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의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예은이 아빠 유경근입니다. 며칠 전 민언련이 만든 '왜곡편파보도백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백서의 분량이 워낙 많기도 했지만, 600페이지가량의 책 가운데 거의 200페이지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언론보도의 문제였습니다. 물론 저희들이 직접 겪었던 일이긴 합니다만, 주변에서 이렇게 대한민국의 언론을 바꾸기 위한 계기와 출발점으로 세월호 참사를 진지하게 다루고 계시다는 것에 대해서 감사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저는 방금 전 영상으로 보여주신 MBC 박상후 기자의 '유가족의 조급증이 잠수부의 죽음을 불렀다'는 식의 저 보도에 대해서 이렇게만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잊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언제가 되었던 어느 때가 됐건 어느 기회가 되건 저 보도를 준비한 사람들과 저렇게 나와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저희는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법적인 수단을 통하든 사적인 수단을 통하든 결코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다만 지금은 저것도 중요하지만, 미수습자를 수습하고 진실을 찾기 위한 출발 자체가 이제 막 걸음을 떼기 시작한 시기이기 때문에 거기에 집중을 하고 있을 뿐, 우리 유가족들은 결코 저 보도를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를 드립니다.
시신 찾은 유가족에게 심경 묻는 바보 같은 질문에 상처받았다
특히 가장 첫 번째는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 지금까지 저희 피해자들 피해자들이라고 하면 유가족들은 물론이고 생존자들, 또 그 가족들까지 포함합니다. 그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는 언론인들이 문제가 있습니다. 직접 만나서 취재의 목적이든 또 아니면 다른 목적이든 간에 이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그런 말과 행동으로 비롯되는 그래서 피해자들이 받게 되는 피해들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참사 당시 진도 체육관이나 팽목항에서 기자 신분을 속이고, 심지어는 본인이 유가족이라고 소개를 하면서 피해자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그것을 기사로 써내는 이런 일들이 정말 비일비재했었죠. 이런 것들 그리고 가장 저희 가족들이 대표적으로 꼽고 있는 것이 '심경이 어떻습니까, 지금 심정이 어떻습니까?'. 예를 들면 예은이의 시신을 찾았을 때 기자들이 와서 '심정이 어떻습니까?'라고 묻습니다. 가족들에게 유해가 발견이 되었다는데, '심정이 어떻습니까' 이런 문제. 이런 질문은 정말 바보 같은 질문이거든요. 결국 이런 문제는 언론의 시스템 문제 언론의 법적인 문제 이런 것을 떠나서 개인적인 소양에 상당히 큰 문제가 많은 그런 현상 아닙니까. 이것은 결국 재난 참사를 어떻게 취재하고 어떻게 보도해야 되는지에 대한 언론사들이 사회적인 규범이라든가 규칙이라든가 매뉴얼 같은 것들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 뭐 속보 경쟁이라던가 이런 것들에 압박을 받는 일선 취재 그것도 아주 젊은 경험이 많지 않은 기자들이 뭔가에 쫓겨서 달려들면서 했던 취재 방식. 그것이 지금까지도 기자들이 준 가장 큰 상처 중에 하나로 남았다는 것 하나 짚고 싶고요.
