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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반대의 모든 논리에 대한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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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반대의 모든 논리에 대한 반박

[복지국가SOCIETY] 최저임금 인상의 정치경제학

지난 7월 15일 밤 11시 10분까지 격렬한 논쟁을 벌인 끝에 드디어 제11차 최저임금위원회에서 2018년 적용 최저임금을 시급 7530원으로 의결했다.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 선거 때 공약했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의 첫 걸음을 뗀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평균 5% 수준, 그리고 박근혜 정부에서 이루어진 평균 7.4% 인상율과 비교하면 확실하게 정권이 바뀐 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되고 나서도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보수 진영은 온갖 논리를 들이대며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진보 진영의 일부도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 다수가 아직 최저임금 인상의 의미를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복지국가 입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가지는 정치경제학적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정책 결정 과정

내년도 최저임금은 2017년 현재 적용되는 최저임금 시급 6470원보다 시급이 1060원이나 올랐다. 전년 대비 무려 16.4%나 인상된 수준인데, 역대 최고 수준의 인상액이 결정되기까지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3월 31일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생계비, 유사노동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 향상과 노동시장 내 격차 해소로 소득 분배 상황이 단계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합리적 수준으로 심의·의결해 줄 것”을 요청을 하면서 올해 최저임금 관련 논의가 시작되었다.

최저임금 논의는 우선 상임위원, 근로기준정책 과장, 노사단체 실무자, 노동연구원 등 노·사·공익 실무자 7명으로 구성된 연구위원회가 최저임금을 논의하기 위한 생계비와 임금 수준 등 기본 근거 자료를 검토하면서 시작되었다. 처음 5차까지 심의를 통해 비혼 단신 노동자 실태와 생계비 및 임금 실태,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의 주요 노동경제 지표 등 기본적인 탐색전을 한 후 본격적 논의가 시작되었다.

제7차 회의에서는 PC방, 편의점, 슈퍼마켓, 주유소, 이·미용업, 음식점, 택시, 경비 등 8개 업종에 대한 차등 적용 방안이 제안되면서 최저임금을 반대하는 세력의 조직적인 저항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제8차 회의에서 “최저임금을 모든 업종에서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의결하자, 제9차 회의에서는 소상공인 대표 사용자 위원 4명이 불참하는 등 파행이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개최된 제11차 회의에서 노동계 9인, 사용자 9인, 공익대표 9인 등 최저임금위원회의 재직위원 27명 전원이 출석해 '근로자 안 15표와 사용자 안 12표'로 근로자 안이 가결됐다. 이런 표결이 나온 것은 공익대표 9인 중 6인이 노동계 안에 표결했기 때문이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 결정은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을, 촛불 혁명을 통해 권력이 바뀐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공익 대표의 다수가 사용자 편에 서거나 사용자 측 의견을 중심으로 작성된 방안에 찬성하는 식으로 결정이 났다. 하지만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에서는 463만 명의 최저임금 노동자와 그들의 평균 가구원수 2.53명을 고려한 전체 약 1170만 명의 소득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우리는 지난 촛불 혁명 과정을 통해 이제 더 이상 저임금 노동력의 착취를 통해 지탱되는 사회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소득 증대로 내수를 활성화하는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선택했다. 이번 최저임금 협의 과정은 바로 그런 선택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기에 의미가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 과정 자체가 촛불 혁명의 성과이며, 새로운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국민의 전리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대 논리들

최저임금의 논의 과정에서부터 반대 세력의 저항은 조직적이고 집요했다.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가시화되자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를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모 단체는 국회 세미나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기 위해 “소상공인들이 한낱한시에 두 명씩, 한 번에 20만 명을 해고해서 우리가 고용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보여주자”라고 결의했다. 그리고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반대하는 듯한 발언을 해와 사회적으로 빈축을 샀다.

보수 언론들은 '몇 년 전 최저임금이 오르자 아파트 경비원 해고가 잇달았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리고 과당 경쟁에 시달리는 편의점 업주들을 언급하면서 “시급 1만 원이 되면 가게를 접고 알바를 뛰겠다”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최저임금이 도리어 일자리 감소의 역효과를 낸다는 논리를 전문가의 입을 빌어 교묘하게 전파하면서 사실상 저임금 노동자들을 겁박한 것이다. 가령, 보수 언론은 재작년 미국 월마트가 최저 시급을 38% 올리기로 해 미국 사회의 박수를 받았으나, 나중에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자 감원과 근로시간 단축에 나섰다는 것을 최저 임금 인상의 부작용 사례로 보도했다.

