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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과 훈장' 기획한 기자는 왜 KBS를 떠나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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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과 훈장' 기획한 기자는 왜 KBS를 떠나야 했나

[KBS‧MBC 피해자 증언대회] ⑨ KBS의 노동탄압 증언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은 지난 7월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KBS·MBC 피해자 증언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지난 9년여간 KBS와 MBC의 의제 왜곡, 편파보도, 무(無)보도로 인해 큰 피해를 당한 당사자들의 생생한 증언이 있었습니다. 이 피해는 특정 단체나 집단에 대한 피해를 입힌 것이 아니라, 우리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것입니다. 이에 'KBS·MBC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9명의 언론 피해 증언을, 당사자의 동의를 구해 기고문 형식으로 연재합니다.

▲ 2016년 6월 30일 전국언론노조 등 7개 언론시민단체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해경 비판 보도를 하지 말라고 압박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이 자리에 오신 분들 가운데 제가 유일하게 공영방송에 있는 내부자가 아니겠습니까? 2008년 8월 8일에 정연주 사장이 정치권력에 의해 쫓겨난 이후, KBS가 참 나쁜 짓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오늘 피해자 분들 말씀을 들으면서 여러 가지 사건들이 너무 많이 스쳐 지나갑니다. 2009년도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 KBS가 귀족노조로 몰아세웠던 유성기업 노동자들, 쌍용차 해직자 분들. 여기 계시지 않은 분들도 많이 떠오릅니다.

'이명박근혜'가 남기고 간 사람들을 청산해야 하는 이유

고대영 사장에 대해서 먼저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지금 KBS 사장이고, 2008년 MB정권 들어서고 정연주 사장이 쫓겨나자마자, 보도국장 자리를 꿰찹니다. 그리고 해설위원장, 보도본부장, 그리고 자회사 사장에 이어서 KBS 사장까지. 지난 9년 동안 승승장구해 온 사람으로서 KBS 뉴스를 망쳐놓은 핵심 인사입니다. 그동안 KBS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대영 사장 취임 이후, 그 안에서 KBS기자들이 어떻게 싸웠고 어떻게 당했는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물론 우리가 싸웠으니까 알아달라는 뜻은 절대로 아닙니다. 고대영 사장이 9년간, 그리고 지금도 벌이고 있는 행태를 말씀드리고자 하는 겁니다. 결론적으로는 고대영 사장과 같은 사람 때문에 공영방송의 사장과 이사회, 즉 '이명박근혜'가 남기고 간 이 사람들을 청산하지 않는 한 공영방송이 새로 시작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드 보도에 내려진 '신보도지침'

▲ KBS의 노동탄압 증언 중인 성재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 ⓒ민언련
먼저, 사드와 관련해서 지난해 7월 8일 갑자기 전격적으로 배치가 선언됐죠. 사흘이 지난 7월 11일 고대영 사장이 임원 회의에서 '사드 보도와 관련해서 국익 차원에서 보내라', '다른 목소리를 내지 마라', '중국 관영매체 같은 소리 하지 마라', '우려 섞인 소리 하지 마라' 이런 발언을 보도본부장 앞에서 쏟아냈습니다. 이걸 저희 노조에서 폭로를 했는데, '중국 정부가 우려한다'는 내용의 논평을 한 해설위원이 갑자기 비제작 부서로 발령이 났습니다. 그리고 7월 20일 대구 KBS에서 성주 주민 시위와 관련해서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는 식의 프레임을 보도하라고 지시하면서 계속 기자를 괴롭혔습니다. 기자들이 근거가 부족해서 안 된다고 저항하다가 결국 취재부장이 위에서 시키는 것이니 할 수 없이 직접 리포트를 만들어서 내보냅니다.

그리고 이런 부당한 지시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전국기자협회' 명의로 냅니다. '신(新)보도지침'이라고 겁니다. 그러자 사측은 노조와 전국기자협회, 본사 기자협회 세 군데를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실시합니다. 고대영 사장이 저항하는 기자들을 압박한 겁니다.

