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국회 등원에 대한 '비공개 설문조사'를 벌이는 것을 두고 일부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등원을 위한 절차적 정당성을 비공개 설문을 통해 확인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설문조사 아니냐"는 비판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임시국회 소집 등에 합의한 바 있다. 이를 놓고 민주당 일부에서는 "백기 투항"이라고 비판했다. 통합진보당과 시민사회에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자 김 원내대표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소속 의원 전원에 대한 비공개 설문조사 카드였다. 자신의 결정이 '침묵하고 있는' 당내 다수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라는 걸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지난 9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여야 합의에 대한 당내 반발에 사의를 표명했던 김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원내부대표단을 소집해 설문조사에 대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표, 민주 의원 전수조사 통해 "등원 의견이 대세" 입증?
김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2일 "소속 의원들에 대한 설문조사가 절반 정도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 설문조사는 두 가지 문항으로 이뤄져 있다. 등원 자체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과 등원의 시점이 언제가 적절한지를 묻는 질문이다.
이번 전수조사에는 "민주당 의원 다수가 어느 시점에든 등원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원내 지도부의 판단이 깔려 있다. 공개적으로 얘기는 못하고 있지만 다수 의원들의 관심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무효화 투쟁보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자기 지역구 몫을 따내는 데 집중돼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인 것이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 다시 의원총회를 열어 등원 여부를 논의하고 김 원내대표의 사의 표명에 대한 입장도 정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날 있었던 전당대회 등으로 전수조사가 늦어진데다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의 요청에 따라 예정돼 있던 의원총회는 14일로 미뤄졌다.
이종걸 "김진표, 국회 정상화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는 식"
당에서는 이런 김진표 원내대표의 '꼼수'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김 원내대표가 비공개 설문조사라는 형식을 통해 '다수가 등원 찬성'이라며 분위기를 몰아가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종걸 의원은 이날 낸 개인 성명에서 "지금 시기에 등원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는 한미 FTA 폐기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독단적인 등원합의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김진표 원내대표가 개별 의원의 등원에 대한 의견을 묻는 저의가 무엇이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설문지의 내용을 보면 등원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면서 등원의 시기를 묻는 것이며 18대 국회가 사망선고를 받은 것은 한나라당의 한미 FTA 날치기 때문인데 김 원내대표의 설문지에는 국회정상화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는 것처럼 표현돼 있다"고 비판했다.
여야 원내대표 합의 직후에도 "공개 기명 투표로 등원 여부를 결정하자"고 주장했던 이 의원은 다시 한 번 "(등원에 대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면) 비밀설문조사가 아니라 의원총회에서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히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