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사 맞다'는 의견 빼고, '병사' 주장한 백선하 교수만 보도한 KBS
KBS 보도를 보니까 새삼스레 다시 화가 납니다. 지난 6월 서울대병원이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정정했습니다. KBS 보도에 나온 것처럼 저렇게 자신들이 잘못 없다고 우기던 사망 원인을 결국은 외인사로 정정했습니다. 저 보도로 인해서 이후 벌어졌던 일들이 기억나실 겁니다. 바로 '부검 정국'입니다.
백남기 농민께서 작년 9월 25일 돌아가시기 전부터 소문이 있었습니다. 검찰과 경찰들이 부검을 시도할 것 같다. 이런 소문들이 있었는데, 실제로 백 농민께서 돌아가시기 전날인 9월 24일부터 경찰병력이 서울대병원을 둘러쌌거든요. '이제 부검을 하려고 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했는데, 그 상황을 촉발시켰던 게 바로 사망진단서의 사망 원인이었습니다. 병사! 병사라고 기재된 사망진단서를 근거로 경찰과 검찰이 부검을 한다고 한 겁니다. 물대포가 아닌 다른 외인에 의해서 고인이 사망을 했고, 그 사망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서 부검을 해야겠다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9월 25일부터 부검 영장이 만료된 10월 26일까지 한 달 동안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시민들이 지키고 경찰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KBS가 보도에서 누락한 중요한 장면이 있습니다. 저 기자회견 자리에 서울대 윤리위원회 이윤성 위원장이 개인적 견해를 밝히는 장면이 있어요. 그걸 KBS가 날렸어요(편집했어요). 윤리위원회 내부에서도 격론과 논쟁이 있었고, '이것은 외인사가 맞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KBS가 그건 쏙 빼고 백선하 교수의 주장만 보도한 겁니다. KBS는 가족과 대책위의 기자회견에서도 중요한 내용은 모두 지웠습니다. 저희가 MRI 영상까지 공개하고 의견을 냈는데, 그걸 싹 다 뺀 겁니다. 그리고는 서울대병원의 왜곡된 일방적인 주장만 보도한 겁니다.
어렵게 인터뷰해도 보도 안 나와, 결국 언론 불신하게 되었다
그러나 왜곡 보도보다 저희를 더 화나게 한 것은 KBS와 MBC의 무관심입니다. 언론이 백남기 농민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가진 시기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신 직후부터 2015년 말까지. 그다음에 돌아가신 후에 장례 하실 때까지 한 40일간의 시기. 이 두 시기에 언론 보도와 취재가 집중됐는데, MBC는 두 시기 모두 왜곡하거나 외면했습니다. 이번 촛불시위에서 MBC 현장취재 기자들이 MBC 로고를 가리고 취재를 했던 창피한 일들이 있었는데, 사실 2015년에도 그랬습니다. 2015년 총궐기 직후에 백 농민이 쓰러진 후에도 MBC나 KBS의 카메라가 나타나면 상당히 의아했거든요. "아, 저 방송국들이 웬일로 이런 일에 관심을 두나?" 그랬습니다. 그만큼 무관심했습니다.
얼마 전에
언론의 무관심과 왜곡 보도가 야기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유가족들이 언론을 불신하게 된다는 겁니다.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신 직후에는 경황도 없고 혼란스럽기도 하고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인데, 이때도 취재원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취재를 하려고 하거든요. 이런 사례부터 불신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더 큰 문제는 좀 마음을 추슬러서 인터뷰나 취재에 응하면, 보도가 또 나오질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이걸 왜 해야 하나'하는 자괴감이 드는 겁니다. 결국, 백 농민께서 돌아가신 이후에는 가족들을 언론과 직접 접촉시키지 않는 것으로 저희가 방침을 정해버렸죠.
