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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체리 관세는 누가 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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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체리 관세는 누가 먹었나?

[송기호의 인권 경제] 한미 FTA 5년 평가 <9>

미 농무부는 2012년 7월, "미국산 체리가 한국 시장에서 최고를 차지하다"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한미 FTA가 발효된 지 넉 달밖에 되지 않은 때였다. 농무부의 자랑은 틀리지 않았다.

미국산 체리 수입액은 발효 전 평균 년 3000만 달러에서 2016년 1억1000만 달러로 2.6배가 늘었다.(출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미FTA 발효 5년, 농축산물 교역 변화와 과제>)

이처럼 1년에 1200억 원이 넘는 미국산 체리를 소비한다. 그러나 체리에서 더 이상 관세 국고는 쌓이지 않는다. 체리에 매기던 24%의 관세 수입은 없어졌다.

이 국고 상실만큼 소비자들은 혜택을 보았을까? 위 자료에 의하면 발효 전 미국산 체리의 평균 수입 단가는 1킬로그램 당 8.4달러였다. 그런데 작년에는 8.9달러로 오히려 올랐다. 24%의 관세 국고를 희생시키고 얻은 열매를 누가 따먹는가?

한미 FTA는 한국 농업에서 매우 결정적인 변화이다. 한미 FTA를 분기점으로 농수산물 수입 관세의 전면적 철폐로 질주했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해 한국 정부는 WTO 관세 보호 약속을 농민에게 제시했다. 한국이 WTO로부터 높은 농산물 관세를 보장받았기 때문에, 만일 어떤 농산물 수출국이 이 벽을 FTA를 통해 뚫을 수 있다면, 이는 다른 경쟁국들에 비하여 커다란 혜택을 한국에서 누리게 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칠레, EU, 미국, 호주, 네덜란드, 캐나다 등 농산물 수출국들에게는 한국과 FTA를 할 유인이 있었다.

한국은 미국 그리고 중국 모두와도 FTA를 한 드문 나라이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은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FTA 체결국으로서의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매우 드문 나라이다.

나는 그 근본적 이유가 바로 한국의 FTA가 본질적으로 '농업 팔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미국과 중국이 한국과 FTA를 체결할 다른 본질적 유인이나 유대가 있었다면 사드나 트럼프식 압박은 없다.

한미 FTA 5년으로 충분하다. 농업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음은 더 설명이 필요 없다. 전국의 유일한 포도 특구인 영동군조차 포도 관세가 완전 철폐되면서 포도밭이 33% 이상 줄었다. (영동군 2017년 발표 자료)

농업을 없애는 것이 FTA 대책일 수는 없다. 농업을 유지시킬 수 있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FTA이어야 한다. 한국 농업의 틀을 담을 수 있는 FTA이어야 한다. 유전자 조작 식품(GMO)을 규제할 수 있는 FTA이어야 한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방사능 검역권을 제대로 행사하는 FTA이어야 한다. 해마다 40만 톤이 넘는 외국쌀을 수입해야 하는 그런 FTA는 안 된다.

그리고 더 근본적인 대책은 농업의 힘을 키우고 농업과 사회를 두텁게 연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가 탐욕을 줄여야 한다. 그래야 농업이 산다.

우선 네 가지 정도가 시급하다.

첫째, 지역 농산물로 만든 술에 매기는 주세를 지방세로 돌려주어야 한다. 둘째, 농산물 가공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농민들을 식품위생법상의 무허가 식품 제조판매로 몰아내지 말아야 한다. 셋째, 농협의 총회나 이사회의 의결조차 '부당하다고 인정하면' 취소하는, 터무니없는 장관의 권한을 이제는 농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농협법 163조) 농협이 농민을 위한 정책 정당을 지지할 권한을 돌려주어야 한다. 넷째, 지금의 도를 합하여, 농업의 배후지가 될 만한 규모의 광역지자체를 신설하고 농림부의 권한은 모두 지역의 광역청에 돌려주어야 한다. 박정희식의 중앙 집권 농정으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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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

보통 사람에게는 너무도 먼 자유무역협정을 풀이하는 일에 아직 지치지 않았습니다. 경제에는 경제 논리가 작동하니까 인권은 경제의 출입구 밖에 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뛰어 넘고 싶습니다. 남의 인권 경제가 북과 교류 협력하는 국제 통상 규범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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