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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미친 속도감'으로 슛!…'똥볼' 이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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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미친 속도감'으로 슛!…'똥볼' 이셨네요

[프덕프덕] 4대강 예산 날치기, '역풍관리' 가능할까?

국회 본회의장 주변에서 전날 밤부터 이어진 여야 당직자들의 몸싸움. 예산안의 조속한 강행처리라는 '특임'을 부여받은 이재오 장관의 손짓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입니다. 여야의 줄다리기는 결국 머릿수를 앞세운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귀결됐습니다.

야당이 구축한 저지선을 뚫고 본회의장 입성에 성공한 한나라당 의원들. 선두에 선 원희룡 사무총장은 땀에 절은 와이셔츠 차림으로 한 손을 번쩍 들어올려 보입니다. 흡사 교문을 봉쇄한 전투경찰들을 뚫고 가두 진출에 성공한 운동권 총학생회장의 모습과도 닮았습니다. 주변에선 '한나라'를 연호하는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그리고 땅, 땅, 땅. 온갖 논란으로 얼룩진 내년도 4대강 예산은 그렇게 8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아! 날치기여

그것으로 끝인 줄만 알았습니다. 이대로 돌아가 착착 공사가 진행될 4대강의 물줄기를 벗삼아, 자신의 무용담을 안주삼아 승리의 술잔을 기울이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고생한 돌격대원들을 치하합니다. "참 다행이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아아 날치기, 귀찮은 야당들의 아우성을 진압할 단날의 칼인줄만 알았습니다. 이런 역풍을 불러 올 양날의 검인줄 누가 알았을까요. 이날 날치기된 것은 4대강 예산뿐만이 아니었네요.

곧 방학을 맞이할 결식아동 급식비, 산모 신생아 도우미 사업예산, 영유아 예방접종 사업예산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당 내 일각에서 제기된 감세철회 요구도 슬그머니 현행 감세안을 유지하는 쪽으로 확정지어 버렸습니다. '중도보수 정당' 건설과 '70% 복지'를 공언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약속도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4대강 사업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오롯한 신심이 너무 투철해서일까요, 정권 핵심부의 '오더'에 의한 날치기의 '미친 속도감'에 압도되었기 때문일까요. 불교계와 재일민단 지원사업, 춘천-속초 고속화철도 등 간만에 여당 입장에서 생색 좀 내보려고 했던 사업예산마저 반영을 못시켰습니다.

ⓒ연합뉴스

당장 몇 달 후에는 재보선이 있습니다. 그 다음 해에는 총선과 대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울고 싶은 사람 뺨 때린 격이라고, 그렇지 않아도 내내 정권과 불화했던 불교계는 당장 들고 일어날 기세입니다. 앞으로 강원도 지역에서 선거운동은 아예 포기해야 할 판입니다. 안상수 대표가 "예산안 수정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이냐"면서 책임자 처벌과 원상복귀를 선언했지만, 상처받은 불심과 민심을 다독이기엔 역부족인 듯 싶습니다.

차리리 여기까지였다면, 그나마 나을 뻔 했습니다. 정작 날치기의 주역들이 자신의 지역에선 수백~수천 억 원 대의 예산을 챙겼다는 대목에 이르러선 더 이상 고개를 들기 어려워 보입니다.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은 최소 1300억 원 대의 예산을 포항지역에 끌어와 '형님'의 건재를 대내외에 과시했습니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으로서 날치기를 이끈 이주영 위원장은 400억 원, 역시 한나라당 출신인 신속한 직권상정의 주인공 박희태 국회의장은 180억 원의 지역 예산을 챙겼습니다. "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항변해 봅니다만, 증액분의 수준 차이가 너무 커서 말발이 먹힐지는 의문입니다.

모든 이의 예상을 깨고 '두 박자 빠른' 예산안 강행처리를 총지휘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 모든 상황을 한 마디로 정리했습니다. "우리가 정의다." '정의론'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을 감안한, 그야말로 명쾌한 시대인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보온병을 두고 '포탄'이라고 이야기하는 안상수 대표, 이런 날치기를 '정의'라고 규정하는 김무성 원내대표. 가히 'MB시대'를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선구자들이라고 하겠습니다.

(어이없어 실소만 나오는 일들을 진지하게 받아쳐야 할 때 우리는 홍길동이 됩니다. 웃긴 걸 웃기다 말하지 못하고 '개념 없음'에 '즐'이라고 외치지 못하는 시대, '프덕프덕'은 <프레시안> 기자들이 쓰는 '풍자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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