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액을 주된 기준으로 한미 FTA를 평가하는 것은 온당한가? 한미 FTA는 그저 관세율을 낮추는 협정이 아니다. '환경'이라는 제목의 별도 장(章)이 따로 있을 뿐 아니라, 미세먼지에 직결되는 자동차 배기량 세제에 관한 규정이 있다.
EU는 한국보다 무역의존도가 낮지만 FTA에 대해 인권영향평가(HRIAs)를 하도록 법제화했다. 2015년의 새 가이드라인은 FTA가 건강과 안전 그리고 표현의 자유 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게 했다. 이처럼 FTA에 대한 인권 영향 평가는 UN의 입장이기도 하다. (UN A/HRC/19/59/Add.5 참조)
그러므로 달랑 한미 FTA 5년간의 수출입량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윈윈"했다고 평가하는 FTA 관료들은 불성실할 뿐만 아니라, 세계의 흐름에도 처졌다. 더욱이 정부 보도자료를 보면, 한미 FTA 5년간 년 평균 한국의 대미수출증가율(3.4%)을 미국의 평균 총수입 증가율(1.3%)과 비교하지 않고, 엉뚱한 한국의 대세계 수출 감소율(2.3% 감소)과 비교했다. (2회차 기고의 해당 통계를 정부 발표 통계 기준과 같게 수정했음을 밝힌다.)
나는 한국의 경우, 얼마나 한국의 평화에 이바지하며, 일자리를 만들고, 지속가능한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미세먼지 문제가 갈수록 심각하다. 어제 19일 오전, 서울에는 짙은 미세먼지 속에서 동아 국제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서울은 최악의 미세먼지 오염 도시의 하나이다.
물론 미세먼지의 원인으로는 중국도 있고, 여러 사업장도 있다. 그러나 도시의 경우 자동차로 인한 미세먼지가 큰 원인의 하나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2013)에 따르면 서울시와 경기도의 2010년 미세먼지의 가장 큰 배출원은 자동차이다. 서울시 미세먼지의 60.8퍼센트가 자동차에서 발생했다. 입수 가능한 최신 자료인 수도권대기환경청의 조사에서도 2012년 질소산화물(NOx)과 일산화탄소(CO)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오염원은 자동차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획기적인 친환경자동차 정책을 펴지 못하고 있다. 기존 자동차 산업의 기득권과 한미 FTA가 한국의 친환경자동차 정책을 가로막고 있다. 한미 FTA만을 보면, 그것이 발효한 2012년 고려대 산학협력단은 <친환경 자동차 보급정책 평가 및 발전방안 연구>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저탄소차를 한 대 보급하면 내연기관 자동차 한 대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 보급을 위해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세 구조를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기준 자동차세 구조로 바꾸고, 저탄소차에 개별소비세와 취득세와 등록세를 감면하는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야심찬 계획은 한미 FTA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첫째 이유는 한미 FTA 2.12조는 아예 배기량 기준 세제를 못 박았다. 여기에 미국의 대형차에 유리하게끔 2000cc가 넘는 자동차에게 매기는 자동차세를 5%로 낮추도록 규정했다. 더 나아가 아예 차종간 세율 차이를 늘리는 방향으로는, 기존 자동차세를 개정할 수도 없고 배기량 기준 새 조세를 채택할 수도 없도록 했다. (3. Korea may not adopt new taxes based on vehicle engine displacement or modify an existing tax to increase the disparity in tax rates between categories of vehicles.)
그리고 미국은 한미 FTA를 가지고 한국이 저탄소차를 지원하고 고탄소차에는 부담금을 매기는 것을 막았다. 결국 한국은 대기환경보전법 제76조의 8에서 정한 저탄소차 협력금의 시행을 법 부칙에서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늦추었다가 2014년에 다시 2020년 후로 기약 없이 연기했다. 이 사이 미국산 자동차는 한미 FTA 발효 전인 2011년 3억5000만 달러어치가 들어 왔으나 2016년에는 39억 5000만 달러로 5년 전에 비해 수입이 10배가 늘었다. (출처 : 무역협회)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기득권도 유지되었다.
한미 FTA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과연 무엇인가? 언젠가 우리 기성세대들이 떠난 뒤에도 여전히 이 곳을 살아갈 아이들이다. 그들에게 미세먼지를 크게 줄여 주고 떠나려면 지금 기성세대가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 안에는 한미 FTA의 자동차세 대못을 뽑는 일도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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