이렇게 국민이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특히 공영방송이 가진 영향력이 엄청나게 크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MBC나 KBS의 취재에는 응했는데, 어느 순간 기피하게 되고 신뢰하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정부 입장만 '받아쓰기'하더니, 심지어 일베의 '빨간 우의설'까지
왜곡의 문제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2015년 민중총궐기에서 백 농민이 쓰러졌을 때도 그랬고 돌아가신 다음에도 그랬고, 이게 무슨 보도지침처럼 정부의 입장과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입장, 보수 언론들의 보도가 너무도 똑같았었어요. 공영방송이라는 MBC나 KBS에서도 가끔 보도가 나오면 계속 그런 식의 받아쓰기 보도만 나왔죠.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민중총궐기가 폭력 집회라는 점만 부각하는 보도입니다. 일부 참가자들이 밧줄을 이용해서 버스를 끌어당기고 방화를 하려고 했고 경찰차를 훼손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경찰이 물대포를 어쩔 수 없이 썼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런 방어 논리들을 경찰과 정부가 계속 유포했는데, 이게 관련 보도를 뒤덮었습니다. 그날 왜 백남기 농민이 서울에 올라올 수밖에 없었는지, 왜 2015년 11월 14일에 13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서울에 모여서 집회를 하게 되었는지, 이런 문제는 전혀 보도가 되지를 않아요. 딱 보도 지침처럼 말이죠.
또 하나 '빨간 우의설'도 있습니다. 이건 보수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에서 유포되었던 것이거든요. 어떤 일베 이용자가 당시 영상을 캡처해서 빨간 우의를 입은 사람이 백남기 농민을 가격해서 중태에 빠트렸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는데, 굉장히 엉성한 짜깁기(편집)였습니다. 그 짜깁기한 영상의 전체 영상을 보면, 누가 봐도 '저 사람(빨간 우의를 입은 사람)이 백남기 농민을 도와주러 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은 이게 '제3의 사인'이라면서 설파하기 시작했고, 경찰이 조사까지 하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언론들도 일제히 받아쓰면서 확대 재생산했어요. 급기야 경찰이 백남기 농민 관련 재판에서도 이걸 증거로 내려고 했습니다. 참담했습니다. 이미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뉴스타파>에서 영상을 분석해서 '빨간 우의설'이 악의적 왜곡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저는 이 '빨간 우의설'을 겪으면서 언론의 기본적인 관점이 상당히 잘못됐다고 느꼈습니다. 언론사의 생명은 팩트 체크와 크로스 체크 같은 사실 확인인데, 그런 사실 확인을 게을리 하는 겁니다. 아무리 집회 시위 문화가 싫다고 하더라도, 언론이라면 일단 상식 수준에서 사실을 전달하고 기계적 중립이라도 지켜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겁니다.
악의적 왜곡 보도한 김세의 기자, MBC는 비호했다
마지막으로 MBC 김세의 기자 얘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저희가 지금 이 사람을 고발해 놓은 상황입니다. 이 사람이 페이스북으로 백남기 농민 돌아가셨을 때 '가족들이 살인범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딸 백민주화 씨가 시댁 행사 일정으로 발리에 갔던 것을 '아버지가 위독한데 발리로 놀러 갔다. 여행을 갔다'면서 패륜아로 묘사했어요. 그러자 일부 보수언론에서 김세의 기자의 페이스북을 인용해서 또 많은 보도를 냈어요. 백민주화 씨가 진짜 아버지의 임종을 앞두고 발리에 휴양 차 놀러 간 것처럼 왜곡됐습니다. 이것도 원래 일베에서 시작된 건데, 이걸 유포한 게 김세의 기자입니다. 역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주장을 하고, 또 이걸 언론들이 확대 재생산한 악순환이 이어진 겁니다.
김세의 기자는 이런 짓을 하고도, 아직 MBC에서 징계 받았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습니다. 결국 저희가 형사 고발했습니다. 이 사람은 반드시 처벌을 받게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MBC가 이런 기본 자질도 안 된 사람들을 기자로 일하게 하고 비호하는 상황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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