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된 고위급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불구속 상태였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검찰 측의 세 차례 영장 청구 끝에 결국 구속됐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오전 1시쯤 "혐의 사실이 소명되고 특별감찰관 사찰 관련 혐의에 관하여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이날 새벽 우 전 수석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했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하면서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전략국장에게 자신을 감찰 중이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뒷조사해 보고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추 전 국장으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전 수석은 총선에 출마 예정이던 전직 도지사 등을 사찰하도록 지시하는가 하면, '블랙리스트' 관리 등에 소극적이던 박민권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등 주변 인물들의 '찍어내기' 인사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교육·과학계 블랙리스트 관여 의혹도 제기됐다. 우 전 수석은 국정원에 정부 비판 성향의 교육감들 뒷조사를 지시하는 한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산하 정부 비판 단체 현황과 문제 사례를 살피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 수사팀은 지난달 29일 공개 소환조사 및 지난 10일 비공개 조사를 진행한 뒤 지난 11일 우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우 전 수석은 전날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했다. 법원에 들어서면서 취재진이 "사찰이 민정수석의 통상 업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그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권 부장판사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영장실질심사를 벌인 뒤, 9시간 만에야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 결정을 내렸다.
우 전 수석은 영장심사에서 국정원에 불법 사찰을 지시한 적이 없으며 민정수석의 직무권한 범위에서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그의 범죄 혐의 사실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봤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가을부터 넥슨과의 강남역 인근 땅 고가 거래 의혹 등 개인 비위 의혹,국정농단 사건 연루 의혹 등을 받아 특검과 검찰에서 각각 구속을 시도했다. 그러나 영장이 법원에서 모두 기각되면서 구속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세 번째 시도 끝에 가까스로 우 전 수석 구속에 성공함으로써 향후 수사에 탄력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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