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은 20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통합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당초 안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통합 강행추진을 선언하고 의총에는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관련 기사 : 안철수, 대표직 걸고 '전당원투표' 제안...국민의당 갈림길)
김동철 원내대표는 "안 대표는 당초 참석하는 것으로 돼 있었는데 '오늘 이미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밝힌 입장에 대해 의원들이 의견을 개진하면 좋겠다'는 연락을 제가 대신 받았다"고 전했다.
의총 시작 전부터 들끓던 통합 반대파는 일제히 들고일어났다. "왜 기자회견장엔 나타나고 의총에는 못 오느냐. 이 정도 간덩이로 당 대표 하겠느냐"(정동영 의원)라는 비아냥에서부터 "의총에서조차 설명을 못 하는 대표는 자격이 없다. 대표직을 사퇴하든지, 의총장에 나와 입장을 밝히든지 하라고 원내대표가 요구해 달라(김경진 의원)"는 성토가 이어졌다.
정동영 의원은 "의총을 2시에 소집해 놓고 11시에 기자회견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어디서 배운 정치냐"며 "안 대표가 꼭 참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성엽 의원도 "이런 비겁한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원내대표는 의원들로부터 안 대표 출석 요구가 계속 이어지자 "물론 저도 촉구는 하겠다"면서도 "불참하겠다는 당 대표를 참석시킬 방법은 저도 없다"고 했다.
정동영 의원은 안 대표의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에게 공개적으로 "안 대표 오라고 하라. 뭐가 무서워서 못 나오느냐"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송 의원은 "무서워서가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의원총회장에 안 대표 측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송 비서실장과 김관영 사무총장, 권은희 의원 정도였다. 안 대표뿐 아니라 김중로 신임 최고위원이나 일부 비례대표 의원 등 친안(親안철수)계는 대부분 의총에 불참했다.
김동철 원내대표와 김수민 원내대변인 등이 의원총회를 비공개로 전환하려 하자 반통합파에서 '공개 논의를 하자'며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비공개 전환에 찬성한 이는 황주홍 의원 정도였다.
회의 공개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중에 최경환 의원이 "아침에 안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우리 당 호남 의원들을 향해 '구태정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대단히 불쾌하다"며 "제가 호남 정신, 김대중 정신을 매도하는 구태 정치인이란 말이냐. 답변을 안 대표 본인한테 들어야겠다. 오도록 해 달라"고 재차 안 대표 참석을 촉구했고, 유성엽 의원이 뒤를 받아 "끌고라도 와야 한다"고 말하자 친안파에서도 송기석 의원과 권은희 의원이 "유 의원, 말씀 가려서 하시라", "끌고라도 오라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느냐"며 목소리를 마주 높이며 설전이 이어졌다.
김 원내대표는 "저런 말이 나올 것 같아 비공개로 하자고 한 것"이라며 서둘러 비공개 회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날 안 대표의 전당원투표 추진 선언 이후, 반통합파의 반발은 최고 수위에 달해 있다. 개인 사정으로 의총에 불참한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오전 따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통합 추진을 위한 모든 꼼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관련 기사 : 박지원 "안철수, 당에 전쟁 선포")
천정배 전 대표도 보도자료를 내어 "보수 적폐 빅텐트로 투항하는 것이 미래로 가는 길이냐"며 "공작 정치를 그만 두라"고 비판했다. 천 전 대표는 "안 대표의 공작적이고 비민주적인 리더십이 당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다"며 "바른정당은 이 시대 최악의 적폐인 냉전적 안보관과 호남에 대한 지역차별적 자세를 가진 적폐정당"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 측에서는 이들의 반발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할 것으로 보인다. 의원총회 불참이 상징적 장면이다. 안 대표는 오전 회견 후, 다음날인 21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전당원투표 실시에 대한 의결 절차를 밟겠다고 공지했다. 국민의당 당헌 5조는 전당원투표 대상으로 "당무위원회가 의결해 회부한 안건"을 포함시키고 있다.
안 대표가 그리는 통합 로드맵은 현재로서는 △당무위 의결을 거쳐 △전당원투표를 추진하고, △전당대회에서 통합을 최종 선언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오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전당원투표는) 재신임 투표"라며 "만약 재신임이 통과되면 그때 전당대회를 통해 정식으로 합당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반통합파의 대응도 이에 맞춰 우선 당무위 부결을 시도하고, 전당원투표에 대한 가처분신청이나 불참여 운동을 벌여 투표를 무산시키고, 만약 당무위-전당원투표가 모두 가결될 경우 전당대회에서의 통합 승인을 저지하는 수순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민의당 당규에 따르면 전당원투표가 유효하게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원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당원규정 25조 4항)가 있어야 한다. 또 현재 국민의당 전당대회 의장은 대표적인 반통합파인 이상돈 의원이다.
이 의원은 이날 의총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의 전당원투표 제안은)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가처분 신청이라도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전당대회가 되겠느냐. (성원) 6000명이 오겠느냐. 만약 안 대표 쪽에서 전당대회를 하겠다고 하면 아마 성원미달로 산회를 선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통합 반대파에 속하는 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대표의 로드맵대로 따라간다면) 통합 프레임에 말려드는 것 아니겠느냐"며 경계하는 태도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반통합파가 다른 방향의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동영 의원은 일단 이날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전당원투표는 원천무효"라며 "전당원투표 무효화 운동을 펼칠 것이다. 법률가들 자문을 받아 전당원투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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