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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선제타격하면 서울 광화문과 강남은…

[한반도 브리핑] 무책임한 선제타격론이야말로 '반미(反美)'

지난 12일 북한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북극성 2형'을 시험발사했다. 지난해 성공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1형'을 지상발사형으로 개조한 것으로 보인다. '북극성 1형'과 비교해 새롭거나 크게 진전된 것은 아닐 수 있으나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한 중거리 이상의 지상발사 탄도미사일이 처음으로 등장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북극성 2형 시험발사를 참관한 자리에서 "이제는 우리의 로케트공업이 액체로케트 발동기로부터 대출력 고체로케트 발동기에로 확고히 전환됐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북한이 앞으로 모든 미사일을 고체로 개발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고체연료엔진으로 개발한다면 미국에게 엄청난 위협이 될 수 있다.

연료 주입 시간과 장소가 필요해 노출 우려가 있고 장기간 보관에 문제가 있었던 액체연료와 달리 고체연료는 별도의 연료 주입과정이 필요 없이 발사차량에 장착한 상태에서 상시 대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은밀성과 신속성이 장점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고체연료를 사용할 경우 사전 탐지 및 대응이 그만큼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한국군이 추진하고 있는 킬체인을 포함해 선제타격도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북한의 북극성 2형 발사를 우리 이지스함이 2분 내에 접촉하였다고 하지만 이미 발사 이후이고, 발사 전 북한이 은폐성을 높여 한·미 정보자산에 노출을 줄인다면 선제타격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 1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2일 북극성 2호가 발사됐다며, 김정은(오른쪽 세 번째) 국무위원장이 이를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선제타격,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선제타격은 유엔헌장 제51조에 의거해 자위권의 발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적의 공격이 임박하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럴 것이라는 예측만을 가지고 하는 예방공격과는 구별되어야 하며 예방공격은 곧 침략이다.

누가 무엇을 근거로 판단할지 대단히 심각하고 어려운 문제이지만, 북한의 핵공격이 정말 임박한 상황임이 명백한 사실로 확인된다면 선제타격은 당연한 것이다. 그것이 우리에 대한 핵공격이건, 미국에 대한 핵공격이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선제타격을 반대하고 또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비정상이다. 임박한 공격 위협 앞에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선택에는 제한이 있을 수 없다. 그런 상황이라면 선제공격에 찬성할 수 있지만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까?

북한을 선제공격한다는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실제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김정은이 핵무기를 단순히 협상용만으로 개발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남침적화통일을 위해 핵을 먼저 사용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만약 북한이 남침을 위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북한은 이 지구상 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다. 중국도, 러시아도 어느 누구도 북한 편을 들어줄 수 없고 북한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살자고 만든 핵무기로 죽자고 달려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핵 보유는 북한에게 세습 정권과 체제 생존을 위한 필사의 수단이자 이제는 목적이 돼버렸다. 따라서 북한은 '자위적 핵보유국 지위법'이란 것을 통해 핵무기를 "핵보유국과 야합한 비핵국가가 침략하거나 공격에 가담하는 경우"에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의하여서만 사용할 수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핵무기를 북한이 사용한다는 것은 자포자기하거나 절망의 상태에서 함께 죽자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 미국은 선제타격을 이야기하고 있고, 북한도 보복을 이야기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사용과 우리의 선제타격 중 무엇이 먼저인지 헷갈린다. 닭과 달걀 중 어느 것이 먼저인가?

예방적 선제타격은 남북공멸이고 반통일이다

북한이 끊임없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선제타격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제타격이 과대포장 되거나 우선되어서는 곤란하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선제타격 역시 테이블에 올려놓은 수많은 대북 옵션 중의 하나일 뿐이며 기본적으로 원칙론 수준이다. 우리가 나서서 마치 선제타격이 우선순위 높은 시나리오처럼 증폭하는 것은 오히려 북한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고 미국을 당황스럽게 할 수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예방적 선제타격'이라는 변형된 모습이다. 예방적 선제타격은 북한이 도발 준비에 나설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핵과 미사일 시설을 미리 없애자는 것이다. 선제타격이 핵무기 사용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면, 예방적 선제타격은 주관적인 판단이나 추정에 근거해 오판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전쟁을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전의 가능성이 있는 매우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상이다.

북한의 핵무기 관련 시설을 타격한다고 해도 여러 곳에 분산 및 은폐되어 있어 완전히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수백문의 장사정포와 포병이 수도권을 겨냥하고 있고 수백발의 중단거리 미사일 등 재래식 억지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 북한은 첫 동계훈련을 시작하며 김정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도권과 서북 5개 도서 공격을 담당하는 자주포(자행포) 수 백문을 집결시켜 화력을 과시했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도 "정말 엄청난 재난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이래도 저래도 죽는다는 것을 알면 마지막 발악을 한다"고 선제타격론에 우려를 표명했다.

물론 선제공격에 따른 북한의 대응을 빌미로 전면전으로 확대되어 휴전선 위로 밀고 올라가 통일을 달성할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얻은 통일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하겠지만 이 땅에서 전쟁을 감수하며 지킬 국익은 없다. 한반도를 전쟁의 참화로 몰고 가 남북이 공멸할 수 있는 군사적 옵션은 고려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중국이 그러한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을지 궁금하다. 더구나 주한미국에 사드까지 배치되어 있는 상황이 된다면 중국이 과연 지금의 휴전선을 포기하고 압록강 두만강을 미국과 대치하는 새로운 경계선으로 받아들일지 의문스럽다. 결국 씻을 수 없는 상처만 남기고 현 분단된 상황은 그대로 현상유지 될 가능성이 높고 통일은 더 멀어질 것이다.

무책임한 선제타격은 반미이다

광화문 광장에 미사일과 포탄 자국이 선명하고 강남에는 무너져 내린 건물들이 서로 버티고 있는 위태로운 모습을 상상해 보라. 과연 그 상황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핵을 개발한 북한의 잘못은 이야기할 가치조차 없다. 북한을 방치한 중국이나 러시아도 책임이 있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외교적 설득이 부족했다면 그 또한 우리의 무능함이다. 무엇보다 지금 전작권도 없이 독자적인 선제타격은 꿈조차 꿀 수 없다. 결국 선제타격은 미국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선제타격으로 서울은 전쟁의 참화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 워싱턴이 피해를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이 서울을 전쟁의 잿더미로 만들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우리 국민들이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가정해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현실이 이렇다면, 선제타격이 필요한 시점과 그 후과를 생각하지 않고 무분별한 선제타격만을 부르짖는 사람들은 오히려 미국에 대한 반감을 조장하고 한미동맹이 깨지기를 원하는 '엑스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공멸을 의미하기에 북한이 핵을 사용하거나 전쟁으로 비화되는 자체를 막기 위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는 강하고 당당한 군사적 능력을 바탕으로 하되 비군사적 해법을 병행하여야 한다. 그래서 나는 선제타격에는 찬성하지만,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선제타격에는 분명히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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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엽

김동엽 교수는 해군과 국방부에서 근무하다 지난 2011년 중령으로 예편했습니다. 국방부에서 북핵과 군사회담을 담당했고, 예편 이후에는 북한대학원대학교 민족공동체지도자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지금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저술 및 연구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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