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FTA 모델이 모습을 드러냈다. 트럼프 행정부는 30일자로 미국 무역법에 따라 미국 의회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초안을 제출했다. 지금 트럼프는 자신의 FTA 모델을 만드는 중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한국에 이 모델을 들이밀 것이다.
트럼프의 새 모델은 무엇이 다른가? 내가 가장 우려한 내용은 '과세에서 공평성 추구'('seek to level the playing field on tax treatment')이다. 이 의미는 일차적으로는 수출 부가세 환급제도의 폐지를 의미한다. 머지않아 트럼프는 자신의 새 FTA 모델을 가지고 서울에 와 부가세 환급을 폐지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의 새 FTA 모델은 투자자의 국제 중재 회부권(ISD)을 폐지하지 않았다. 알다시피 트럼프는 대통령 유세 중 NAFTA를 재앙('disaster')이라고 불렀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ISD를 없애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FTA는 미국의 유전자조작식품(GMO)을 더 두텁게 보호한다. 심지어 트럼프는 미국의 반덤핑 장벽을 나프타에 제소할 멕시코의 권한을 없애버리려고 한다.
트럼프의 FTA는 한국의 길이 아니다. 그의 FTA는 한국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한국은 너무도 높은 부동산 지대 모순을 해결하지 않고는 그 어떠한 산업정책이나 신경제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다. 강남구의 569 미터 현대차 사옥과 송파구의 555 미터 제2 롯데월드가 상징하듯이 국민 경제의 부가가치는 극단적 형태로 서울의 부동산 지대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청년 실업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 청년이 창업을 하지 않는 데에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첫째 일본이나 독일이나 스위스와 달리, 청년을 받아 줄 쓸 만한 중견 기업이 전국에 골고루 없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둘째 서울의 중견 기업들조차 일본보다 더 극단적인 부동산 지대를 부담하느라 고용을 더 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순의 가장 큰 원인은 우리 사회의 모든 가치와 권위와 자원이 강고하게 중앙집권화되었기 때문이다. 서울 부동산의 권력은 서울이 수도라는 불문헌법까지 만들만큼 힘이 세다.
그러므로 박근혜 다음으로 무너지는 것은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모순이어야 한다. 이 모순을 해결하려면 전국을 다섯 곳 정도의 광역 경제권으로 성장시켜야 하며, 이를 위한 보호와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50년 정도는 펴야 한다.
경찰뿐만 아니라 법관과 검사도 지방직 공무원으로 하고, 광역 국회의원을 구성해서, 광역체의 시민들이 입법, 사법, 행정에서의 실질적 주권을 행사하게 해야 한다. 헌법에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고 못 박아 더 이상 수도 이전이 위헌이라고 시비를 걸 수 없게 해야 한다.
이 새로운 길에 트럼프의 FTA는 무엇인가? 미국이 더 많은 경제적 영향력을 갖게 하는 것이 광역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될까? 오히려 트럼프의 FTA는 광역 경제가 자리 잡는 데에 꼭 필요한 지역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광역 경제권에 필수적인 광역 농업권 지원 등을 방해할 것이다. 이는 이미 현실로 드러났다.
한미 FTA 5년을 보내고, 다시 트럼프의 FTA를 목격하게 될 지금, 이제는 알아야 한다. 한미 FTA는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으며 우리의 운명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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