이라며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 상고법원 문제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1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주최한 '사법농단 사태 주요이슈 심층분석 기자좌담회'에 참석해 "재판 거래 의혹을 바라보는 관점이, 상고법원에 대한 입장과 긴밀히 관련돼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상고법원 설치는 양 전 대법원장 스스로도 인정한 숙원 사업이었다.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 농단' 사태가 알려지며, 다수 법조 전문가와 언론은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관 인사를 통해 법원 내에서의 권력을 극대화하고자 상고법원 설치를 추진했다고 분석했다.

서 변호사는 "상고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은 당연하거니와, 고법부장 이상의 고위법관들 모두 윈윈하는 방안이었다"며 "고위법관들은 승진 길이 넓어지고, 대법원장으로선 승진에 대한 대법관의 열망을 활용해 조직 내에서 권력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의 고위 법관들로서는 관문이 매우 좁은 대법관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상고법원 판사로라도 임명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 '승진'이 놓이자 저울이 기울었다, "상고법원 판사 임명에 대통령님 의중 반영...")

그는 "이런 점에서 당시 고위법관들 대부분이 상고법원 설치에 찬성했던 것이고, 지금에 와서는 상고법원,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근거 없다'며 부정하고 수사도 덮어두자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상고법원은 직권남용죄, 재판 개입의 범행 동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법 농단 사태를 지난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 사태 때와 비교하기도 했다. 신영철 대법관 사태 때와 달리 객관적 증거가 풍부해 직권남용죄, 즉 '재판 개입' 혐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과거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의 초불집회 재판 개입 사태에서도 대법관이 되고자 하는 열망이 재판 개입의 동기로 작용했다"면서 "실제로 신영철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촛불집회 재판 개입 직후인 2009년 1월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다만 그 사건에서는 그러한 내심의 의사가 문서로 객관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이에 비해 상고법원은 재판 거래, 재판 개입의 강력한 범행 동기였음이 여러 문건에 객관적으로 기재돼있다"며 "따라서 향후 수사에 있어서도 범행 동기에 해당하는 상고 법원 문제도 철저히 수사돼야 한다"고 했다.

최용근 변호사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명확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고, 이것들은 합리적 의심 수준을 넘어선다"며 "의혹은 누군가가 없다고 해서 해소되는 게 아니다. 의혹이 있을 수 없다면 법원이 해소해달라. 의혹이 없다고만 할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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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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