일부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한 논객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 이들은 경제학 교과서의 가격과 수량의 관계를 언급하면서 최저임금(P)의 급격한 인상은 동시에 고용량(Q)을 줄이라는 요구를 내포하는 결정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이 주장은 일부 맞는 말이다. 실제로 한계 상황에 내몰려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우 인상된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기존의 고용을 축소하고, 자신이나 가족 노동력으로 대체하거나 심지어 폐업하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2015년 한국노동연구원 '최저임금 인상 고용영향평가' 연구보고서는 “최저임금이 10% 늘면 1.1% 정도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고, 김우영 공주대 교수는 2010년 “최저임금이 10% 오르면 여성 청년층은 1.6%, 남성 청년층은 1.1% 고용이 줄어든다”고 결론내고 있다(경향신문, 7월 21일). 실제로 최저임금이 16.4%나 오르고 강화된 근로감독 규정이 적용되는 2018년에는 이들 연구보다 고용이 더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2002년과 2006년에도 최저임금이 이번과 비슷하게 16.8%와 13.1%가 각각 올랐는데, 그 다음 몇 해 동안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정태인, 7월 24일).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이 줄어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해도 고용률 감소가 미미한 것은 이들이 최저임금 미만의 노동 암시장으로 전락하기 때문에 나타난 착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가 2002년 68.2만 명(4.9%)에서 2012년 169.9만 명(9.6%)으로 늘어났고, 2016년에는 266.4만 명(13.6%)로 늘어났다. 이는 '실질 최저임금'과 '명목 최저임금'의 갭이 그만큼 커졌음을 의미한다. 즉 법정 최저임금 미만의 노동자는 5인 미만 사업장에 46%, 5~9인 사업장에 24%, 10~29인 사업장에 18% 등 88%가 근로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소규모 영세 사업장에 근무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저임금도 주지 못하고 인건비 절감으로 연명하는 영세 기업이나 사양 산업을 더 유지시키는 것이 옳은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이들 때문에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충분히 줄 여력이 있는 중소기업이나 대기업들조차 최저임금을 핑계로 저임금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이 바람직한지도 묻고 싶다. 그들 기업에 고용된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인상할 수 있다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일부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해도, 이는 각종 사회서비스 분야의 일자리 창출과 보편적 복지 제도로 소득을 보전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충분히 감수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반대 논리 중의 하나는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상의 폭이 너무 높다거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은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올리는 것은 좋으나 3년간 54% 인상은 너무 가파르다는 지적이 많다”라는 주장도 보기에 따라서는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즉 지금의 심각한 소득불평등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너무 적은 급여 수준 때문에 생활 자체가 어려운 당사자들을 생각한다면, 사실 이 정도의 인상 속도가 그리 과도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시간을 더 가진다고 해서 반대가 무마되거나 부작용이 줄어들지도 않는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상쇄시켜줄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방지와 대기업과 원청 기업들의 불공정 거래의 정상화는 집권 초기 힘이 있을 때가 아니면 추진하기 어렵다. 그래서 오히려 최저임금의 획기적 인상 조치와 같은 큰 개혁은 집권 초반에 빨리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하청 단가에 인건비를 반영해 계약하도록 하고, 인건비 지급 여부를 확인하도록 제도화하는 “최저임금 인상의 실질화 과정”은 오히려 인건비가 낮은 초기부터 시행해야 준수될 확률이 더 높고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질 좋은 일자리 만든다

최저임금 인상은 단순히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임금이 일부 오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은 단순히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르는 문제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전반적 변화를 불러오는 마중물의 역할을 하게 된다.

첫째,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너무나 열악한 노동자들의 삶이 상당히 개선된다. 노동자 숫자 기준으로 연간 약 12.2조 원 정도가 추가 임금으로 지급되며, 최저임금을 받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월 314만 원 이상의 수입이 보장된다. 전체 고용 인구인 1870만 명의 26%에 해당하는 463만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이 상당하게 개선될 것이다.