백남기 농민 관련 근거 없는 보도 막자, '까졌다'며 징계


백남기 농민 관련해서도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서 백남기 농민께서 쓰러지신 날, 그날이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는 날이었습니다. 이날 KBS가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도 없이 제보전화 하나만 가지고 '수험생이 민중총궐기 때문에 시험에 늦었다'라는 보도를 내려고 했습니다. 보도가 나가기 한 시간 전, 우리 노동조합과 당시 공정방송위원회 국장이 발견하고 해당 기자에게 항의를 했습니다. 해당 기자는 우리 조합원이 아닙니다. 해당 기자에게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이게 고대영 사장 취임 직전에 벌어진 일이었는데, 고 사장이 취임하고 난 두 달 뒤에 이 공정방송위원회 국장을 징계합니다. 사유가 '까졌다'는 것이었습니다.

비정상 행태에 대한 비판과 거부에는 모두 '징계'

다음 사례는 보도국장과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통화하면서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사건입니다. 이 녹취록이 작년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컸습니다. 그런데 KBS는 침묵했고 후배 기자 한 명이 KBS의 침묵이 비정상적이라는 글을 <기자협회보>에 썼습니다. 3일 뒤에 제주로 발령이 됐습니다. 제주도로 쫓아내 버린 겁니다.

그다음에 <인천상륙작전>(이재한 감독, 2016)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KBS에서 투자한 영화라서 KBS가 이해관계 당사자인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평점이 굉장히 낮았어요. 회사에서 특정 성향의 평론가들 때문에 평점이 낮다고 비판하는 리포트를 내라고 지시를 했습니다. 기자들이 거부했죠. '말이 안 된다',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자 다른 기자한테 지시했는데, 그 기자도 거부했습니다. 결국 두 기자가 중심이 돼서 저항을 하자 취재지시를 거부했다면서 징계했습니다.

2011년에 제가 노조에서 공정방송 담당 국장이었는데, 그때 KBS가 5편의 '이승만 찬양' 다큐를 기획했습니다. 이를 내부에서 막아보려고 했는데, 너무 힘에 부쳤습니다. 그래서 독립운동단체 찾아다니고 양민학살 피해자 단체 찾아다니면서 외부에서 힘을 보태달라고 부탁드렸고 대책위를 꾸렸지만, 결국 방송이 나갔습니다. 5편을 2편으로 줄이기는 했습니다.

그 후엔 정부 수립 이후 48년 간 훈장을 받은 모든 사람의 정보를 청구를 했는데, 재판까지 가서 2년 반 만에 정보가 공개됐습니다. 왜 훈장 받은 게 비밀인지는 모르겠지만, 겨우 훈장 받은 사람들의 명단을 우리가 자료로 얻었습니다. 그래서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기획했습니다. 첫 번째가 '간첩 조작과 훈장'입니다. 그다음이 '친일과 훈장'입니다. 친일파들에게 어떻게 훈장이 수여됐는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런데 1편은 방영이 되고 2편은 불방됐습니다. '친일과 훈장'은 왜 방영이 되지 않았는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KBS 이사장의 할아버지가 친일파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결국 '친일과 훈장'을 제작했던 기자는 회사를 떠나서 <뉴스타파>로 갔고 거기서 이 다큐멘터리를 마저 완성합니다.

이들이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보도지침 내리고, 거기에 저항하는 기자들을 감사와 징계로 입을 틀어막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이탈리아 감청 프로그램으로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가 해고를 당한 기자도 있습니다.

KBS 사장이 언론 보도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하게 만들겠다

그러나 KBS가 이렇게 기자들을 탄압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저희가 소송을 걸어서 다 이겼어요. 몽땅 다 이겼습니다. <기자협회보>에 KBS 비판했다가 제주로 발령된 사람도 소송 이겨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민중총궐기 관련 보도에 문제 제기해 징계받았던 분도 부당노동행위가 법원에서 인정이 됐습니다. <인천상륙작전> 취재지시 거부했다고 징계받은 사건도 법원에서 징계 무효 판결 내렸습니다.

KBS가 그동안 상식과 법리를 부정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바꾸려면 물론 저희가 안에서 보도투쟁을 계속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안에서 싸우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빨리 이 적폐 사장들을 몰아내서 지난 9년 동안 KBS로부터 피해를 받으신 많은 분들을 KBS 프로그램으로 직접 모셔서 이런 자리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우리 방송을 통해 비판을 받으면서 바꾸고, KBS 사장이 공식적으로 여기 계신 분들께 사과하는 그런 자리를 반드시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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