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이 7일 의원총회에서 한 발언이다. 이번 사건이 '선거 비리'와 관련된 데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주야장천 내세웠던 '공정 사회'의 기치와 의미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발뺌으로 일관했던 홍준표 대표는 이날 결국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국정조사, 특검도 수용하겠다"고 천명했다.
민주당은 이처럼 무너져내리는 한나라당에 십자포화를 쏟아붓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 소속 의원 비서가 저지른 사이버 테러 사건은 전자민주주의 시대에 있어서는 안 될 신종 부정 선거였다. 고도의 해킹기술과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며 최고 10년징역형의 중형이 선고되는 엄중한 범죄행위를 의원 9급 비서가 단독으로 저질렀다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이 사건에 대한 한나라당의 자세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국기문란행위에 대해서 책임지고 사죄하는 자세가 아니라, 회피하고 덮고 가려는 궁색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의 맹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이번 사이버테러사건이 헌법상 정당해산 처분까지 받을 수 있는 엄중한 국기문란행위라는 점을 거듭 명심하고, 민주당과 국민들이 제기하고 있는 수많은 의혹에 대해 사실대로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동영 최고위원은 "집권 세력이 국가 기관을 상대로 자행한 사이버테러인만큼 대통령이 나서서 헌법을 위기에 빠뜨린 사태에 대해 분명히 (설명하고) 나서야 한다"고 이 대통령 책임론까지 주장했다.
▲ 한나라당의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을 브리핑하고 있는 문용식 민주당 사이버테러 진상규명위원 ⓒ뉴시스 |
경찰은 현재 한나라당이나 정부 기관의 '윗선 지시' 의혹과 관련해 또렸한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9일까지 검찰에 이 사건을 송치하게 돼 있어, 결국 공은 검찰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김봉석 부장검사)는 소속 검사 전원과 대검찰청 수사 인력을 지원받아 발빠르게 전담팀을 꾸리고 있다.
만약 이번 사건이 한나라당의 범주를 넘어서, 여당과 국가 기관의 조직적 결탁 내지 은폐 시도가 있었다는 게 밝혀질 경우, 제 2의 '총풍'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 과연 검찰이 이같은 의혹을 건드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여야는 특검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게 된다.
'디도스 미스테리'…가시지 않는 의혹들
검찰이 풀어야 할 의혹은 세 가지다. 첫째, 경찰이 최구식 의원의 지시 여부를 밝히지 못할 경우, 검찰은 최 의원 및 한나라당의 조직적 지원 여부를 밝혀야 한다. 불법 디도스 공격 의뢰 비용이 수 천 만원에서 수 억원에 달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비춰보면, 자금을 댄 쪽이 디도스 공격 주도자일 것으로도 추정된다.
둘째, 선관위의 개입 여부다.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 등은 "디도스 공격은 홈페이지 전체를 다운시키는 것인데, 선거 당일인 26일 공격받은 선관위 홈페이지는 투표소 변경 등을 알 수 있는 기능만 선별적으로 마비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 내부 직원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선관위가 상당수 투표소를 급격히 변경했다는 사실도 의심의 대상이다. 지난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와 비교했을 때 10월 재보선 때는 서울시 총 2218개 투표소 중 332개소가 변경됐다.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강한 강북지역이 상대적으로 변경률이 높다. 서대문구는 전체투표소 중 반인 48%가 변경됐고 금천구는 43%가 변경됐다. 강남구는 20%정도의 투표소 변경이 있다"고 설명했다.
디도스 공격에 속수무책 당한데다,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주목해 볼 만한 인물이 있다. 현재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이자 '나라선진화, 공작정치분쇄 국민연합', '바른사회시민연합' 대표 등을 역임한 강경 뉴라이트 출신, 강경근 숭실대 교수다.
강 상임위원은 2009년 선관위원으로 임명될 당시에도 보수 편향으로 논란이 있었다. 이후 선관위는 '친여 행태'로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무상급식 의견, 4대강 반대 의견 표명 등을 사실상 금지시켰고, SNS 규제에 적극 나섰다. 강 상임위원 재직 시절에 선관위원장을 지낸 양승태 대법관은 지난해 6.2지방선거 때 경제정의실천연합으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을 당했다. 선관위 초유의 상황이었다.
셋째, 국정원의 방조 의혹이다. 민주당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10.26 사이버테러 관련 해 국정원이 뭐했느냐고 질의를 했더니 국정원에서 '새벽1시경에 있었던 1차 공격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선거당일 아침 6시 15분에 선관위 홈페이지에 장애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선관위와 행안부에 통보했다. 그리고 국정원 전자정보법 제 56조에 따라서 선관위의 요청이 있을시 에만 국정원이 기술지원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더 이상 손대지 못했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선관위가 디도스 공격으로 의심된다며 국정원에 통보한 시간은 최초 장애가 발생한지 2시간 15분 뒤인 8시 30분 경이었다. 즉 국정원은 6시 15분에 디도스 공격을 감지하고도, 선관위 요청을 기다리느라 2시간 15분 동안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관련해 박 의장은 "그 날은 평일도 아니고 선거일 이였고 이러한 행위가 선거방해행위이고 헌정질서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반국가적인 중대 사실이라는 것을 국정원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2시간 15분 동안 그냥 방치하고 뒷짐 지고 있는 것이 맞는 행동인가"라고 지적했다.
박 의장은 또 "10월 26일 저녁 8시경에 국정원 사이버 안전센터는 KT부터 넘겨받은 악성코드를 분석한 결과 이것이 민간에서 만들어진 악성코드라는 것을 파악했다고 어제 밝혔다. 선거 당일 민간이 만든 악성코드란 사실을 국정원은 알고 있었지만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국정원이 입을 닫고 있는 사이) 한 달 열흘 뒤에야 경찰이 (수사를 통해 한나라당 인사 연루 사실을) 발표한 사실에 대해서 민주당은 또 다른 무엇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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