둘째, 최저임금 인상은 전체적으로 일자리의 질을 좋게 해 준다. 우리나라 고용은 일자리 자체가 없다는 것보다 전체적으로 일자리의 질이 낮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일자리의 질은 결국 임금 수준과 복지 수준이 결정한다. 이번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 수준이 상당히 개선될 것이고, 이와 연동하여 각종 사회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되어 그야말로 다수의 일자리들이 좋은 일자리로 전환된다.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연관된 제도들이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이들이 우선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추가로 임금에 근거해 책정되는 여러 부담금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향을 받는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도 4대 사회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어 있는데, 노동자의 4대 사회보험 부담분이 늘어나고, 이에 대응해 고용주의 부담분도 늘어난다.

월 환산 최저임금인 157만3770원이 되면 주 40시간 최저임금 노동자는 내년부터 한 달 수입이 22만 원 정도 늘어난다. 1년 동안 일하고 퇴사한 최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퇴직금이 올해 약 155만 원에서 내년에는 181만 원 정도로 늘어난다. 이 노동자의 세금과 사회보험료 지출은 월 약 2만4000원 정도 많아진다. 사용자가 부담하는 사회보험료 지출도 월 2만 원가량 늘어난다.

단기적으로는 이런 증가분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국가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납부를 유예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만 장기적으로 4대 사회보험의 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에도 납입금이 늘어나면 나중에 받을 수 있는 지급액도 늘어나므로 노후 소득의 보장에도 효과가 크다. 이렇듯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들을 위한 각종 사회보장이 강화되어 일자리의 질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셋째,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국인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들이 만들어진다. 지금까지 너무나 낮은 임금 수준으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서 일하던 여러 일자리들도 최저임금이 인상되어 월 200만 원 이상의 임금이 보장되면 내국인들도 일할 만한 자리로 변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 고령화로 급속하게 증가하는 간병 등 돌봄 노동의 경우 급여는 너무 적어 재중 동포들 외에는 일할 사람 구하기 어려웠는데, 앞으로는 내국인들도 취직할 만한 일자리로 바뀔 것이다. 보육 교사의 처우도 개선돼 보육과 유아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생활 체육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강사의 처우도 개선될 것이다.

이처럼 지금까지 저임금으로 종사할 생각을 못하던 여러 일자리들이 최저임금의 획기적 인상으로 '일할 만한 직장'으로 바뀔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이다.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이제 최저임금의 획기적 인상으로 인해 제대로 된 일자리로 재탄생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넷째, 최저임금 인상은 공공 부문과 다양한 민간 부문에도 영향을 미쳐 전체적으로 임금 상승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15년 서울시가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도입한 '서울형 생활임금'을 현행 8197원에서 내년 9000원대로 인상하고 2019년 1만 원대 진입을 추진”하겠다면서 “서울에서 실제 생활이 가능하도록 최저임금보다 1727원을 더 높게 책정해 기본임금 수준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의 생활임금 적용 대상은 공무원 보수 체계를 적용받지 않는 기간제 노동자와 공무직 등 직접 채용 노동자, 민간 위탁 노동자, 뉴딜 일자리 참여자, 투자·출연기관 노동자 등 올해 총 1만5000명이다. 그리고 이는 생활임금을 도입한 다른 지자체들에도 영향을 미쳐 이들도 내년도 생활임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또한 공공 부문에서 발주하는 모든 공사나 용역에서 기준이 되는 인건비 단가가 최저임금과 연동해 인상되는 효과가 있으므로 민간 부문의 임금 인상을 유발하게 된다. 예를 들어 건설공사의 경우 발주자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단가 계산에서 최저임금을 근거로 각종 인건비의 단가를 정하는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기업체가 내는 제안서에 기입되는 인건비의 단가도 인상된다. 이는 민간 부문의 인건비 비중의 증가로 나타나 전체적으로 노동소득의 분배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주장 중의 하나로 내년은 최저임금이 인상돼 9급 공무원 1호봉이 최저임금 미만이라는 기사를 근거로 댄다. 또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임금 테이블도 1호봉의 경우 최저임금 미만인데, 우리나라의 연공급-호봉급 체계를 그대로 가져간다면 1호봉 테이블의 상향은 '연쇄적으로' 연공급-호봉급 체계에서 임금 테이블의 순차적 상승을 불러오므로 감당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편다.

