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재생에너지로 100% 공급하겠다던 카본프리 아일랜드 계획을 발표한지 5년이 지났다. 원래 탄소 없는 섬 계획은 2008년 김태환 도정에서 고유가에 대비하는 중장기대책으로 처음 발표되었다. 당시 풍력과 태양광 뿐 아니라, 지열,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 바이오가스 등을 활용하여, 2020년까지 도내 전체 에너지사용량의 20%로, 2050년까지 50%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첫 발표 이후 4년이 지나는 동안 지열과 바이오에너지는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였고, 화석연료 사용량은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늘어만 갔다.
그런데 5년 전인 2012년 5월 2일, 우근민 도정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에너지자립을 위한 제주형 저탄소 녹색성장 모델인 'Carbon Free Island Jeju by 2030' 계획을 발표하였다. 2030년까지 제주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고, 전면 전기자동차를 운행하는 '탄소 없는 섬'으로 조성해나간다는 계획이다. 1단계로 가파도를 대상으로 카본프리 아일랜드 모델을 만들고, 2020년까지는 50% 대체, 그리고 2030년까지 100% 대체를 목표로 제시했다. 스마트그리드 거점지구 추진, 전기자동차 시범도시 구축, 해상풍력 2GW 개발, 제주에너지공사 설립 등 그 동안 제주도가 발표하거나 추진해왔던 에너지 관련 정책들을 종합한 계획이었다.
원희룡 도정은 보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였다. 2015년 5월 26일 제주도는 LG와 '카본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 제주' 비전의 조속한 실현과 제주를 에너지신산업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구축하기 위해 그 실행방안으로 '글로벌 에코 플랫폼 제주'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전기차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3년 전 발표한 카본프리 아일랜드 계획에 없던 1300㎿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과 520㎿ 연료전지 발전도입이 포함되었고, 제주도와 LG, 그리고 한전이 함께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더욱이 2015년 11월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제주도를 풍력과 전기차를 통해 탄소없는 섬"으로 조성하겠다는 연설을 했다. 이에 따라 2016년 환경부는 대통령 연두업무보고 자료에 신기후체제 대응을 위한 '탄소제로섬' 구축을 포함시켰다.
이렇게 제주도의 탄소 없는 섬 계획은 첫 발표 이후 여러 차례 목표와 계획이 더 큰 규모로 수정, 확대되었다. 그렇다면 100% 전면 전환 계획을 발표한 2012년 이후 5년이 지난 현재, 목표달성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전력거래소의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2012년 제주지역 전체 전력생산량 중 재생가능에너지는 4.9%를 차지했는데, 2016년에는 그 보다 두 배 더 많은 11.5%를 공급했다. 같은 기간 제주도내 화력발전 생산량은 11.2% 감소하였다. 이런 수치만 놓고 보면 '카본프리'라는 목표 달성에 점점 근접해지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전체 전력소비량은 약 22%라는 매우 높은 수치로 증가하였고, 결국 해저연계선을 통한 육지로부터의 공급의존도는 더 높아졌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 설비가 늘어난 만큼 재생가능에너지 생산량도 늘어났지만, 그에 못지않게 제주도에 거주하는 상주인구와 관광객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전력수요량도 덩달아 늘어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부 추진 계획들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제주도 에너지 담당 국장은 최근 도의회에서 카본프리 아일랜드의 1단계 사업인 가파도 시범모델은 현재 사용 에너지의 40% 정도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한다고 말했다. 제주도 본섬 보다 4배 정도 많은 수치이여서 굉장히 높은 것이다. 그런데 불과 작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2%도 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2년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했으니까,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동안 풍력발전기를 가동한 시간이 총 603시간으로, 하루 24시간으로 환산하면 겨우 3년간 25일만 가동되었을 뿐이다.
