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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 제주도 이제 그만 놓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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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 제주도 이제 그만 놓아 주세요

[초록發光]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 다른 지역으로 확대돼야

올해부터 제주도에서도 베란다 미니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데 보조금을 지급한다. 지난 2014년부터 서울시가 에너지 절감대책인 '원전 하나 줄이기'의 일환으로 본격적으로 시행한 사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었지만 3년이 지나는 동안 제주도는 조그만 관심도 주지 않았다. 2030년까지 카본프리 아일랜드를 달성하겠다면서 대규모 육․해상 풍력발전과 전기자동차 보급 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펼치면서, 적은 비용으로 시민들이 직접 에너지 생산에 참여하는 것은 도외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민사회단체와 제주도의회가 중심이 되어 풍력발전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을 지역 에너지 자립에 사용하도록 지난해 7월 '제주특별자치도 풍력자원 공유화기금 조례'를 제정하였다. 올해 처음으로 편성된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의 규모는 49억 원으로, 24억 원을 지출할 예정이다. 그 중 16억6000만 원을 들여 베란다 미니 태양광 발전기 뿐 아니라, 공동주택과 단독 주택 옥상의 태양광 발전 설치비의 일부를 보조해 주기로 했다. 나머지 25억 원은 예치금을 두기로 했다. 돈을 다 써 버리면 '기금'이라는 의미가 사라지고, 앞으로 기금 규모를 더 늘리기 위한 목적도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민들의 에너지 생산에 보조되는 이 예산은 중앙정부의 지원금 한 푼 없이 전액 제주도가 조성한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에서 지출된다.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은 제주도가 소유한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시설의 수입과 함께 제주도민 모두의 자원인 바람을 활용하는 풍력발전사업자의 개발이익 일부를 기부금으로 받아서, 지역에너지자립과 에너지복지 활성화에 사용하기 위해 올해 처음 전국 최초로 마련되었다.

이렇게 제주도에서 사실상의 지역에너지기금을 조성하고 운영하기까지 지난 10년 동안 꾸준하게 진행된 '풍력자원 공유화운동'이 있었다. 바람의 섬으로 널리 알려진 제주도는 1970년대부터 풍력발전에 대한 연구개발이 시작되었고, 1990년대 후반부터는 상업용 풍력발전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에 민간사업자 위주의 풍력발전사업 추진은 인근 토지주들과 매우 심각한 갈등이 발생하였고, 결국 풍력발전 사업허가가 취소되기 까지 했다. 그래서 이러한 갈등을 해소함과 동시에, 지역에 부존하고 있는 풍력에너지를 활용하여 기후변화와 화석연료 고갈에 대응하는 지역자립 에너지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자연에너지 자원의 공유화'를 주장하였다.

풍력자원 공유화의 핵심 전략은 지방에너지공기업 설립과 풍력자원 사용료 징수를 통한 지역에너지기금 조성이었다. 먹는샘물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사례와 우고 차베스 정권이 추진한 베네수엘라의 석유산업 국유화를 통한 사회경제 발전기금 정책 등에서 차용하였다.

결국 지난 10년간의 꾸준한 활동을 통해 지역 에너지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2012년 제주에너지공사라는 전국 최초의 지방에너지공기업이 설립되어 매년 10억 원씩 풍력발전 개발이익의 일부를 저소득층 전기료 지원 사업과 그린홈 태양광발전 보급사업에 추가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신규로 허가를 받은 민간사업자는 제주에너지공사와 합동개발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제주도에 기부금을 내기로 약정을 맺었고, 그러한 기부금이 작년부터 들어오기 시작해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으로 조성한 것이다.

하지만 지역적 맥락에서 독특하게 제시된 '풍력자원 공유화'는 중앙정부와 산업계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풍력발전 사업자가 가져갈 이익을 제주도민들에게 공유화하는 것은 사업자에게 부담을 주는 과도한 규제이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풍력과 태양광 같은 재생가능에너지원은 원료의 비용 자체가 없는 공짜이고, 전력생산비용이 그리드패리티를 달성했기 때문에 다른 발전원에 비해 수익이 결코 작지 않다. 특히 제주도의 풍력자원 공유화 사례는 무주물이었던 자연을 경제적으로 이용한 최초의 사용자가 그 기여도를 무상으로 획득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즉, 제주도의 바람은 태초에 그 누구의 것도 아니었지만, 민간 풍력발전사업자가 등장하여 자연의 가치를 무상으로 이용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바람과 제주문화의 밀접한 관계를 볼 때 정당하지 못한 것이라 여겨졌고, 그래서 제주도민들이 우선적으로 이용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지역민들 스스로 주장하는 것이었다. 또한 단순히 제주도민들 만을 위한 사용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풍력발전의 확대를 통해 화석연료를 감축해 나간다면 그만큼 지구환경의 지속가능성과도 연계되어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업자의 이익만을 우선하여 대변하는 중앙정부와 산업협회 등은 그들의 이윤창출을 위해 자연을 사유화․상품화 하면서 환경보전이라는 수식어를 동원하는 집단들일지 모른다. 국내 산업육성에 방점을 둬야할 산업부가 외국산 발전기를 수입해 사용하는 발전사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데 앞장서는 태도도 생각해봐야할 문제 중 하나다.

그들의 이러저러한 압력행사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민들은 지난 10년 간에 걸쳐 이룩한 풍력자원 공유화운동의 성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 사례는 비단 제주도에서만 그쳐서는 안 되고, 다른 지역에서도 더욱 널리 퍼져야 한다. 지역에 부존하고 있는 재생가능에너지원을 개발한 이익이 외부로 유출되기 보다는 지역의 에너지자립을 위해 사용된다면 지금과 같은 중앙집중형 대규모 공급 위주의 에너지체제가 발생시키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중앙집권형 발전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지역은 자치를 위한 충분한 권한과 예산이 항상 부족했다. '특별자치도'라는 새로운 자치 실험을 하고 있는 제주도는 풍력발전 사업허가 권한을 이양받아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에 필요한 예산도 스스로 조성하고 있는 경험을 다른 지역에서도 공유할 수 있다면 에너지체제 전환은 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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