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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대담한 파격', 통 큰 합의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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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대담한 파격', 통 큰 합의 기대감

각본없는 첫 만남부터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 찍자"까지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남한 땅을 밟은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파격 행보가 '4.27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27일 오전 9시 30분, 올해 34세의 김정은 위원장이 20여 명의 수행원들에 둘러싸여 굳은 표정으로 판문각 정문 앞 계단을 내려올 때만 해도 긴장감이 흘렀다. 그러나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기다리던 문재인 대통령과 거리가 점차 좁혀지자 김 위원장의 얼굴은 이내 밝게 웃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군사분계선을 성큼 넘어온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역사적 만남을 상징하는 악수와 짧은 인사말을 나눈 뒤, 문 대통령에게 '깜짝 월경'을 권했다. 이 예정에 없던 돌발 상황은 김 위원장의 권유에 의한 것이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 따르면, 김 위원장을 맞은 문 대통령이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묻자 즉석에서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고 하면서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향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방남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함께 전통의장대 사열을 받고 이동하는 도중, 문 대통령이 "오늘 보여드린 전통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에 오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초청해주면 언제든지 청와대에 가겠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 있는 태도였다.

이어 환담장에 입장한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NSC 참석하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면서 "문 대통령이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한반도를 수차례 긴장 상황으로 몰아넣었던 핵미사일 시험을 앞으로 하지 않겠다는 '동결 선언'을 무겁지 않은 분위기에서 김 위원장이 먼저 꺼낸 의미심장한 발언이라는 평가다.

특히 김 위원장은 2002년 연평해전에 이어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져 삶의 터전이 위협받았던 연평도 주민들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오면서 보니 실향민들과 탈북자들,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의 만남에 기대를 가진 것을 보았다"며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지만,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라고 표현함으로써 이번 회담을 통해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모종의 합의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또 문 대통령이 "나는 백두산을 가본 적이 없는데 중국 쪽으로 백두산 가는 분들이 많다. 나는 북측을 통해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하자, "문 대통령이 오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게 우리 교통이 불비해 불편을 드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창 올림픽을 갔다 온 분들이 말하는데 다들 평창 고속열차가 좋다고 하더라"며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측에 오면 참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 우리도 준비해 대통령이 오시면 편히 오실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낙후한 체제의 단면을 직접 드러내 언급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경제 개방을 통한 체제 발전을 모색하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담긴 발언으로 평가된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또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달려온 속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조속한 한반도 평화구축을 당부하자, 김 위원장은 "김여정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부서에서 '만리마 속도전'이란 말을 만들었는데, 이를 남과 북 통일의 속도로 삼자"고 대응하는 등 능숙한 화술을 엿보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재차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자 왔다"면서 "문 대통령과 무릎을 맞대고 풀려고 왔다. 꼭 좋은 앞날이 오리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강조하는 등 역사적 만남에 걸맞는 '성과 있는 회담'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 남북 정상이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함께 이동하고 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오전 회담의 마무리 발언도 김 위원장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백두산 방문 발언을 재언급하며 "내가 말씀드리자면 비행기로 오시면 제일 편안하시니까, 우리 도로라는 것이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불편하다"면서 "제가 오늘 내려 와보니 이제 오시면 공항에서 영접 의식을 하고 이렇게 하면 잘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 발언으로 미루어볼 때, 비공개 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방북이 구체적으로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문 대통령은 "(방북 교통편 등)그 정도는 또 남겨놓고 닥쳐서 논의하는 맛도 있어야죠"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많이 기대를 하셨던 분들한테 물론 이제 시작,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겠지만 우리 오늘 첫 만남과 오늘 이야기된 것이 발표가 되면 기대하셨던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만족을 드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됐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핵심 의제인 '비핵화' 문제에 대한 '통 큰' 타결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이 "빙산의 일각"이라고 한 표현은 향후 북미 정상회담 등을 염두에 둔 발언 아니냐는 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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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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