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봉합됐던 한나라당과 불교계의 갈등이 재점화된 가운데 한나라당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10일 "템플스테이 예산 몇십 억 원이 빠져서 조계종이 반발한다는 것은 난센스"라는 반응을 보였다.
고 의장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고매하신 원로 스님들, 대스님들께서 예산 20억 원이 템플스테이에서 빠졌다고 한나라당과 관계를 단절하고 한다는 것은 지나친 속단"이라며 "무슨 템플스테이 예산 20억 원 때문에 조계종이 발칵 뒤집혔다라고 하는 것은 불교계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만일 불교계에서 섭섭한 생각이 있었다면 제가 스스로 찾아가 사과도 드리고, 오해가 있었다면 오해도 풀고 할 일"이라며 "모든 것이 제 책임이지, 한나라당이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왜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느냐"고 반문했다.
공교롭게도 고 의장은 불교계와의 갈등을 폭발시켰던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좌파주지' 발언 논란과도 무관치 않은 인물이다.
그는 당시 안 대표와 함께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김영국 거사를 만났고, 봉은사 전 주지 명진스님은 이 자리에서 안 대표가 "강남 부자 절에 현 정권에 비판적인 좌파 스님을 놔둬서 되겠느냐"라고 말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이냐"…한나라 '자살골'에 안상수 격노
앞서 한나라당은 그 동안 소원했던 불교계와의 관계개선 차원에서 템플스테이 예산 185억 원의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최근 예산안이 날치기되는 과정에서 이를 122억 원으로 삭감해 통과시켰다.
여권 내부에선 "예결위에서 착오로 삭감됐다", "새벽에 급히 수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깎은 것으로 보인다"라는 등의 해명이 나왔지만, 불교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전날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불교계 숙원사업인데 당의 의사가 제대로 전달이 안 되면 어떡하느냐"며 "예산안 수정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당 예결위 수석 전문위원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이냐"며 이같이 말했다.
또 안 대표는 "진상조사를 지시했으며, 문책 대상이 있다면 문책할 것"이라며 "기획재정부가 당의 요구를 무시하고 예산을 깎았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예비비를 활용하거나 문화재 관련기금을 전용하는 방안,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방안 등 황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이를 바라보는 불교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시절 나왔던 '서울시 봉헌' 발언, 불교계에 대한 각종 외압 논란, '봉은사 땅밟기' 파문, 정부의 교통정보 시스템의 사찰정보 누락, 어청수 전 경찰청장의 특정 종교 편들기 논란 등에 이어 또 다시 여권이 불심의 광범위한 반발을 자초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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