속보 경쟁, 받아쓰기 문제, 사장과 법 바뀐다고 해결될까 의문
또 하나의 유형은 아까 잠깐 말씀을 드렸지만, 소위 속보 경쟁이란 미명 하에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보도되는 무차별적으로 난사되는 그런 보도들이 또 하나의 유형이 있습니다. 그것이 대표적인 사례는 당연히 전원구조 오보겠지요. 게다가 목포MBC에서 그 당일 날 이것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는 보고가 여러 차례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무시하고 전원 구조 오보를 계속 지속했던 것. 그리고 전원 구조가 오보라는 것을 인정한 이후에도 상당 시간 동안 같은 보도와 자막이 나갔다는 것은 이것은 사실 상식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저희는 여기에 무언가가 다른 의도가 숨어있지 않는 이상 어떻게 이런 식의 보도가 나갈 수 있는지, 속보 경쟁, 받아쓰기 관행이라고 해명을 하고 넘어갑니다만 단순히 받아쓰기라는 표현으로만 그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의심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어떤 기자들이 재난 참사를 보도하기 위한 준칙이나 매뉴얼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전혀 전무한 상태에서 그냥 어떤 쫓기듯이 취재하는 경쟁에서 나온 여러 가지 잘못된 보도들. 또 속보 경쟁이라든가 받아쓰기로 해명이 되는 여러 가지 결과들 이런 것들이 단순히 언론사의 자정 노력, 개인의 자정 노력 이런 것들을 과연 해소해 갈 수 있을까. 앞으로 바꿔 나갈 수 있을까. 왜 이 말씀을 드리냐 하면 제가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겁니다. 단순히 언론사 사주 사장을 좋은 사람으로 바꾸고 또는 관련된 법 관련된 위원회를 좋은 사람으로 채우고. 그것만으로 근본적인 해소가 해결이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스갯소리지만, 저희 가족들은 그런 농담도 서로 좀 한 적이 있습니다. "왜 기자들을 시험을 봐서 뽑지? 내가 해도 저것 보다는 잘할 것 같은데. 근데 시험 보는 거 보니깐 아마 시험 과목 중에 받아쓰기가 있을 거야. 그 받아쓰기를 누가 얼마나 빨리 잘하느냐에 따라서 그 성적 가지고 기자 뽑는 것 아닌가?" 이런 농담도 가족들이 사실 합니다. 근데 단순히 그런 문제를 해소한다고 그래서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에 벌어졌던 잘못된 보도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언론은 '적극적 공범'이었다
제가 마지막으로 정말 좀 조심스럽지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 세월호 참사를 매우 악의적인 정치적인 시각으로 판단하고 재단을 해서 이것은 눌러야 하고 돈 줘서 당장 흩어지게 만들어야 하고 이것이 정권의 위협이 되지 않도록 방어해야 하고 이런 정권의 시각을 철저하게 따라갔던 언론들 아닌가. 단순히 대통령이 무서우니까 시키니까 해야지 이런 것이 아니었고 더 적극적으로 함께 그런 잘못들을 저지른 공동의 공범 내지는 매우 적극적인 부역자였습니다.
결국 저희 가족들이 아쉬워하는 것 중 하나는 이런 겁니다. KBS에 문제가 있다. 그러면 KBS 안에 있는 사람들은 왜 조용할까? 물론 알고 보니까 조용했던 것은 아니에요. 굉장히 그 안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투쟁하고 제대로 보도하기 위해 데스크랑 싸우고 이런 것들을 나중에는 충분히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밖에서 볼 때는 왜 정작 그 문제를 자기 일로 여기고 스스로 해결해 나갈 사람들이 이렇게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결국 본인들이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할 주체가 되었을 때 나중에 또 시대가 바뀌고 사람이 바뀌어도 그 문제를 헤쳐나갈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겁니다. 이걸 또 외부의 힘으로 정치적인 힘으로 국회의 힘으로 뭔가를 바꾸어서 그 문제를 해결해 주면 과연 그 안에서 그 해결되는 것을 계속 그 힘을 이어 나가면서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가, 가족들 입장에서 그런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던 것이죠.
그래서 시간이 좀 지났습니다만, 딱 한 문장으로 결론을 내리고 싶은 건 무슨 보도가 잘못되었다 이런 걸 다 떠나서 근본적으로 언론이 단순히 정권의 눈치를 봤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고, 그 나쁜 정권과 함께 공범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했기 때문에 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이런 보도와 이런 것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저희들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과연 어떻게 해결을 해 갈 것인가라는 많이 답을 주시고 만들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