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농단' 사태의 주범 최순실 씨가 측근들에게 각종 증거들을 인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진술 내용이 공개됐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 재직시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최순실 씨의 측근 뒷조사를 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우 전 수석과 최 씨가 서로 알고 있었는지 여부와 관련된 '미스테리'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 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 대한 2차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신모 씨의 진술 조서를 공개했다.
신 씨는 최 씨 측근인 김영수 포레카 전 대표의 부인으로, 신 씨는 최 씨의 도움으로 2016년 1월 KT에 입사했다.
신 씨는 검찰 진술 조서에서 "2016년 8월 동유럽에 나간 남편(김영수)이 연락해 '최 씨가 장순호 이사(플레이그라운드 이사)에게 연락해놨으니 더운트 사무실에 가서 남은 PC와 자료들을 싹 다 정리하라고 했다, 사무실 가서 그렇게 좀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더운트에 있는 PC에는 더블루K 이전 자료까지 다 직접된 상태였다"며 장 이사의 진술 또한 공개했다.
장 씨는 진술 조서에서 "최순실로부터 연락이 와 컴퓨터를 파기하고, 안에 있는 자료 모두 분쇄기에 파쇄하라고 지시를 받았다"고 써 증거 인멸 사실을 자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김영수 씨의 후배 소모 씨에게서도 비슷한 진술을 받아냈다. 소 씨는 "저, 장순호, 신 씨가 PC를 가지고 나와 트렁크에 싣고 구모 씨(컴퓨터 전문가)에게 주며 포맷해라고 했다"며 "김영수가 최순실 관련 회사인데 PC에 안 좋은 자료가 있을 수 있으니 폐기를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의 증거 인멸 교사 정황도 포착했다.
김형수 초대 미르재단 이사장은 검찰에 "안 전 수석으로부터 재단 이사진 선임을 내가 했다고 하면 좋겠다고 수차례 전화했다"며 허위 진술을 종용 받은 사실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안 전 수석 보좌관인 김 모씨가 '안 전 수석과 통화한 내역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며 "안 전 수석과 청와대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진술해 달라는 요청이 지속적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김 전 이사장은 결국 휴대폰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휴대폰을 초기화시켰다고 했다.
김 전 보좌관은 김 전 이사장에게 허위 진술을 요구한 이유에 대해 검찰 진술 조서에서 "당시 VIP를 지키기 위해", 즉 대통령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실토했다.
"대통령 말씀 수첩 증거 안 돼"... 안종범의 'VIP 지키기'
안 전 수석은 법정에서도 여전히 'VIP'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 검찰이 국정 농단의 핵심 물증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자신의 업무수첩을 증거로 채택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거듭 밝힌 것.
안 전 수석 측 홍용건 변호사는 해당 수첩에 대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에 검찰 측은 "자필 기재 수첩을 부동의하는 건 처음 본다"며 "목적은 하나다.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거를 이 법정에 제출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순실은 이 수첩에 대해 감정해야 한다고 하더니, 지금은 안종범이 증거 채택에 부동의한다. 피고인의 판단이겠는가. 아니다"라며 "조직적인, 법적으로 인정될 수 없는 주장의 배후에는 대통령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 변호사는 "증거에 대해 부동의하는 건 피고인의 권리"라며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민정수석실, 이성한 뒷조사"... 우병우, 최순실 알았나?
한편, 이날 법정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미르재단 인사에 개입한 정황에 대한 진술도 나왔다.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을 뒷조사했다는 김 전 이사장의 진술 조서를 공개했다.
김 전 이사장은 조서에 "2016년 3월말 경 차은택 씨에게서 전화가 와 '민정수석실에서 이성한 총장을 조사했는데 이 총장이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판명 나 해고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며 "4월 초 안종범 수석에게서 전화가 와 '이성한 총장에게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알고 있느냐'고 물어서 '잘 모르니 수석님께서 이성한 총장한테 전화해보시죠'라고 해서 안 전 수석이 이성한 총장에게 전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민정수석은 우병우 전 수석이다. 이는 '우병우 민정수석실'이 미르재단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다. 미르재단 배후였던 최순실의 존재를 민정수석실이 파악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정수석실의 정보력 정도면 모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 전 수석은 지금까지 최순실 씨를 모른다고 줄곧 부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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