그러나 이 주장은 역으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각종 임금이 연쇄적으로 오를 것이므로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전 사회적으로 미칠 것이며, 노동소득 분배율을 높여 소득 주도 성장으로 갈수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 된다. 다른 나라들은 '헬리콥터 머니'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정부가 달러를 뿌리고, 엔화의 무제한 방출을 국가 정책으로 채택해 내수를 살리기 바쁜데, 우리나라는 최저임금만 인상해도 그런 효과가 나타난다니 오히려 바람직하다. 물론 대기업의 연공급 체계와 공무원들의 호봉급 체계는 현실과 맞지 않고 불합리한 부분이 있어 별도의 과정과 절차를 거쳐 개혁해야 하겠지만, 이들 제도의 존재가 최저임금 인상을 못할 이유는 될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 자영업자에게 미칠 영향?

다섯째, 최저임금 인상은 산업구조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나 과도한 경쟁에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자영업 종사자의 비율이 10% 미만이고 OECD 평균은 15% 수준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6%로 매우 높기 때문에 경쟁이 너무 치열한 것이 문제다. 이렇게 경쟁이 심하다보니 '2017년 국세통계 조기공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창업한 사업자는 122만 6443명인데 폐업한 사업자는 90만 9202명으로 전체의 25%가 매년 망하고 있다. 따라서 자영업 종사자가 너무 많아 동일 업종 간의 경쟁이 격화된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어떤 정책도 실질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한계선상에 있는 일부 자영업자들에게 사업을 접게 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월 150만 원도 벌지 못하던 자영업을 그만두고 새롭게 취직할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 말은 동시에 다른 자영업자들에게는 경쟁이 완화돼 경영 환경이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600만 명이나 되는 자영업자들의 숫자가 점차 400만 명 선으로 감소한다면 자영업도 꽤 할 만한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어쩔 수 없어 자영업에 퇴적되는 게 아니라 다른 좋은 일자리가 있다면 자영업을 하지 않을 사람들에게는 그런 선택을 할 자유를 줌으로서 자영업 전체의 질을 높이고 서비스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단기간 노동이나 저임금 노동은 감소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것은 오히려 고부가 가치와 고생산성 산업 쪽으로 산업 구조의 조정을 촉진하는 바람직한 변화를 유도한다. 스웨덴의 경우 적극적 연대 임금 정책을 통해 동일 업종의 평균 임금을 정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는 기업은 업계에서 퇴출하도록 유도했다. 이를 통해 노동자의 임금을 매개로 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생산성의 향상과 기술 발전을 유도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김창환 미국 캔자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최저시급을 올려서 고용이 줄어드는 게 꼭 나쁜 것이냐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고 지적했다. 이는 “높은 임금이 구조 개혁을 촉진하고 생산성 향상을 강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즉 “최저임금을 못 주는 기업과 자영업자 등이 문을 닫으면 해당 자본이 공중 분해되는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 이상을 줄 수 있는 자본으로 흡수”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럴 경우 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구조적 고도화가 강제된다.

최저임금 인상을 복지국가의 문을 여는 계기로

최저임금 정책은 그 자체로서 노동 취약계층의 소득을 늘려서 생활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지만, 다른 여러 정책들이 연동되어 있는 중요한 고리이기도 하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대로 최저임금의 획기적 인상과 그에 따른 후속 조치들을 국민의 힘으로 성공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 최저임금 인상은 지난 20년간의 신자유주의 폐해와 저임금 근로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성장 전략을 수정해 우리나라의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재벌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을 바꾸어 다수 국민의 소득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전략을 편다는 것은 기존의 분배 구조를 바꾸고 불평등을 줄이려는 혁신적 전략이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저항과 반발이 있을 것이다.

이런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 재정을 직접 투입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소요되는 재정은 향후 다른 정책들을 시행하면서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여기에 드는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인 증세 정책을 시행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증세 정책은 세전 소득과 세후 소득의 차이를 벌려서 세금을 통한 공정한 분배 효과를 극대화하는 중요한 정책이다. 노동자들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또 하나의 방법은 보편적 복지를 강화해 재분배를 제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임금 인상을 통한 분배, 조세 정책을 통한 분배, 그리고 적극적 복지를 통한 직접 지원 등이 촘촘히 엮여야 한다. 국가의 역할이 단순히 복지만 많이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고, 이런 과정을 통해 경제사회의 운영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경제와 복지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역동적 복지국가'다. 그리고 최저임금의 획기적 인상은 이를 위한 소중한 마중물이자 제2의 촛불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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