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 선언'에 담긴 내용 가운데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대한 내용은 회담의 성패를 가늠할 만큼 중요하다. 미국 등 외국 정부와 외신, 한국 내 야당은 모두 4.27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과제로 북한 비핵화를 꼽고 있었기 때문.
4.27 판문점 선언은 남북관계 개선과 인도적·경제적 교류를 다룬 1항과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담은 2항,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을 담은 3항으로 나뉜다. 비핵화 관련 내용은 '3항'에 포함됐다.
남북 정상은 3-④항에서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천명했다. 눈길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에 쏠린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 목표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로 못박고 있다. 이 가운데 '완전함(complete)'이라는 내용이 판문점 선언에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비핵화'를 '추가적 핵실험 중단'이나 '비확산' 등 핵무기를 보유하기는 하되 현 수준으로 동결한다는 의미로 대체하려 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비핵화에 대해 서로 어떤 의미를 두고 합의한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비핵화 의지를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며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쓴 데 주목해 달라. (이는)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의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부분에 대한 한국 정부의 평가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의 의미에 대해 서로 공감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또 "비핵화와 관련한 김정은 위원장의 육성이 있다"며 "그것은 별도의 기회에 말씀드리겠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남북 정상은 3-④항의 후속 조문에서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며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 조치'는 지난 20일 북한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밝힌 "핵 시험과 대륙간탄도 로케트 시험 발사 중지"와 "공화국 북부(풍계리) 핵 시험장 폐기"를 뜻한다. 남북 정상은 북한의 이같은 조치를 평가하고, 향후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질 비핵화 과정에서 긴밀히 공조하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남북이 각기 자기 책임과 역할을 다한다는데, 그러면 한국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해 "비핵화 과정에 따라 우리가 취해야 할 일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부분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고만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비핵화 합의 내용이 미국 측과도 조율을 거친 것이냐는 질문에는 명확히 답을 하지 않았다.
"서해 평화수역, 확성기·전단 중지, 군축…정전협정→평화협정 전환"
비핵화와는 별개로, 남북 정상은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여러 사항에도 합의했다. 군사적 긴장 완화는 '판문점 선언'의 2항에, 평화체제 구축은 3항에 관련 내용이 담겼다. 특히 평화체제 구축은 1953년 7월 27일 유엔군사령부와 북한·중국군 간에 맺어진 정전(停戰. armistice) 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내용으로,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전쟁 상태인 한반도의 상황을 종식시키자는 것이다.
남북 정상은 "한반도에서 비정상적인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확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제"라며 "남과 북은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정상은 "남과 북은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을 데 대한'('않는다는'의 북한식 표현)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엄격히 준수해 나가기로 했다"며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서로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했다"는 데 합의했다. 불가침에서 나아가, 군축을 직접 언급한 대목이 눈에 띈다.
이어 남북 정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1953년의 정전협정 당사자가 유엔군사령관(현재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임)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중국 인민해방군 사령관이라는 점에서, 또 실질적인 평화 정착을 주변 강대국이 보장하게 하기 위해 이같이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의 2항에서 먼저 "지상·해상·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며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하였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는 2007년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의 결과인 10.4 정상선언에도 담겼던 내용이지만, 2008년 정권교체 후 남북 대화가 중단되면서 흐지부지됐던 부분이다.
남북 정상은 이같은 합의를 실질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여러 가지 군사적 보장 대책"으로 "국방부 장관 회담을 비롯한 군사 당국자 회담을 자주 개최하며, 5월 중에 먼저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