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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한나라당이 디도스 공격 당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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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한나라당이 디도스 공격 당했네

[김종배의 it] 한나라당, 이중의 사망선고 받았다

관심사는 '윗선'이다. 27세 밖에 안 된 9급 비서가, 통상 2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는 범죄를, 그것도 억대의 돈이 들어가는 범죄를 혼자 기획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기에 세간의 모든 시선은 '윗선'으로 향한다.

물론 의심 받는 '윗선'은 최구식 의원이다. 9급 비서 공모 씨를 채용한 사람으로서,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10.26서울시장 보선 때 SNS 대응 책임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공모 씨의 범죄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인한다. 최구식 의원은 아주 완강히 부인한다. 한편에선 함구한다. 수사를 하고 있는 경찰은 최구식 의원의 연루 여부에 대해 일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어차피 기다려야 할 일이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뭔지, 공모 씨의 '윗선'이 누구인지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예의주시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는 별개로 한나라당의 현재와 미래를 살피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지금까지 전해진 사건의 일단만으로도 얼마든지 진단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나라당은 이중의 사망선고를 받았다. 2030세대로부터 겹으로 사망선고를 받았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에 담긴 역설이 그렇고, 선관위 디도스 공격이 몰고 올 파장이 그렇다.

공모 씨가 강모 씨를 시켜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한 시점은 10월 26일 아침이었다. 20·30대가 직장 또는 학교에 가기 전에 투표소를 찾던 시간이었다. 공모 씨 일당이 이 시간에 디도스 공격을 감행한 주된 이유는 2030세대가 바뀐 투표소를 찾기 위해 선관위 홈페이지를 검색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도 2030세대는 대거 박원순 후보를 지지했다. 당시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박원순 후보에게 70%에 육박하는 몰표를 던졌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의 불똥을 피할 수 있었던 2030세대는 이렇게 반한나라당 정서를 유감없이 표출했다.

어땠을까? 선관위 디도스 공격 때문에 투표소를 찾지 못한 2030세대마저 투표에 참여했다면? 단 한 명이라도 투표를 더 했다면? 이게 역설이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은 2030세대의 반한나라당 정서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파장도 그렇다. 뺨맞고 기분 좋은 사람 없다. 게다가 뺨을 때린 사람이 평소에 '밥맛' 없어 하던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분노로 귀결되는 건 인지상정이다.

막으려고 했다. 한나라당 의원 비서가 선관위 디도스 공격을 통해 2030세대의 주권 행사를 막으려 했다. 그렇게 2030세대의 뺨을 때렸다.

다른 세대가 아니다. 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청년기를 보낸(보내고 있는) 세대다. 그래서 민주주의 감성지수가 이전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세대다. 이런 세대에게 반민주주의의 표본을 직접 경험케 했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2030세대의 반한나라당 정서에 또렷한 이유 하나를 추가한다. 그렇게 정서를 의식으로 승격시킨다.

부질없는 짓이다. 한나라당이 10.26 서울시장 보선 이후 2030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쓸데없는 짓이다. 준 것 없이도 미워하는 게 사람 마음인데 빼앗기기까지 했으니 오죽하겠는가. 한나라당은 2030세대로부터 '왕따'를 넘어 '추방'을 당하는 지경에 몰리게 됐다.

기왕 말이 나왔으니까 덧붙이자.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과는 상관없는 또 하나의 정치적 파장이다.

한나라당은 이래도 당하고 저래도 당한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묻혀도 당하고, 드러나도 당한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묻히면 규탄 분위기가 연출된다. 정치적 곤경을 모면키 위해 수사기관을 움직였다는, 또는 수사기관이 정치적 수사를 했다는 '상식적 의혹'에 휩싸이면서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고, 야당으로부터 정치공세를 당한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는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연대책임 굴레가 씌워지면서 총선을 앞둔 당의 운명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디도스 공격으로 마비 상태에 빠진 곳은 다름 아닌 한나라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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