가파도 카본프리 아일랜드는 2011년 제주도와 관계기관들이 업무협약을 맺어서 시작을 했다. 처음엔 각 업체들이 풍력발전기와 에너지전환장치 등을 현물로 내기로 했다. 그런데 정해진 용량보다 부족한 기계를 납품했고, 전기 설계도 문제가 있어서 제대로 된 운영을 하지 못했다. 결국 제주도가 수십억 원의 혈세를 투입해서 초기에 계산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설비들을 추가로 설치했다. 25억 원을 들여서 전력저장장치와 전력변환설비를 추가하지 않았을 때는 바람이 잘 불더라도 풍력발전기를 가동할 수 없었다. 그나마 지금은 재생가능에너지 대체율이 상당히 높아졌지만, 그간의 과정에 벌어졌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보완해서 향후 정책과정에 반영해야만 카본프리 아일랜드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그 당시 제주도와 업무협약을 맺었던 대정과 한림 해상풍력사업은 경제성 부족과 민원 문제로 인해 아직 사업허가도 못 받았다. 제주도 연근해는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 대규모 해상풍력발전을 건설하면 어민들의 생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관광산업의 주요한 자원인 해안경관도 훼손될 수 있으며, 최근에는 제주도에만 사는 멸종위기보호종인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전국 최초로 설립된 지방에너지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는 지금도 '에너지공사'라기 보다는 '풍력발전공사'의 역할에만 치우쳐져 있다. 아직도 열악한 자본력과 기술력은 신규 사업 진출에 큰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풍력과 더불어 재생가능에너지의 중요한 한 축인 태양광발전은 지난해부터 제주도가 대우건설 컨소시엄에 허가를 내주는 감귤폐원지 활용 태양광발전사업에 대부분의 역할이 넘어갔다.
전기자동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보급대수의 52%인 5629대가 제주도에 등록되었다. 그동안 제주도가 도지사 관용차량을 전기차로 바꿨고,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개최, 전기차 에코랠리 대회, 전기자동차의 날 행사와 같이 다양한 보급촉진 행사를 개최해온 결과이기도 다. 물론 지난 4년간 환경부의 전기자동차 민간보급예산의 절반이 매년 제주도에 지원되었고, 제주도에서도 다른 지자체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2011년 환경부가 제주도를 전기자동차 선도도시로 선포한 이후 도내에서 증가한 차량은 약 6만8000대로,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보다 10배 이상 더 많이 보급되었다.
자가용인 아닌 전기버스도 전국 최초로 서귀포에서 시내버스 노선을 시범운행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추진하는 전기자동차 민간보급사업이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관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리스 사업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올해 초 열린 전기차 배터리리스사업 평가위원회에서 보급목표 미달성과 추가 수요 미확보, 그리고 환경변화에 따른 사업성 악화 등으로 인해 더 이상 이 사업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지난 5년을 간단히 살펴보았는데, 계획 발표와 정책 추진은 요란했지만, 전력소비량과 자동차 보급 대수의 획기적인 감축전략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 100% 에너지자립과 100% 전기차 전환은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었다. 따라서 왜 그러한지 꼼꼼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점에서 그 동안 제주도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간략한 평가들이 대부분 부정적이었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만 하다.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 정책이 병행되지 않을 때 재생가능 에너지 활용 기술이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달성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박진희, 2008)거나, "정부관계자는 경제적이고 산업적 발전에 대한 가치를 중시하는 원칙을 갖고 있었으며"(강지윤․이태동, 2016), "대규모 인프라공급을 목표로 한 관주도-산업연계 모델이어서 주민참여와 지역거버넌스가 주요한 고려사항으로 되지 못하고 있으며, 국가 및 참여 자본이 주도하는 사업에 더 가깝다"(생태지평, 2014)는 평가는 결국 정보공개와 시민참여를 바탕으로 해서 과거의 정책을 평가하고 실현가능한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때마침 올해는 법정계획인 5년 단위의 제주특별자치도 지역에너지계획을 세울 때다.
최근 타 시도에서 시민참여형 에너지계획을 세우고 있을 뿐 아니라, 지역에너지 전환에 대한 관심도 높다. '카본프리'를 선언한 제주도가 기술뿐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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