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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내곡동 사저',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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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내곡동 사저',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격

[기자의 눈] 차라리 청계산 가꾸러 간다고 하든가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생활하게 될 사저용 부지를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아들 시형 씨 이름으로 사놓은 사실이 온통 화제다.

자신의 인생과 정치적 영욕이 깃든 서울 상도동, 동교동으로 돌아간 YS, DJ와도 경우가 다르고 '고향에 가서 친환경농사를 짓겠다'고 김해 봉하마을로 낙향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다르다.

이 대통령은 고향 경북 포항도 아니고, 자신이 살았던 서울 논현동 자택도 아니고 다른 동네에 새 집을 지어서 가겠다니 말이다.

왜 복잡한 과정을 거쳐 땅을 샀냐고?
▲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처할 서초구 내곡동 사저 부지. 9일 기존 주택을 허물고 추가 구입한 땅을 합쳐서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연합

이 대통령이 논현동 자택 대신 내곡동에 새 집을 지어가겠다는데 일단 고개가 갸웃거려지지만 "논현동 집은 경호 상 애로가 많다"는 청와대 해명에 수긍이 안 가는 바도 아니다.

하지만 부인 명의 기존 땅을 담보로 아들이 대출 받아서 아들 명의로 땅을 구입한, 머리 아픈 경과와 "왜 내곡동이냐"는 질문은 남는다.

이 대통령은 줄곧 "재산을 다 기부하고 돌아갈 (논현동) 집 한 채밖에 없다"고 말했었다. 그래도 대지와 건물을 합쳐 공시지가로 49억 5000만 원이 넘는 논현동 집에, 부부 명의의 예금, 다이아몬드와 그림, 골프장 회원권 등을 합하면 이 대통령의 재산은 55억 원 가량 된다.(그런데 이 대통령 논현동 집 일대 땅을 매입하려니 평당 3500만 원 가량 돼서 엄두가 안 났다는 청와대 설명을 대입하면 이 대통령 논현동 집 시가는 1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10일 국정감사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청계)재단을 만들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고 말했지만 이 대통령은 내곡동에 큰 집 한 채 지을 능력은 되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사실상 명의 신탁이든지, 증여 목적 아니냐"는 의문이 나올 정도로 내곡동 땅 구입 경과는 복잡하다.

"실질적으로는 이 대통령 부부 소유지만, 법률적으로만 시형 씨 소유다", "이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 건물 신축시 시형 씨로부터 직접 매매 형식으로 납세 등 법적 절차를 통해 매입할 것이다"는 청와대 설명이 뒤따랐지만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복잡하게 할까"라는 의문은 남는다. 마치 증여, 담보, 부채, 명의 이전 등이 복잡하게 얽힌 '불법은 아닌' 재벌가의 재산 상속 과정을 떠올리게 하니 말이다.

물론 이 질문에 대해서도 청와대의 준비된 답변은 있다. "대통령 이름으로 땅 사면 비쌀까봐"라는 매우 실용적인 대답이다.

게다가 "가까운 친척이 5억2000만 원을 빌려줬는데 누군인지는 못 밝힌다"는 임태희 대통령 실장의 발언은 데자뷰 같다. 지난 3월, 김윤옥 여사 명의의 2억1800만 원 짜리 예금통장이 갑자기 재산 목록에 등장했을 때 청와대는 "3년간 착오로 누락했었다"면서 "결혼한 자녀들과 친지들이 용돈과 경조사비에 사용하라고 보내 준 돈을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똑같은 장면이다.

"왜 내곡동이냐고? 특별한 이유는 없다"

대통령이 땅값 상승 노리고 내곡동에 이사가려고 한다는 식의 주장은 억측일 것이다. 일국의 대통령에게 둘 수 있는 혐의는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왜 내곡동이냐"는 의문을 떨쳐버리긴 힘들다.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경호상의 이유 말고 내곡동으로 사저 부지를 정할 이유가 특별히 있냐"고 물어봤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그렇다면 오직 '경호 문제'로 내곡동으로 들어간다는 말이다.

대통령이 살고 싶은데 살고 그 옆에 경호시설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 경호시설이 들어갈 곳을 찾다보니 대통령 집을 정했다는 이야긴데 개가 꼬리를 흔드는게 아니라 꼬리가 개를 흔든다는 설명이 쉬이 납득가진 않는다.

퇴임 대통령이 어디로 돌아가느냐는 정치적 의미가 아주 크다. 상도동, 동교동, 봉하에 대해선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굳이 보태자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연희동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자신이 주지사를 지냈던 텍사스 댈러스에 집을 구해 갔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아내 힐러리 클린턴이 상원의원에 출마하는 뉴욕주로 갔었다.

그러면 내곡동은? 경호하기 좋은 '강남'이란 것 말곤 이유가 없다. 아주 젊은 시절을 제외하곤 줄곧 강남에 살았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2년부터 강북으로 거처를 옮겼었다.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 종로구 혜화동 시장 공관에서 4년을 살았고, 이후 종로구 가회동 한옥에 전세를 얻어 1년 8개월을 살다 청와대로 들어왔다.

2013년 2월에 내곡동으로 이사를 나가면 10여년 만에 강남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퇴임 후 환경운동을 하고 싶다"던 이 대통령이니 "내곡동에 들어가서 청계산이라도 가꾸겠다"는 포부라도 있었으면 어떨까 싶다. '고소영', '강부자' 같은 꼬리표 계속 달 요량이 아니라면. "대통령이 퇴임 후 원래 집 대신 경호 편한 곳으로 집 지어 갔다"는 건 '국격'에도 좀 안 맞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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